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형(제이엘메디랩스 대표이사)

[라포르시안] 필자는 헬스인·싸를 통해 스타트업의 성장 조건을 주제로 한 번쯤 다뤄보고 싶었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은 기업 가치·투자 유치 금액·직원 수 등 외부에 보여지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대부분 스타트업에서는 외부 평가와 내부 직원의 목소리가 다르거나 격차가 큰 경우가 적지 않다.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날까? 필자는 이 부분을 고찰하면서 국내 스타트업들이 보다 착실한 내부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 문화가 자리잡히기를 바라며 그 이유를 살펴보고 진심 어린 충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내부적으로는 고인돌과 굴러온 돌 사이의 갈등이다.

이는 회사 규모나 국내외 기업을 막론하고 100% 일어나는 현상이다. 다만 스타트업의 경우 투자를 받을 때마다 우수 인재를 영업하게 되는 만큼 좀 더 빈번하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특히 초기 스타트업은 신규 채용을 통해 회사 역량을 크게 높여야 하는 문제와 결부돼 있기 때문에 갈등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필자는 두 그룹 간 갈등을 인간의 생존 본능 관점에서 본다. 이때 창업자 및 경영진의 판단력과 결정력이 중요하다. 그래야 회사도 성장시키면서 새로운 인력이 안착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 수 있고 또한 기존 인력도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어느 한쪽을 편드는 것이 아니라 양 그룹이 소통하고 협업을 통해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이다.

시간이 지나 뒤돌아보면 옳고 그름의 문제이기 보다 감정적인 부분이나 서로 간의 소통 방식 차이에 따른 불협화음이 나는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서로의 다른 관점이나 의견을 경청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인 셈이다. 이 부분은 감히 스타트업 내부 성장의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둘째 외부적으로는 밖으로 내세울 수 있는 성과를 투자자가 스타트업에 요구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지적하지 않아도 회사 기술력이나 잠재성만이 평가된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는 일반적인 상장기업과 비교할 때 투자자에 의해 많이 부풀려진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비즈니스에 전혀 경험이 없는 투자자가 창업자에게 컨설팅하는 웃지 못할 경우도 많이 본다. 본 것 그리고 할 수 있는 것과 해본 것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

그래서 선수는 부족해도 팬만 수두룩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내부 성장을 도모하며 착실하게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은 너무 현실성이 떨어지는 일일지 모른다. 특히 투자를 받아서 운영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내부 소리보다 외부 투자자 소리에 더 경청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처해있다.

따라서 스타트업 CEO는 자신의 회사와 결이 맞는 투자자를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 또 다른 한 가지는 무엇인가를 빨리 이루거나 크게 이루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회사의 본래 설립 목적과 미션에 부합해 확고하게 갈 수 있느냐가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특히 외부에서 보는 회사뿐만 아니라 내부 소리도 경청했을 때 올바른 답을 찾을 수 있다.

셋째 창업자를 포함한 경영진의 소통 능력이 회사 성장과 직결된다. 대체로 기술 중심으로 창업한 스타트업의 R&D 핵심인 창업자의 경우 해당 분야에 전문가인 경우가 많고 오랫동안 관련 분야를 연구했을 가능성 또한 높다. 이 부분이 때로는 장점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소통적인 측면 그리고 기술을 객관적으로 한 발짝 떨어져서 보는 관점에 있어서는 치명적일 때가 많다. 그렇다고 전문 경영인은 다를까?

물론 다른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스타트업에서의 경험은 전무하다 보니 기술이나 개발이나 회사를 빌드업 하는 부분에서 경험이 일천함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경험과 성공 잣대로 회사를 리딩하는 일도 허다하다. 그래서 소통이 필요한 것이다. 최소한 경영진에서는 기술적인 부분에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그리고 앞으로 하려는 방향성에 있어서는 명확해야 한다.

그 다음이 회사 제품 개발 전략과 비즈니스 방향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경영진의 합의를 바탕으로 전체적인 로드맵을 통한 내부 직원과의 소통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스타트업에서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경영진 레벨에서는 어느 정도 공유·합의에 이르지만 정작 직원과 경영진 간 소통에는 격차가 있어 보인다. 따라서 대체로 대표나 경영진 혼자 달려가는 경우가 많다. 직원들은 뒤돌아서 수군거린다. “저거 누가 하고 있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계획도 나오고 매출도 나오네” 등등 말이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경험한 불통의 사례로 글을 마무리한다. 모 회사에서 정책을 만들고 직원 모두의 동의를 얻은 후 시장에 제품을 출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비즈니스에 대해 경험이 없던 창업자는 실수를 줄이고자 외부 컨설팅을 받거나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을 거치곤 했다. 이후 컨설팅의 영향인지 이미 협의를 거쳐 출시하기로 한 정책은 원점으로 돌아갔고 대신 외부 컨설팅 의견에 따라 정해진 날짜에 제품이 출시됐다.

그리고 1년 후 해당 컨설턴트는 본인이 컨설팅했던 회사의 비즈니스 책임자로 입사했다. 그 책임자는 회의 자리에서 개발자에게 “누가 이렇게 제품을 만들었냐?”고 호통을 쳤고 이를 본 창업자는 황당해하며 당신이 컨설팅해 준 것이라고 답했다. 이 에피소드는 경영진의 대표적인 불통 사례를 보여주는 것으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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