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코로나 안정화 따른 의대정원 확대 논의 본격화
정치권·지자체, 지역 공공의대 신설법 요구 목소리 높여

[라포르시안] 6월 1일자로 감염병 위기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되고, 확진자 격리의무도 해제됐다. 사실상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 안정화에 따라 정부와 의료계 간 의대정원 확대 논의에도 진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공공의대 신설을 위한 입법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2020년 9월 4일 맺은 의정합의에서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은 코로나19 확산이 안정화 될 때까지 관련 논의를 중단하며,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협의체를 구성하여 법안을 중심으로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논의하기로'로 했다.  

올해 들어 복지부는 "17년간 의대 정원이 한번도 변하지 않았다. 필수의료를 비롯한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는 인력 부족으로 일촉측발의 위기상황”이라며 의협 측에 의대정원 확대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나섰다. 

지난 1월 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올해 업무추진계획을 보고하면서 "의대정원 증원 등 핵심 정책은 의료계와 상시 협의체를 가동해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복지부는 지난 1월 말부터 대한의사협회와 의료현안협의체를 구성하고 지역의료, 필수의료, 의학교육 및 전공의 수련체계 발전방안 등을 다뤄왔다. 최근에는 의료현안협의체에서 필수의료인력 충원 관련해 의대정원 확대 논의도 물꼬를 틔운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를 추진할 경우 증원 인력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도 주요 관심사다. 

앞서 2020년 복지부와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의과대학 정원을 2022학년도부터 최대 400명을 증원하는 방식으로 10년간 한시적으로 4,000명을 추가로 양성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추가로 늘어나는 의대 정원을 활용해 지역 내 중증 및 필수 의료분야에 의무적으로 종사할 '지역의사' 300명과 역학조사관·증증외상 등 특수 전문문야 50명, 의과학자 50명을 양성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한시적 의대정원 확대 방안 외에도 2000년 의약분업 도입 때 의정합의로 감축했던 의대 입학정원 351명을 다시 원래대로 회복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의료계 내에서도 의대정원 확대를 위한 방안으로 의약분업 때 의정합의로 줄인 의대 입학정원만큼 복구하고, 이 정원을 우수의과대학 및 거점병원 의과대학 입학정원에 배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의대정원 확대와 함께 공공의대 신설을 위한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도 조성되고 있다. <관련 기사: "기존 의과대학 체계론 공공의료 전문인력 양성 불가능">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교육위원회에는 공공의대 설립 내용을 담은 법안이 모두 10건 이상 발의돼 있다. 

목포를 비롯해 창원, 전남, 공주, 순천 등 다양한 지역에 의과대학을 신설하고, 입학정원 중 일정 비율은 지역공공의료과정으로 선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역공공의료과정으로 선발한 학생에는 경비를 지원하는 대신 면허 취득 후 일정기간 동안 해당 지역에서 의무 복무하도록 규정해 놓았다. 

전국보건의료노조,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한국노총 등은 2022년 10월 12일 국회 정문 앞에서 '공공의대설립법' 제정과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보건의료노조,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한국노총 등은 2022년 10월 12일 국회 정문 앞에서 '공공의대설립법' 제정과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공의대법 제정에는 정치권과 지자체가 적극적이다. 시민단체도 지역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을 위해 공공의대법 설립에 적극 찬성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공의대 설립법을 제정하고, 국립의과대학이 없는 광역시도 최소 1개소에 공공의과대학을 신설해 공공의료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며 "지역에서 배출된 필수의료인력이 지역에 남아 복무할 수 있도록 선발과 지원, 교육과 훈련, 배치 등 별도 양성체계를 규정하는 지역의사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앞서부터 의대정원 확대를 적극적으로 요구해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달 24일 성명을 내고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정원을 1000명 이상 규모로 증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실련은 “의료 취약지를 중심으로 국가가 직접 필수의료인력을 양성하고 지역의료를 위해 의무 복무하는 공공의대 과정을 마련해야 한다”며 “권역별 공공의대를 신설하고 소규모 국립의대 증원, 국방·보훈·소방 등 특수목적 의대 등을 신설하려면 최소 1,000명 이상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1일에는 국회에서 정의당 주최로 '의사수 부족현장 사례발표 및 공공의대 설치법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공청회에서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공공의료를 복원하고 지역 필수의료 인력을 확충할 국립의전원 설치, 광역시도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공공의대를 설립해야 한다"며 "정의당은 지난 3월 '의사 수 확대와 지역 공공의대 추진 사업단'을 발족해 국민께 의료서비스 공급 체계의 전면 개혁을 약속드린 바 있다"고 강조했다. 

공청회 발제를 맡은 서울시림대 도시보건대학원 임준 교수는 장기적인 의사인력 양정대책으로 국립의전원과 지역 공공의대 설립 필요성을 제안했다. 

임준 교수는 "국립의전원을 통한 의사 인력 확충은 기존 의대 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고 국가 표준을 선도할 인력 양성, 국가 수준 정책 수단 확보, 국가중앙병원 역할 강화 등의 장점이 있다"며 "지역 공공의대는 기존 의대 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역 공공‧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립의전원과 지역 공공의대를 통한 의사인력 확충은 의사인력 공급 부족 문제의 대안으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의대 설립이 의료인력 양성 과정에 국가책임을 강화한다는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전진한 정책국장은 이날 공청회에서 "공공의대 신설은 단순히 의대정원을 확대하는 것을 넘어서 국가가 의사의 양성과 배치를 책임진다는 적극적 의미가 있는 정책"이라며 "이렇게 배출된 의사들은 공공의료기관과 지역·필수의료에서 공백을 메운다는 역할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런 방식으로 배출된 의사집단들은 왜곡된 엘리트주의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집단을 구성해 사회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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