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인터뷰 in터뷰
[in-터뷰] “뇌혈관질환, 만성질환 단계부터 통합적 치료 이뤄져야”유찬종(가천대 길병원 뇌혈관센터장)

[라포르시안] 인구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가장 우려되는 질환 중 하나가 뇌질환이다. 우리나라 만 65세 이상 인구는 2022년 12월 31일 현재 926만 7,290명으로, 총인구의 18%를 차지했으며, 오는 2025년에는 고령 인구의 비중이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이 예상되고 있다. 

고령 인구의 증가에 따라 뇌혈관질환 환자도 늘고 있다. 지난 2021년 국내 뇌졸중 환자 중 60대 이상의 비율은 83.4%에 이른다. 지난해 한국인 사망원인 4위를 차지한 뇌졸중은 2030년에는 연간 35만 건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인구 고령화와 뇌질환 증가가 맞물리면서 만성질환 단계부터 통합적 치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예방과 치료, 재활까지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이뤄져야 하지만 국내 환경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라포르시안은 가천대 길병원 뇌혈관센터 유찬종 센터장을 직접 만나 국가적 뇌질환 관리 방향에 들어봤다.

- 우리나라의 뇌질환 발병 양상과 치료 방향은.

= 최근 관심을 많는 치료를 보면 생물학적 제제, 면역억제제, 카티(CAR-T) 등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국내 인구 고령화 측면에서 심뇌혈관, 특히 뇌혈관질환은 국가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할 질환이라고 생각한다. 고령이 됐다는 것은 그만큼 인체 기관의 변화가 많이 올 수 있는 나이가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균 수명은 길어졌지만 인간의 DNA 자체는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인체는 망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질환에 대한 치료도 많이 증가했다. 대표적인 것이 심장질환이다. 그러다보니 고혈압이나 뇌경색 등은 상당히 줄었지만, 동맥경화 등 혈관이 두꺼워지고 좁아지는 질환들은 상대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과거 뇌질환 치료는 예방적이라기보다는 응급 상황이 생기면 그때 그때 치료하던 것이 일반적이다. 사실 지금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긴 하지만 치료의 방향을 예방에 많이 주력하고 있다. 최근 여러 사건들로 인해 뇌혈관질환의 급성기 치료가 부각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만성기를 치료해야 한다. 그래서 뇌질환 만성기 치료에 노력하고 있는 것 중 뇌동맥류 파열 의심환자에게 미리 코일 색전술, 클립 색전술 등의 결찰을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 뇌혈관이 좁아져 있을 때 혈관을 넓혀줄 수 있는 약물을 처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 아직은 뇌질환에 대한 인식이 중증과 급성기에 맞춰져 있는 것 같다.

= 뇌혈관질환을 종양과 같이 큰 병으로만 보는데,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다고 생각해야 한다. 뇌질환 환자가 돈이 없으면 무슨 약을 먹어야 하는지 물어보면 고혈압 약이나 당뇨병 약이라고 설명한다. 기본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고령 환자들이 힘이 없는 것 같다, 침을 흘린다,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와서 보면 소혈관이 손상된 경우가 많다. 이런 환자에게 바로 약을 쓰기 보다는 왜 그런지 설명해 주고 어떻게 하면 좋은지를 가르쳐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들 뇌질환에 대해 거창하게 생각하다보니 대형병원을 찾는데, 만성기에 대해서 인식이 없다. 그런 환자들은 치료 만족도가 분명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만성질환자들이 급성기로 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최대한 늦출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의료진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센터에서 만성질환을 관리하다보면 기존 진료과와 겹치는 부분도 많을 것이다. 뇌혈관센터에서 말하는 만성기질환이라면 주로 외과의 동맥협착 질환이 대부분일 것이고, 소혈관 질환으로 문제되는 환자도 많을 것이다. 그런 환자들을 외과에서 약으로 조절하다가 최악의 상황까지 가서 뇌혈관센터에 넘긴다고 결과가 반드시 좋을 순 없다. 그런 상황에 이르기 전에 환자의 증상과 상태에 따라 의료진끼지 협의를 하고 치료하자는 것이다. 

