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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도, 지향점도 없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누굴 위한 것인가[뉴스&뷰] 한시적 비대면 진료 중단 앞두고 느닷없이 '시범사업' 추진
코로나 3년간 3천만 건 넘는 비대면 진료 실적 분석은?
감염병 재난 종료 따라 중단해야..."시범사업은 플랫폼 업체 돈벌이 위한 것"

[라포르시안]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가 오는 6월부터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을 앞두고 있다. 위기경보 단계가 낮아지면 2020년 2월 23일부터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해 허용해 왔던 의사-환자 간 비대면 진료도 중단된다. 

당초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던 취지를 생각하면 당연한 조치다. 

2020년 2월부터 대구와 경북지역을 시작으로 전국적인 코로나19 유행 확산이 시작되자 정부는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했다. 국민이 의료기관을 이용하면서 감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의료기관 이용의 한시적 특례 방안으로 '비대면 진료'도 허용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방안' 공고를 통해 "코로나19 감염병 위기대응 심각단계의 위기경보 발령 기간 동안 의사의 판단에 따라 안전성 확보가 가능한 경우 환자가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한다"고 했다. 이렇게 시작한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현재까지 지속해온 것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에 대한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 선포를 지난 5월 6일자로 해제했다. 2020년 1월 30일자로 위기상황을 선포한 이후 약 3년 4개월 만이다. 여기에 발맞춰 한국 정부도 감염병 위기단계를 내달 1일자로 '심각'에서 '경계' 단계로 하향 조정하기로 정했다.  

일련의 상황을 따져보면 코로나19 위기단계가 낮아지면 비대면 진료를 중단하는 게 당연한 조치이다.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도입했던 이유가 의료기관을 이용하면서 감염되는 것을 방지하고 유행 확산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견의 여지가 없다. 감염병 유행에 따른 의료기관 이용 제한이나 감염 우려가 거의 사라진 상황에서 굳이 비대면 진료를 지속해야할 이유도 없다. 

이미지 출처: 보건복지부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방안> 공고 중에서.

그런데 정부가 한시적으로 허용한 비대면 진료를 아예 제도화하자는 방안을 들고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한시적 비대면진료를 실시하면서 비대면 진료의 효과성과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와 지난 2월 9일 가진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 추진 원칙에도 합의했다. 양 측이 합의한 비대면 진료 제도화 추진 원칙은 ▲대면진료 원칙, 비대면 진료를 보조수단으로 활용 ▲재진환자 중심으로 운영 ▲의원급 의료기관 위주로 실시, 비대면 진료 전담의료기관 금지 등이다.

의사와 환자 간 비대면 진료를 중계하는 플랫폼 업계는 의정이 합의한 비대면 진료 제도화 추진 원칙에 반발했다. 재진 환자 중심으로 제도화가 이뤄지면 관련 플랫폼 업체가 모두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이 참여하는 원격의료산업협의회(이하 원산협)는 "보건당국이 ‘재진 환자’만을 위한 ‘포지티브 규제’로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추진함으로써 직장인, 워킹맘 등 1379만 명의 국민이 만 3년간 경험했던 비대면 진료와 이를 운영했던 기업들은 모두 고사 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의 우려가 제기되고 법안 처리가 지지부진해한 상태에 빠지자 복지부에서 느닷없이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들고 나왔다. 

6월부터 감염병 위가단계 하향 조정으로 비대면 진료가 중단되면 시범사업 형태로 이를 지속하겠다는 의도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한시적 비대면 진료 근거가 사라지게 되자 이번에는 '보건의료기본법'에서 비대면 진료를 지속할 수 있는 명분을 찾았다. 

보건의료기본법에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근거가 될 수 있는 조항은 제40조와 제44조다. 이 법 제40조(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감염병의 발생과 유행을 방지하고 감염병환자에 대하여 적절한 보건의료를 제공하고 관리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해 놓았다. 제44조(보건의료 시범사업) 제1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새로운 보건의료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필요하면 시범사업을 실시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복지부는 이를 근거로 오는 6월부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어떻게든 비대면 진료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필요성은 물론 정책적인 지향점도 찾아보기 힘든 결정이다.  

앞서 비대면 진료는 원격의료라는 이름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수십 차례에 걸쳐 시범사업을 실시해왔다. 2010년~2013년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355억 원을 들인 시범사업을 통해 원격의료가 원격진료가 대면진료보다 효과적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산자부가 시범사업 결과 중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일부분만 발췌해 발표하는 등 사실관계를 심각한 사실이 드러나고, 임상적으로 원격의료 우수성을 입증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됐다. <관련 기사: “산자부, 원격의료 시범사업 나쁜 결과 다 은폐…대국민 사기”>

이후 정부 주도로 실시한 여러 차례 시범사업서도 임상적 유효성과 안전성 등을 입증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다른 걸 제쳐두더라도 코로나19 유행으로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 최근 3년 동안 총 1,379만 명 대상으로 3,661만 건의 비대면 진료가 이뤄졌다.  

복지부는 지난 3월 3년여간 실시한 한시적 비대면 진료 현황과 실적을 발표하면서 "한시적 비대면진료를 실시하면서 비대면 진료의 효과성과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었고, 대형병원 쏠림 등 사전에 제기되었던 우려도 상당 부분 불식된 것으로 판단한다"며 "한시적 비대면 진료의 성과를 바탕으로 의료법 개정을 통한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3000만 건이 넘은 비대면 진료 실적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감염병 유행에 따른 의료기관 내 감염 우려가 사라진 지금,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중단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들고 나온 건 관련 플랫폼 업체를 의식한 정책이라는 의구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시민단체에서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원격의료를 지속해 원격의료 플랫폼 업체들의 이윤을 보장해 주려는 꼼수"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코로나19로 재미를 톡톡히 본 원격의료 플랫폼 업체들이 비대면진료를 지속하게 해 달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들은 비대면진료의 안전성, 효과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없고 오로지 코로나19 종식과 함께 자신들의 돈벌이가 사라지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며 "이들의 요구에 윤석열 정부가 법을 우회한 시범사업이라는 꼼수로 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염병 재난 상황에서 비상수단으로 비대면진료를 허용했던 것으로, 현재 대면진료가 불가능한 상황도 아닌데 비대면 진료를 지속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보단 플랫폼 업체들의 돈벌이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관련 기사: 달빛어린이병원·비대면 진료보다 노동시간 단축이 더 필요하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3천만 건 이상의 비대면진료를 하고도 제대로 된 정밀 평가와 분석도 없이 또다시 시범사업을 벌이겠다는 걸 보면 정부와 원격의료 관련 자본들이 얼마나 원격의료에 안달하는지 알 수 있다"며 "윤석열 정부는 플랫폼 업체들과 의료기기 업체, IT 업체, 통신 재벌, 민간보험사들의 이윤을 위한 원격의료 추진이 아니라, 공공병원과 필수 의료인력 확충에 관심을 가지고 아낌없는 재정을 투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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