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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거부권이 초래한 '유령 간호사'의 준법투쟁...어떤 파장 부를까간호협회, PA 간호사 관련 불법 업무지시 신고 독려 나서
복지부 "6월에 협의체 구성해 PA 문제 개선방안 마련"
대전협 "PA 간호사 대리수술·처방, 비정상적 의료환경...의사·간호사 채용 늘려야"

[라포르시안] “우리는 전산이나 기록, 차트 어디에도 남지 않는 사람이다. 병원이 기록을 남기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병원은 불법인 걸 알면서도 일을 시키기 위해 법을 피하고자 한 것이다” <2021년 5월 12일 보건의료노조가 '국제간호사의 날'을 맞아 개최한 현장 좌담회에 참석한 PA 간호사의 증언 중에서>

보건의료계 직역 간에 간호법 제정을 둘러싼 논란이 거센 가운데 이 문제가 PA(Physical Assistant, 진료보조인력) 문제로 확산될 조짐이다. 특히  간호계가 운석열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에 대응해 PA 간호사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PA 인력의 업무범위를 둘러싼 논란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PA 간호사는 의사인력이 크게 부족한 대학병원 등에서 의사업무를 대체하기 위해 활용되는 인력으로, PA 간호사가 수술과 시술 등에서 의료법상 불법으로 규정된 면허 이외의 의료행위를 수행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PA는 병원 내에서 공식적으로는 그 역할과 활동이 드러나지 않는 '유령' 같은 존재다. 진료실과 수술실 등에서 의사가 해야할 역할을 대신하고 있지만, 그런 역할 자체가 외부로 공개되는 게 금기사항이기 때문이다. 

병원간호사회가 매년 회원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병원간호인력 배치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병원에서 근무하는 PA 간호사 수는 2010년까지만 해도 1,000명 정도에 그쳤지만 2020년에는 5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보건의료노조는 현장 실태조사 등을 통해서 PA 간호사 수가 1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전공의특별법 제정 이후 전공의 근무시간이 주당 80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단축되자 수련병원 중 상당수가 그에 따른 업무공백을 PA 간호사로 대체하는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  <관련 기사: 의사인력 확충 대책은 지지부진...PA 간호사 활용만 쑥쑥 늘어>

의사인력이 부족한 병원에서 PA 등 간호사가 대리수술이나 대리처방 등 불법 의료행위가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게 현실이다. 

보건의료노조가 올해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간호사들이 의사인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의사업무를 대신한 경험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를 보면 간호직에서 '의사 업무를 대신하느라 내 업무가 늘어나는 일이 자주 있음'이라는 응답이 48.1%에 달했다. '의사 대신 시술/드레싱을 한다'가 44.9%, '의사를 대신해 처방한다'가 43.5%에 달했다.

PA 인력을 활용해 병원에서 가장 많이 벌어지는 불법 의료행위는 ▲대리 처방 ▲동의서·의무기록 대리 작성 ▲대리 처치·시술 ▲대리 수술 ▲대리 조제 등이다. 

의사 업무를 전담하는 PA 간호사 외에도 병동과 외래,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일반 간호사 역시 대리 처치와 시술, 처방 등 불법의료를 대부분 경험하고 있었다. PA 간호사는 전체 근무시간 대비 의사 업무 비중이 68%라고 답했는데, 일반 병동 간호사도 근무 시간 중 37% 동안 의사 업무를 대리한다고 답했다.

보건의료노조가 2021년 5월 12일 개최한 현장 좌담회 모습. 이날 좌담회에 PA 간호사 2명과 중환자실 간호사 2명이 신변 보호를 위해 가면을 쓰고 참가해 의료현장에서 벌어지는 불법의료 실태를 증언했다. 사진 출처: 보건의료노조

모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신규 간호사가 들어오면 먼저 의사 아이디로 처방 내는 방법을 가르쳤다"며 "반면 인턴 의사, 전공의는 처방하는 방법을 배우지 않는다. 결국 환자 처방은 모두 간호사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외과 PA로 근무하는 한 간호사는 "집도의가 바빠 수술실에 늦게 들어오면 집도의가 오기 전까지 대신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의사가 직접 해야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네가 거기 있으니 네가 좀 하라’고 지시해 충수돌기(맹장), 담낭, 위장 절제까지 하곤 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대한간호협회는 지난 22일 불법진료 신고센터 운영과 함께 모든 회원을 대상으로 간호 업무 외 불법 업무지시 신고를 독려하고 나섰다. 

