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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내면 다 실어주는 '약탈적 학술지', 학술생태계 망친다오픈 액세스 저널 악용한 '약탈적 학술지' 시장 형성돼
의학한림원, 21일 '부실의심학술지 대응을 위한 공동포럼' 개최
이미지 출처: 연구윤리정보포털 'Q&A로 알아보는 연구윤리 3 부실 학술지 관련 문제' 유튜브 동영상 화면 갈무리.

[라포르시안] 가짜 학술지나 부실학회 활동이 과학계의 골칫거리가 된 건 요즈음 일이 아니다. 특히 돈만 지불하면 무조건 게재해 주고 출판 윤리를 어기는 '약탈적 학술지'는 과학계를 넘어 사회적인 문젯거리다. 

약탈적 학술지는 돈을 버는 게 목적으로, 참가비만 내면 제대로 된 심사 과정도 없이 학술대회 발표 기회를 제공하거나 논문을 실어주면서 거대한 상업 시장을 형성했다. 

특히 인터넷 활용이 커지면서 온라인 출판 방식의 '오픈 액세스(Open Access)' 저널을 악용한 약탈적 학술지가 일종의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받는 실정이다. 

수년 전, 국내에서도 약탈적 학술지가 커다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2018년 당시 과학기술부와 교육부가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부실학회 활동 점검을 실시한 바 있다. 238개 대학, 4대 과학기술원 및 26개 과기출연(연)을 대상으로 최근 5년간 와셋(WASET), 오믹스(Omics) 등 '기업형 가짜 학회'에 참가한 실태를 전수조사한 결과, 한 번이라도 와셋과 오믹스에 참가한 기관은 조사대상의 40%인 총 108개 기관에 달했다. 두 학회에 참가한 연구자 수는 총 1,317명(횟수 총 1,578회)에 이르는 파악됐다. 2회 이상 참가자도 180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예전부터 학술전문 검색엔진 회사나 세계인명사전 발간 기관이 국내외 의학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비용만 지불하면 인적사항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등재해주는 '세계인명사전 등재 시장'이 형성돼 있을 정도였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부실 학술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부터 ‘건전 학술활동 지원시스템(SAFE)’을 운영하고 있다. SAFE는 연구자 스스로 부실 학술지 여부를 판단하는 가이드라인과 체크리스트를 안내하고 있다. 

SAFE는 의심 학술지를 ▲위조학술지(Hijacked Journals) ▲약탈적 학술지(Predatory Journals) ▲대량발행학술지 등 크게 3가지로 구분한다. 

구분 특징
위조학술지 (Hijacked Journals) 유명학술지와 유사한 학술지 이름을 사용하여 저자에게 혼동을 주는 학술지
약탈적 학술지 (Predatory Journals) 돈만 지불하면 무조건 게재해주고 출판 윤리를 어기는 학술지
대량발행학술지 SCI나 Scopus 등에 등재되어 있으면서 학술지 한 호를 발행할때마다 대량으로 발행하여 출판 윤리를 어기는 학술지

위조학술지는 유명학술지와 유사한 학술지 이름을 사용해 저자에게 혼동을 주는 학술지를 의미한다. 약탈적 학술지 돈만 지불하면 무조건 게재해주고 출판 윤리를 어기는 학술지를, 대량발행학술지는 SCI나 Scopus 등에 등재돼 있으면서 학술지 한 호를 발행할 때마다 대량으로 발행해 출판 윤리를 어기는 학술지를 가리킨다. 

의심 학술지의 특징으로 ▲동료심사가 없거나 형식적 ▲이메일/홈페이지/영향력지수 등 공격적 마케팅 ▲편집부/심사자의 불투명한 정보 ▲다양한 학문 분야 ▲이메일을 통해 알게 되는 경우가 많음 등을 꼽았다. 

특히 학술 논문의 출판에 있어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동료심사(Peer review)가 간소하거나 형식적이며, 원고에 대한 수정이나 편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서로 관계 없는 다른 전공분야를 함께 심사하거나 정기적으로 논문을 출판하기 위해 이전에 이미 출판했던 논문을 반복적으로 게재하거나 다른 곳에 이미 출판한 논문을 싣는 경우도 있다. 

캐나다 캘거리대학에서 발간한 '약탈적 학술지와 학회 예방 가이드'는 약탈적 학술지와 그런 활동이 의심스러운 학회에 대한 명확한 개요와 이를 피하는 방법에 대한 조언을 담아 연구자 스스로 부실학술활동을 피하는 의사결정을 내리게끔 돕자는 취지로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약탈적 학술지·학회의 공통점은 ▲돈에 의한 동기 부여 ▲파렴치한 마케팅 ▲신뢰성 부족과 낮은 질이다.

약탈적 학술지·학회의 주요 목적은 지식의 발전, 새로운 과학적 연구 결과물의 공유 등이 아닌 돈을 버는 데 집중돼 있기 때문에 엄격한 피어 리뷰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면 대개 부실학술활동을 의심해야 한다.

약탈적 학술지나 학회의 운영자는 뻔뻔스러운 판촉에 치중하며, 예비저자에게 스팸메일 등을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고, 과학 지식의 발전이나 저자의 평판을 높이는 일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연구 및 학문에 대한 지적 기여를 최종 결과물로 보유하는 데 중점을 두지 않는다.

캘거리대학은 이 가이드에서 "많은 연구자들이 부실 학술지·학회에 관여한 경험으로 곤경에 처하지만, 일부는 공생적 관계를 통해 이익을 얻기도 한다"며 "특히 연구 및 학문에 대한 올바르지 않은 생각과 의심스러운 믿음을 지닌 가짜 과학자나 입증되지 않은 주장이나 결과, 불합리한 이론 등을 정당화하기 위해 약탈적 학술지나 학회를 악용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한국연구재단은 약탈적 학술지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해 오는 21일 '2023 부실의심학술지 대응을 위한 공동포럼'을 연다. 

'약탈적 학술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주제로 오는 21일 오후 2시부터 양재 aT센터에서 열리는 공동포럼에서는 ▲약탈적 학술지 현황과 추세(양정모 한국연구재단 윤리정책팀장) ▲약탈적 학술지에 대한 쟁점(오재령 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 출판윤리위원장) ▲약탈적 학술지 대응전략(김완종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오픈엑세스센터장) 등의 발제가 있을 예정이다. 

의학한림원은 "국내 연구자들 논문도 상당수 약탈적 학술지에 출판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앞으로 그 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러한 약탈적 학술지가 논문성적이 중요한 평가기준(연구비 수혜, 승진 채용 등)인 우리나라 현실을 악용해 독버섯처럼 퍼질 우려가 매우 높다"고 했다. 

의학한림원은 "약탈적 학술지가 개인의 연구윤리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국가연구비관리, 연구자의 국제적 경쟁력 등 우리나라 연구환경 및 평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다"며 "공청회에서는 약탈적 학술지의 현황과 추세, 쟁점 및 대응전략을 토의하고 의견을 종합해 권고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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