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수(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보험위원회 부위원장)

[라포르시안]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헬스 기술의 개발 열기가 뜨겁다.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정보통신기술을 근간으로 질환의 예방·진단·치료를 위한 안전성·유효성 및 비용효과성을 제공해 궁극적으로 의료비 지출을 절감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디지털 헬스는 건강 우선순위의 필수적인 부분이어야 하며 윤리적이고 안전하며 안정적이고 공평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혜택을 줘야 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우수하고 혁신적인 기술이 개발돼도 환자가 원활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적용이라는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 이를 위해 개발자는 기술의 임상적 효용성을 비롯해 다양한 부가적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모바일 의료기술, 웨어러블 기기, 원격의료, 로봇 기술 등을 포함해 디지털 헬스 기술 범주는 매우 다양해 단편적으로 말하기가 어렵지만 디지털 치료기기를 비롯한 많은 디지털 헬스 기술은 아직 보편적으로 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디지털 헬스 기술의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평가 방법과 의사결정 방식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필자는 아시아·태평양의료기기산업협회(APACMed)가 개최한 ‘디지털 헬스 기술의 보험급여 정책 포럼’에 초대됐다. 이는 유럽과 아시아·태평양지역 정책입안자 간 논의를 통해 현재 국가마다 개발 중인 디지털 헬스 기술의 보험급여 제도에 도움을 주고자 기획된 포럼이었다. 이 자리에서는 우리나라 정부 및 산업계 관계자를 비롯해 영국·프랑스·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와 일본·호주·싱가포르 관계자들도 참여해 현행 보험급여 정책 방향 및 진행 상황, 도전과제, 성과 및 제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또한 디지털 헬스 기술의 최종 사용자로서 환자가 바라본 디지털 헬스 기술의 실제 사용, 이점 및 과제가 공유됐다.  

포럼 중 진행된 분임 토론에서는 가상의 디지털 치료기기를 선정하고 이에 대한 사례연구를 통해 각 국가에서 디지털 헬스 기술 채택을 가능케 하는 주요 요소와 장벽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특히 해당 분임 토론은 디지털 헬스 기술의 건강보험 정책 상황을 논의하고 디지털 헬스 기술의 건강보험 적용이 의료시스템, 경제 및 사회에 제공하는 편익을 살펴보고 추후 정책 프레임워크의 개발 및 구현 그리고 모범사례 공유를 위한 유익한 장이었다.

디지털 헬스 기술은 비교적 최근에 활발하게 연구개발 및 상용화되고 있고 종례 의료기술과는 차이가 크기 때문에 기존 건강보험 적용 평가 및 의사결정 방법과는 다른 접근방식이 요구된다. 이러한 점에서 세계 각국은 디지털 헬스 기술에 부합하는 기술평가, 자금조달, 보험급여 및 가격결정 방식에 대해 차별화된 방식과 가치평가 규제 틀, 보험급여 경로를 마련 중이다.

국가마다 운영하는 의료시스템 및 건강보험 제도는 다르지만 디지털 헬스 기술에 대한 잠재성과 가치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보다 원활한 디지털 헬스 기술 상용화를 위한 임상 및 비용효과 근거 요건 수준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으나 기술 개발자가 부족한 근거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우수한 기술이 사장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기술 채택의 지원 요소를 확인하고 시장진입 장벽을 없애는 노력도 함께 병행되고 있다.

이번 포럼을 통해 얻은 정보와 논의를 통해 우리나라가 디지털 헬스 기술 분야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사항을 요약해 본다. 첫째 디지털 헬스 기술 개발·발전의 생태계 마련을 위한 정부의 의지다. 이 부분에서 우리나라는 여타 국가보다 강한 의지와 노력을 보이고 있다. 둘째 정부와 의료계, 학계, 환자단체 및 산업계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긴밀한 의사소통과 협력을 통해 디지털 헬스 기술에 부합하는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근거 요건, 평가 방법 및 의사결정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디지털 헬스 기술 개발 초기 단계에서 부족한 임상 및 비용효과 근거자료를 제품 상용화 이후에도 꾸준히 구축해 나갈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국가 간 상호교류 활성화를 통해 상호 학습과 정보 공유를 강화함으로써 글로벌 기준 마련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헬스 기술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현재까지 보여준 리더십을 보다 공고히 해 모범사례를 꾸준히 축적하고 이를 다른 국가와 선제적으로 공유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점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된다.

세계 각국은 디지털 헬스 기술을 공정하고 경제적이며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환자 건강증진 및 개선에 대한 기대가 매우 높다. 또 디지털 헬스 기술은 의사가 환자 건강에 대한 전체론적 관점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환자가 더 나은 의료서비스에 접근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건강에 대한 소유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며 질병 예방 및 관리 증가를 통해 더 건강한 사회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의료 성과를 높이고 비용을 낮추고자 하는 ‘가치 기반 보건의료’(Value-Based Health Care·VBHC) 달성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