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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인력 부족에 PA 간호사·방사선사 등 불법의료 내몰려..."업무분장 엉망진창"보건의료노조, 직종간 업무범위 명확화.PA간호사 불법의료 근절 등 요구
"대부분 병원서 간호사가 법 지키며 업무 수행시 운영 불가능"
사진 출처: 보건의료노조

[라포르시안] 의사인력 부족으로 병원 내에서 면허범위 이외의 불법의료 행위가 만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PA(Physician Asistant) 간호사 외에도 방사선사가 수술실에서 봉합을 하고 초음파 검사를 실시하고 판독까지 한다는 증언이 나왔다. 

보건의료노조 지난 25일 서울 영등포구 노조 본부에서 '간호법 쟁점이 던진 보건의료 근본과제 해결'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 직종별 업무범위 명확화 ▲ PA(진료보조) 간호사 등의 불법의료 행위 근절 ▲ 간호사 처우개선 등 3대 핵심요구를 제시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직종별 업무 범위 명확화를 위해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근거한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 정상화, 위원회 산하에 모든 직종대표가 참가하는 업무범위조정위원회(가칭)를 설치해 즉각 논의에 착수할 것을 요구했다. 

PA 간호사 불법의료 근절을 위한 방안으로 정부 연구용역과 시범사업에 근거한 불법의료 근절 근본대책 마련 및 의사인력 확충을 요구사항으로 내걸었다. 

간호사 처우개선을 위해서는 근무조당 간호사대 환자 비율 1:5 제도화 방안과 일정 제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교대제 개선 시범사업 전면 확대 등을 제시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순자 위원장은 "간호법을 둘러싼 갈등의 근본적인 책임은 제정 이후 60년 동안 거의 개정되지 않은 채 현실과 동떨어진 ‘허술한 의료법’과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시장에 맡긴 채 자기 역할을 다 못하고 있는 ‘보건복지부의 무능’에 있다"고 지적하고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조규홍 복지부 장관 공식 면담을 요구했다.

나 위원장은 "직종별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하도록 모든 직종 대표가 참가하는 (가칭)업무범위조정위원회 설치와 PA 간호사 불법의료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과 의사 확충, 간호사 대비 환자의 수를 5명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며 "이러한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6월 8일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보건의료 현장의 실상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한 면담과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면 7월 전국 200여 의료기관이 참가하는 보건의료산업 총파업을 단행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의료기관 소속 간호사와 방사선사 등이 참석해 가면을 쓰고 익명으로 의료현장에서 이뤄지는 불법의료 실태를 증언했다.  

병원에 근무하는 한 PA 간호사는 "전담간호사로도 불리는 PA 간호사들은 반(半)의사로 불릴 정도로 의사업무를 보조하고 있다"며 "처방전 발행, 비위관 삽관과 발관, 동맥혈 채취, 상처 봉합, 환자 처치와 수술, 수술동의서 설명과 보호자 동의받기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전공의들은 PA간호사가 수련 기회를 박탈한다고 주장하면서 처방전 발행을 지시하고 환자 처치를 요구한다"며 "간호사들은 병원과 의사 지시에 따라 환자를 치료할 뿐이지만 그 불법 의료의 책임은 지시한 병원과 의사가 아니라 행위를 한 PA간호사에게 돌아온다. PA 간호사들은 불법을 저지르는 범법자가 아니라 합법적인 간호업무를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중소병원에 근무하는 한 간호사는 "대한간호협회가 운영하는 불법의료신고센터에 접수됐다는 수만 건의 불법 의료행위는 의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중소병원에선 수십 년 전부터 간호사들이 해왔던 업무"라며 "높은 임금을 주지 못해서 전문의는커녕 인턴, 레지던트도 구하지 못하는 중소병원에서는 의사 업무를 간호사와 다른 직역의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지속 가능한 보건의료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의사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5월 25일 보건의료노조 본부에서 열린 '간호법 쟁점이 던진 보건의료 근본과제 해결'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 의료기관 소속 간호사와 방사선사 등이 참석해 가면을 쓰고 익명으로 의료현장에서 이뤄지는 불법의료 실태를 증언했다. 사진 출처: 보건의료노조

대형병원 영상의학과에서 전문의가 부족해 방사선사에 의한 불법의료가 이뤄진다는 증언도 나왔다.
 
대학병원에 근무하고 있다는 한 방사선사는 "의사인력이 부족한 것은 영상의학과도 마찬가지다. 혈관조영실에서는 방사선사들이 검사와 시술 후 검사처방을 하고 간호사가 부족하면 시술 보조와 마무리 봉합까지 하는 일도 있다"며 "역으로 간호사가 방사선 발생장치를 조작하는 일도 있으며, 방사선사가 초음파 검사를 직접하고 검사결과(판독)를 의사 이름으로 넣는 경우도 있다"고 증언했다. 

직종간 불명확한 업무범위 규정도 불법의료를 초래하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대학병원 소속 간호사는 "보건복지부의 방관으로 병원의 업무 분장은 엉망진창이다. 직종 간 업무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간호사의 업무인지, 임상병리사의 업무인지, 방사선사의 업무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고 시간을 지체해서 환자에게 위험이 생기면 안 되기 때문에 일단 닥치는 대로 일을 한다"며 "대형병원은 인력이 많아서 업무 분장이 잘 되어있으리라 생각하지만, 대한민국 대부분 병원은 간호사들이 법을 지키며 자기 일만 한다면 운영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오는 6월 8일 서울 도심에서 5,000여명 이상이 참가하는 총파업 투쟁승리 결의대회와 거리행진을 통해 '직종간 업무범위 명확화, 불법의료 근절, 간호사당 환자비율 1:5 등 간호사 처우개선'을 촉구할 예정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이후에도 정부가 구체적인 정책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노조 소속 200여개 의료기관에서 6월 말 산별 동시 쟁의조정을 신청하고, 7월부터 기한 없는 산별총파업 투쟁에 돌입할 방침이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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