간협은 의사의 불법업무 지시로 검사(검체, 채취, 천자), 치료·처치 및 검사, 처방 및 기록, 수술, 약물관리, 튜브관리 등 6가지 항목으로 분류하고, 각 항목별로 세부적인 업무리스트를 제시했다. 

치료·처치 및 검사 항목에서 제시한 불법 업무는 봉합과 관절강내주사, 초음파 및 심전도 검사 등이다. 수술 항목에서는 대리수술, 수술 수가 입력, 수술부위 봉합 등을 제시했고, 처방 및 기록에서는 대리처방, 의약품 처방 및 처치·검사 처방, 대리기록, 협진의뢰작성 , 검사 및 수술동의서 작성 등을 세부적인 불법업무 리스트에 포함했다. 

김영경 간협회장은 “의사의 불법 업무지시를 근절하고, 간호법 거부권 행사에 대한 준법투쟁을 위해 불법업무 지시 사례를 신고받고 있다”면서 “의료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불법 업무지시에 대해 강력하게 거부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한간호협회가 제작한 '불법 업무지시 신고 웹포스터' 이미지 갈무리.

간호협회의 이같은 대응에 보건복지부는 지난 22일 협의체를 구성해 PA 문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간호협회가 ’간호사가 수행 시 불법이 되는 업무 리스트’로 배포한 24개 행위의 경우 문구 그 자체만으로는 불법이라고 일률적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의료법에 따라 간호사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지도하에 진료의 보조업무를 할 수 있다"며 "기존 대법원 판례는 개별 행위가 간호사가 수행할 수 있는 진료 보조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일률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고, 행위의 객관적인 특성상의 위험, 부작용 혹은 후유증, 당시 환자의 상태, 간호사의 자질과 숙련도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해 개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PA 문제 해결을 위해 6월부터 협의체를 운영해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전문가, 현장 종사자, 관련 단체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6월부터 구성해 PA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본격적으로 착수할 계획"이라며 "협의체 논의를 통해 병원의 인력구조, 보건의료인 간 업무범위 등 ‘PA’ 문제와 관련된 전반적인 논의를 통해 제대로 된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 19일 성명을 통해 간호협회가 의사의 불법적인 업무 지시를 거부하는 ‘준법투쟁’을 추진하겠는 것에 대해 환영하다는 입장을 냈다. 

대전협은 "전공의법 시행 이후 PA(진료지원인력)가 전공의의 빈 공백을 메우도록 종용하거나 이를 지지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며 "의사의 아이디를 빌려 간호사가 대리처방과 대리수술을 하는 것이 정상적인 의료 환경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공의와 평간호사는 애증의 동료로, 만연한 PA 진료지원인력의 대리처방, 대리수술은 간호사의 잘못 아닌 병원의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전공의 수가 부족해 간호사가 불법 행위를 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란 간호계의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전협은 "PA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공의 수를 더 늘려도 병원에서 전문의를 충분히 채용하지 않는다면 이들은 다른 분야에 종사할 것"이라며 "간호대 증원에도 불구하고 간호사 처우 개선이 되거나 1인당 환자 수가 감소하였다는 이야기는 별로 들어보지 못하였으니 중증의료 의사들도 전문의 수는 많아지는데 열악한 처우(36시간 연속근무 등)를 감내하는 병원간호사와 똑같은 처지"라고 주장했다. 

대전협은 "간호사가 힘든 것도 늘어나는 병상과 상급종합병원 의료이용에 비해 병원에 의사와 간호사가 충분히 채용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의사가 의사의 업무를 담당하는 정상적인 의료환경 구축을 희망하며, 간호사는 간호사 업무만 하고싶다는 외침에도 깊이 공감한다"고 밝혔다. 

불법과 합법의 모호한 경계에서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PA 간호사의 대리처방과 대리수술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데 공감을 표시했다. 

대전협은 "이를 해결하려면 결국 병원에 의사와 간호사를 더 고용해야 한다. 병상 당 인력기준을 만들어 의사와 간호사를 추가로 채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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