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중소병원 2곳에 70여명 몰려…"적절한 환자분류·후송됐다면 사망자 줄일 수도"

▲ MBC뉴스 보도화면 캡쳐

[라포르시안 김상기 기자]  보건복지부가 붕괴사고가 발생한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 현장에 응급의료소를 설치하고 환자 이송 지휘에 나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고 발생 이후 환자들의 상태(중증도)에 따른 적절한 병원 후송체계가 수립돼 있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복지부는 18일 시도 소방본부로부터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붕괴 신고 접수 이후 즉시 중앙응급의료센터에 사고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인근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울산대병원에 현장응급의료소 출동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복지부 사고대책본부는 시도 대책본부와 연계해 전체 환자발생 및 인근 병원 상황을 파악해 현장에 전달하고 있다.

현장응급의료소는 설치가 완료된 지난 17일 밤111시 40분부터 중증도가 높은 환자는 울산대병원으로 우선 이송하고, 경증환자는 사고대책본부로부터 전달받은 병원정보에 맞춰 분산·이송 중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18일 오전 4시 기준으로 가장 가까운 울산시티병원(40분 거리)에 이송한 40명 중 10명이 계속 치료를 받고 있으며, 계명대학교 경주병원 7명, 동국대학교 경주병원 6명 등 인근병원으로 나뉘어 치료를 받고 있다.

울산대병원으로 이송된 19세 여성 중증환자는 오늘 새벽 3시 30분경 수술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응급의료 전문가들은 사고 현장에서 환자들의 적절한 이송체계가 작동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제기했다.<관련 기사 :아시아나 착륙사고 현장, 재난·응급의료 시스템을 보라>사고 현장으로 몰려든 구급차로 도로가 막히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히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후송되지 못한 채 가까운 병원으로만 집중됐다는 것이다.

부산대 응급의학과 조석주 교수는 "사고가 처음 보도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시간의 흐름에 따른 대응경과를 보면 과다하게 몰려든 구급차들로 인해 도로가 막혀 버렸다"며 "사고 초기 구급대는 작은 인근 병원에 20명이 넘는 환자를 집중시키고, 병상이 200여개에 불과한 또 다른 병원에는 40명이 넘는 환자를 후송하고 가버렸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응급실 의사, 수술할 의사, 마취과 의사가 적어 중환자 진료가 어려운 병원들인데, 이곳으로 환자 후송이 집중되면서 작은 병원들이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며 "이런 식의 체계 하에서는 살릴 수 있는 중증환자의 진료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자료 출처 :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이런 사고에 대비해 환자를 적절하게 이송할 수 있는 응급의료체계가 수립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중증 환자의 경우 거리가 좀 멀더라도 수술을 비롯한 중환자 진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곧장 이송하는 것이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복지부 자료를 보면 이번 사고 발생 직후 인근에 위치한 2개 중소병원에 70여명 가까운 환자가 몰렸고, 이중 한 개 병원에서 7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조 교수는 "교과서에서는 ‘적절한 환자를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병원’에 이송해야 하며, 환자를 잘 움직이는 체계가 훌륭한 응급의료체계라고 한다"며 "병원의 의료자원이 고갈되지 않도록 환자를 분산해야 하고, 환자를 중증도에 따라 분류하고 지역사회의 의료자원과 매칭하는 작업이 현장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고발생 후 짧은 시간에 갑자기 많은 환자가 이송되면 규모가 작은 중소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하기 힘들다"며 "물론 환자들의 정확한 상태를 파악해야 알 수 있겠지만 교과서적으로 볼 때 사고 직후 현장에서 적절한 환자 분류와 이송체계가 작동했다만 사망자 발생을 줄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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