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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CCTV 의무화' 시행 임박...촬영과 열람,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이달 25일부터 2년 유예기간 끝나고 개정 의료법 시행
CCTV 설치 대상·촬영-열람 요청 절차 등 복잡하고 까다로워
환자단체 "예외·제한조항 너무 많아 법 실효성에 의문"

[라포르시안] 수술실 폐쇄회로 텔레비전(이하 CCTV) 설치 의무화를 규정한 개정 의료법(제38조의2)이 오는 25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개정 의료법은 전신마취 등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 개설자에 대해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하고, 환자 또는 보호자가 요청하면 수술 장면을 촬영하도록 했다.

수술실 내 유령수술·무자격자 대리수술·성범죄 등 범죄행위와 비윤리적 행위를 예방하고 의료사고 관련 증거를 확보하도록 하자는 게 법개정 취지다. 

2021년 8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공포된 이후 2년의 유예기간을 뒀지만 의료현장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의료계는 법 시행 20여일을 앞두고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 법이 시행되면 수술에 참여하는 의료인의 직업수행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병원계도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시행되면 가뜩이나 심각한 흉부외과 등 외과계열 전공의 지원 기피가 더 심해지고 필수의료 붕괴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최근 수술실 CCTV 의무화 관련 설치・운영에 관련된 사항을 규정한 <수술실 폐쇄회로 텔레비전 설치 운영 기준(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개정 의료법 조항이나 하위 법령, 이번에 복지부가 제작한 가이드라인을 보더라도 수술장면을 촬영하고 열람하는 과정이 상당히 까다롭고 복잡하다. 그러다 보니 당초 의료법을 개정한 취지를 살릴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복지부가 제작한 수술실 CCTV 설치 운영 가이드라인을 보면 CCTV를 설치해야 하는 의무자는 수술실을 두고,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 개설자이다. 여기서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는 전신마취나 계획된 진정(일명 수면마취) 등으로 환자가 상황을 인지·기억하지 못하거나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환자 의식 여부에 영향이 없는 국소마취 등은 CCTV 설치 대상에서 제외한다. 

복지부는 의식하 진정(일명 수면마취) 하에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이더라도 진정을 통해 환자가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상황을 인지·기억하지 못하거나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상태라면 설치 대상이라고 해석했다. 

CCTV를 설치해야 하는 장소는 수술실 밖이나 출입구 등이 아닌 수술실 내부여야 한다. 의료법 시행규칙(제34조 의료기관의 시설기준 및 규격) 등에 따른 수술실로서, 임상검사실·회복실·치료실 등과는 구분된다. 

CCTV 촬영을 위해선 수술을 받는 환자 또는 보호자가 요청하는 경우(의료기관의 장이나 의료인이 요청해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가 동의하는 경우도 포함)에만 촬영을 실시할 수 있다. 환자 또는 보호자의 요청없이 의료기관이 임의로 수술 장면을 촬영할 수는 없다. 그럴 경우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촬영하는 수술 영상정보에는 마취 시작 시점부터 환자의 수술실 퇴실까지 장면이 반드시 담겨야 한다. 

CCTV 촬영 요청 절차는 우선 의료기관의 장이 전신마취 등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하는 장면을 촬영할 수 있음을 환자가 알 수 있도록 안내문 게시 등으로 안내해야 한다. 환자가 수술을 위한 입원 시 입원 안내·설명을 하거나 수술동의서를 작성하는 경우 안내문 제공 혹은 입원환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입원실 내 게시판에 CCTV 촬영 안내문을 게시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의료기관의 장은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가 촬영을 요청하면 촬영요청서를 제공해야 한다.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는 촬영을 요청하고자 하는 경우 의료기관의 장에게 촬영요청서를 제출하고, 증빙서류(신분증 사본 등)를 제시해야 한다. 촬영을 요청할 수 있는 보호자의 범위는 환자의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 존속ㆍ비속, 형제ㆍ자매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 등이다. 

촬영 요청을 받은 의료기관장이나 의료인이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사유는 크게 4가지로 제시했다. 

거부 사유는 ▲수술이 지체되면 환자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심신상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응급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적극적 조치가 필요한 위험도 높은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제2조제2호에 따른 수련병원 등의 전공의 수련 등 그 목적 달성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그 밖에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규정에 준하는 경우로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천재지변, 통신 장애, 전자적 침해 행위(해킹) 등 기타 불가항력적 사유로 인하여 촬영이 불가능한 경우) 등이다. 

CCTV 촬영 의료기관장이나 의료인이 수술을 하는 장면을 촬영하는 경우 녹음 기능은 원칙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다만 환자 및 해당 수술에 참여하는 의료인 등 정보주체 모두로부터 동의를 받았다면 녹음이 가능하다. 촬영시 녹음을 하려면 환자나 그 보호자가 의료기관장에게 촬영 요청서와 함께 녹음 요청서를 별도로 제출해야 한다. 