- 뇌혈관질환의 관리 목표가 예방부터 치료까지 포괄적이어야 한다는 의미인가. 현재 시스템으로 가능한가.

= 예전에는 치료의 목표가 증상의 개선이었다면, 이제는 증상이 생기지 않게 예방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뇌혈관센터의 목표 중 하나는 뇌혈관질환 환자가 생기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아직까지 예방의 단계로 진입하지 않은 이른 단계(early stage) 환자들의 만성질환 관리부터 들어가야 한다. 심뇌혈관센터라는 컨셉은 정말 좋은 것 같다. 심장혈관과 뇌혈관은 다른 혈관이 아니라 같은 혈관이다. 심장혈관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뇌혈관에 질환이 없겠나. 이런 점에서 심뇌혈관센터라는 컨셉은 지난 10년 간 아주 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향후 심뇌혈관센터의 목표는 다학제를 통해 진료과 간 협조하고 어떻게 환자를 줄여갈 것 할 것인가에 맞춰져야 한다. 

지금은 급성기 치료가 목표인데, 이를 바꿔야 한다. 급성기는 따로 봐야 한다. 최근 급성기 치료가 이슈가 된 이유가 무엇인가. 대부분 응급실에서 받지 못해서 잘못된 것이지, 의사들이 급성기 치료를 할 줄 몰라서 문제가 됐다는 지적은 많지 않다. 때문에 급성기 치료는 다이렉트하게 연결되는 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돌아가게 만들면 된다. 

대신 심뇌혈관센터는 전체 혈관들에 대해 고민해서 만성질환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우리나라 보건 정책의 대부분 예방이 주축이 돼 있는데, 심뇌혈관은 아직은 예방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심뇌혈관센터라고 하지만 심장, 뇌혈관, 재활 등 모두가 각 파트 안에서 따로 돌아간다. 결국, 센터 내 한 식구가 아니라 한 센터에 여러 명을 모아놓은 이질적 집단이라고 보면 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냐면 근본적으로 만성질환을 어떻게 대처하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시작조차 돼 있지 않기 때문이고 통합적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이다. 센터 내 통합의 주체는 어느 진료과가 맡든 상관없다. 능력이 있는 사람이 컨트롤타워가 되는 것이 중요하고, 이같은 종합적 능력을 키워주고, 이런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 국내 의료 환경에서 실제 다학제 진료는 쉽지 않다는 의미인가. 

= 대한민국 내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경제 논리를 무시할 수 없다. 대학병원에서 환자를 보면 2만원을 받는다. 검사를 받거나 특수한 장비를 쓰면 10~20배 이상을 받는다. 의사들이 진료비를 충분히 받을 수만 있다면 상담과 진료를 위해 10~20분의 투자가 가능하다. 3분 진료와 같은 문제를 기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이에 대해 제대로 진료를 했는지, 어떤 상담을 했는지 평가해야 한다. 병원을 평가할 때 진료를 어떤 식으로 잘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면 30분 진료에 10만원을 준다고 해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박리다매를 해야 병원이 운영되는 구조 아래서 다학제 진료는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 

각 과들이 모여 컨퍼런스를 일주일에 1번 이상 진행하고 문제될 수 있는 환자들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논문만 볼 것이 아니라 그런 환자들한테 적합한 치료 방법이라는 새로 주제로 의견을 나눠야 한다. 한 환자에 대해 진료과별로 이야기해 줄 수 있는 게 다른 만큼, 장기적으로 하다 보면 의료진들의 지식과 생각의 범위도 넓어져 서로 믹스업(mix up)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길병원 뇌혈관센터의 경우 이제 시작 단계인 만큼, 매주 컨퍼런스는 쉽지 않지만 한달에 몇 번씩 진료과별로 환자 케이스를 모아와서 이야기 하고 그 환자를 꾸준히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다. 

손의식 기자  pressmd@rapportian.com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손의식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icon추천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