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급·재진 환자 원칙...의료취약지·감염병 환자 등 예외적 초진 허용
"대면진료 수가의 130% 지급...건보료 인상 초래" 반발 거세
플랫폼 업계 "비대면진료TF 구성해 대정부 협의 나설 것"

보건의료노조,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이 소속된 무상의료운동본부는 30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복지부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강행을 막기 위해 긴급 규탄행동을 벌였다.
보건의료노조,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이 소속된 무상의료운동본부는 30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복지부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강행을 막기 위해 긴급 규탄행동을 벌였다.

[라포르시안] 오는 6월 1일부터 코로나19 위기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조정되면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비대면진료가 종료되고,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제한적 범위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실시된다.

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는 30일 오전 개최된 제9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추진방안을 보고하고 6월 1일부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17일 당정협의 후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추진계획(안) 초안을 공개하고,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간호협회 등 6개 의약단체와 환자단체․소비자단체, 원격의료산업협의회 등 주요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이번 건정심에서 시범사업 추진방안을 논의했다. 

복지부가 마련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추진방안을 보면 시범사업 실시기관은 의원급 의료기관을 원칙으로 하고, 병원급 진료가 불가피한 환자를 고려하여 병원급 의료기관은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시범사업 대상 환자는 ▲해당 질환에 대해 1회 이상 대면진료한 경험(만성질환자 1년 이내, 그 외 환자 30일 이내)이 있는 재진 환자를 원칙으로 한다. 소아 환자(만 18세 미만)도 대면진료 이후 비대면진료(재진)를 원칙으로 하되, 휴일·야간(평일 오후 6시(토요일은 오후 1시)~익일 오전 9시)에 한해 대면진료 기록이 없더라도 비대면진료를 통한 의학적 상담(처방 불가)은 가능하다. 

다만 ▲섬·벽지 환자 ▲거동불편자(만 65세 이상 노인(장기요양등급자에 한함), 장애인(장애인복지법 상 등록장애인) ▲감염병예방법 상 1급 또는 2급 감염병으로 확진 후 격리(권고 포함) 중 타 의료기관 진료가 필요한 감염병 환자 등은 초진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다. 

비대면진료는 대상환자 중 의사가 의료적 판단에 따라 안전성이 확보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실시한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만성질환자 등 기존에 대면진료를 받았던 환자는 해당 의료기관에서 동일한 질환에 대해 추가로 진료를 받을 경우 비대면진료가 가능하다. 만성질환자는 대면진료를 받은 지 1년 이내, 만성질환 이외 질환은 30일 이내에 한해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다.

소아 환자도 대면진료 이후의 비대면진료(재진)를 원칙으로 하되, 휴일·야간에 한해 대면진료 기록이 없더라도 비대면진료를 통한 의학적 상담은 가능하다.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는 해당 의료기관에서 대면진료 경험이 있는 재진 환자 중 병원급 진료가 불가피한 희귀질환자(1년 이내), 수술·치료 후 지속적 관리*(30일 이내)가 필요한 환자에 한해 예외적으로 비대면진료를 실시할 수 있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방식은 기존 한시적 비대면진료와 유사하다. 비대면진료 대상 환자가 의료기관에 비대면진료를 요청할 경우 의사는 비대면진료를 실시해도 안전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한해 가능하다.

의사가 환자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비대면진료가 안전하지 않거나 검사·처치 등 대면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환자에게 의료기관 내원을 권고하도록 했다. 

비대면진료는 화상진료를 원칙으로 하며, 스마트폰이 없거나 활용이 곤란한 경우 등 화상진료가 불가능할 때에는 예외적으로 음성전화를 통한 진료가 가능하다. 

비대면진료 후 필요 시 처방전 발급이 가능하며, 환자가 지정하는 약국으로 팩스·이메일 등을 통해 처방전을 전송하게 된다. 

약사와 환자가 협의해 본인 수령, 대리 수령, 재택 수령 등 의약품 수령방식을 결정하고, 구두와 서면으로 복약지도 후 의약품을 전달한다. 다만, 재택 수령은 직접 의약품 수령이 곤란한 섬·벽지 환자, 거동불편자, 감염병 확진 환자, 희귀질환자에 한해 허용할 예정이다.

표 출처: 보건복지부
표 출처: 보건복지부

이날 회의에서는 시범사업 수가도 보고됐다. 

복지부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특성상 추가되는 업무 등을 고려해 의료기관과 약국에 시범사업 관리료를 추가로 지급한다. 

의료기관은 진찰료에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관리료(진찰료의 30% 수준), 약국은 약제비에 비대면조제 시범사업 관리료(약국관리료, 조제기본료, 복약지도료의 30% 수준)를 지급한다. 

의료기관의 비대면진료와 약국의 비대면조제 건수는월 진료건수·조제건수의 30% 이내로 제한해 비대면진료만 전담하는 의료기관이나 약국이 운영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건정심 논의 결과를 반영해 오늘(30일) 시범사업 최종안을 공고할 예정이며, 6월 1일부터 3개월 간 환자와 의료기관 등의 시범사업 적응을 위한 계도기간을 부여한다.

조규홍 장관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은 의료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 건강 증진과 의료접근성 제고를 위해 불가피한 정책으로 제한된 범위에서 실시되는 것”이라며 “향후 의약계, 전문가 논의를 통해 시범사업 성과를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 발전시켜 안정적인 제도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이 소속된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이날 건정심이 열리는 장소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강행을 저지하기 위한 긴급 규탄행동을 벌였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건정심 회의에 앞서 회의장이 위치한 서울 남부터미널역 인근 국제전자센터 앞에서 7시 30분 기자회견을 열고 “플랫폼 의료 민영화를 위해 건강보험 재정 퍼주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반대한다"며 "건강보험 재정을 위협하고, 환자 의료비 증가를 초래할 ‘의료판 배달의민족’인 비대면진료를 중단하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 낭비 초래할 비대면진료 130% 수가 책정 반대 ▲배달시장 처럼 비용 폭등시키고 플랫폼 업체 배만 불릴 비대면진료 추진 중단 등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비대면진료의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는데도 졸속 추진하고 있으며, 더욱이 비대면진료 수가를 대면진료 수가의 130%를 주겠다고 한다"며 "건보료 인상을 초래할 과도한 수가 책정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나 위원장은 "지금 급한 것은 비대면진료가 아니라 응급실 뺑뺑이 사망을 막는 정책이고 공공의료 확충과 의사인력 확충을 통해 필수의료 강화와 지역의료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라며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위해서는 방문진료와 방문간호를 활성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 다양한 플랫폼 기업과 지속적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헬스산업협회는 "시범사업 관련 논의가 의료환경 개선에 기여하고, 공공성 측면에서 1차 의료를 보완하며, 사용자 입장을 함께 고민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길 기대한다"며 "비대면진료의 제도화를 위해서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며, 이번 시범사업이 비대면진료의 신뢰성을 높이고, 국내 비대면진료 환경을 다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협회는 "정부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동안 사회적 논의를 위한 협의 채널에 다양한 비대면진료 플랫폼 기업의 지속적 참여를 보장하고, 협회 소속 플랫폼 기업들은 대정부 협의 채널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며 "협회 소속 비대면진료 플랫폼 기업들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기간 동안 공공성, 상생, 자정을 기치로 자율규제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현재 비대면진료 관련 대정부 협의 채널의 참여가 매우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협회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의 목적 및 취지 달성을 위해 협회는 다양한 플랫폼 기업의 참여와 의견을 모을 수 있는 비대면진료TF를 구성해 대정부 협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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