녹음을 할 때는 CCTV에 부착된 녹음 기능을 사용하거나 별도 녹음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수술 중 응급으로 의료진이 교체되거나 추가 투입되는 등의 사유로 녹음 동의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의료진이 수술에 참여하게 되면 녹음을 중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촬영 영상정보는 촬영일로부터 30일 이상 보관해야 한다. 30일 이상 보관하고 있는 영상정보는 내부 관리계획에서 정한 주기에 따라 삭제해야 한다. 

CCTV 촬영 영상정보 열람과 제공 절차는 민감한 개인정보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복잡하고 까다롭다. 

우선 의료기관장이 ▲범죄 수사와 공소 제기 및 유지, 법원의 재판업무 수행을 위해 관계 기관(수사기관 또는 법원)이 요청하는 경우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의료분쟁의 조정 또는 중재절차 개시 이후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 동의를 받아 해당 업무 수행을 위해 요청하는 경우 ▲ 환자 및 해당 수술에 참여한 의료인 등 정보주체 모두의 동의를 받은 경우 등 3가지 사항을 제외하고는 촬영한 영상정보를 열람하거나 제공할 수 없다. 

CCTV 촬영 영상정보 열람과 제공을 거부할 수 있는 사유도 규정해 놓았다. 여기에는 ▲보관기간(30일)이 지나 영상정보를 파기한 경우 ▲요청한 기관에서 해당 기관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시하지 못한 경우 ▲해당 수술에 참여한 의료인 등 정보주체 모두의 동의를 받지못한 경우 ▲그 밖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하는 경우(보관해야 하는 영상이 천재지변이나 그 밖의 불가항력으로 멸실돼 의료기관이 보관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 등)가 해당한다. 

한 대학병원 의료정보팀장은 "법적 요건에 부합해야 수술 영상 촬영이 가능하고, 해당 영상 열람은 신청과 의료진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만큼 환자가 본인 수술 영상을 확보하기까지 절차가 매우 복잡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이 제대로 정착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특히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이 당초 취지에 맞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 내 많은 부서의 역할과 긴밀한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5일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관련 의료법 개정 조항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서 및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의협은 수술실 CCTV가 설치되면, 수술에 참여하는 의료인 등에 대한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 의료인과 환자 간 신뢰 붕괴, 직업수행의 자유, 초상권 등 헌법상 기본권 침해가 우려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술실 CCTV 설치로 의사와 환자 간 신뢰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고, 방어 진료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필수 의협회장은 “해당 법안이 시행된다면 의료인은 후유증 등의 발생 위험을 염려해 적극적인 치료를 기피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우리 국민이 최선의 진료를 통해 건강을 회복하거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환자단체에서는 개정 의료법이 본래 입법 취지를 살리기 힘들 정도로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조항’과 환자나 환자보호자가 촬영된 영상정보를 활용하는 데 있어서 ‘제한조항’이 많아 그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는 입장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오늘(7일) 성명을 내고 "의사협회와 병원협회가 헌법소원 청구 방법으로 개정 의료법 시행을 방해하는 행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며 "특히 의협과 병협은 개정 의료법에 근거해 시행규칙에 포함될 구체적인 추진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수술실 CCTV 설치방안 협의체'에 각각 2명의 위원을 추천해 함께 사회적 논의를 진행했음에도 시행 20일을 앞둔 시점서 개정 의료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행보는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촬영 영상정보 보관기간이 너무 짧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환자단체연합은 "'수술실 CCTV 설치방안 협의체'에서 촬영된 영상정보 보관기관을 최소 60일 이상 또는 90일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환자·소비자·시민 단체 및 법률 전문가의 적극적인 주장이 묵살됐다"며 "'촬영된 영상정보 보관기간’을 결정할 때 의료사고로 환자가 사망한 경우 장례를 치르는 기간을 고려해야 하고, 의료행위의 은밀성·전문성으로 인해 환자나 그 보호자가 의료사고 여부를 판단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자단체연합은 "지난 8년간 사회적 논의를 통해 우여곡절 끝에 의료법이 개정된 이상 우선 시행해보고 문제가 드러나면 그때 개선하는 것이 합리적 대응"이라며 "개정 의료법은 수술실 내 유령수술·무자격자 대리수술·성범죄 등 범죄행위와 비윤리적 행위를 사전 예방하고 의료사고 관련 증거를 사후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수술실CCTV 설치·촬영 관련 규정을 의료법에 최초로 신설했다는 점에서 환자의 안전 및 인권 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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