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

[라포르시안]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예·결산부터 정관 개정, 사업계획 승인 외에도 임원의 인준과 불신임, 의사 윤리와 관련한 부분까지 사실상 협회의 모든 사업 및 업무와 관련해 집행부를 격려하면서도 견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대의원회 박성민 의장은 2021년 4월 25일 열린 제73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제30대 의장으로 선출됐다. 당시 박성민 의장은 소통과 화합으로 하나되는 의료계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의료계를 둘러싼 상황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일부 시도지부 내의 갈등은 여전히 봉합되지 않고 있으며, 무엇보다 간호법과 의료인면허관리강화법(의료법 개정안)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역부족인 것도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이달 22일과 23일에는 제75차 정기대의원총회도 예정돼 있다. 의협 출입기자단은 지난 12일 의협회관에서 박성민 의장을 만나 정기대의원총회 주요 현안을 비롯해 현 상황에서 집행부와 비대위에 대한 평가 등을 들어봤다.

 

- 올해 정기대의원총회에 상정된 안건 중 주목할 만한 사안이 있나.

= 정기대의원총회에 상정된 안건을 살펴보면 수가 개선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개편 등 대부분 예전과 대동소이하다. 그만큼 의료계가 바라는 의료제도와 정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다만, 새롭게 올라온 안건도 몇가지 있다. 첫 번째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의 간선제 전환이다. 직선제에서 투표권이 있는 회원 수는 전체 14만명 중 5만명 정도에 불구한데, 정작 투표에 참여하는 인원은 2만여명 정도다. 결국 6,000명 정도의 지지만 받으면 회장으로 당선된다. 이로 인해 정당성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함께 탄핵 등 부정적 의견이 제기되고 있어 예전처럼 간선제로 전환하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직선제와 간선제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현 시점에서 간선제를 논의 테이블에 올릴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다만, 현재 대의원 수 240명으로는 민의를 반영하기에 상당히 부족하다. 300~350명까지 증원해야 할 것 같다.

신축회관 대관을 활성화하자는 의견도 상정됐다. 신축회관 지하에 300명 정도가 들어가는 강당이 있는데 대의원총회를 할만큼 크진 않고, 임시대의원총회 정도 할 수 있는 규모인데 비워놓기엔 아깝다. 이런 점에서 대관 활성화 의견은 좋은 안건이라고 생각한다. 국가예방접종사업 참여를 위한 반복교육 폐지 안건도 올라왔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예방접종 교육을 상당히 많이 받고 있다. 코로나는 코로나대로, 폐렴, 성인독감 등 기존 예방접종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 코로나는 변이가 생길 때마다 교육을 받는데 교육시간이 짧아 크게 부담은 안 된다. 문제는 일반적으로 받는 필수 또는 기본 교육인데, 어떤 경우는 3시간씩 소요된다. 폐렴과 독감 등을 구분해서 교육 받는 것은 부담이 많이 가기 때문에 통합해서 한번에 받게 해달라는 의견이 많다.

- 지난해 정총 당시 정족수 미달로 파행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올해는 대비책이 마련됐나. 

= 작년에는 내빈도 상당히 많았고, 중앙윤리위원회 위원 선정에 대해 대한의학회와 한국여자의사회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데 1시간 이상 소요될 정도로 길었다. 때문에 정관 개정에 대한 안건이 점심 시간 이후인 2부로 넘어가면서 정족수가 미달된 것 같다. 이로 인해 운영위원회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고, 정관 개정을 1부에서 하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런 이유로 일정을 바꾸는 것은 대의원회의 위상과 명예를 스스로 격하시키는 것이라며, 대의원들의 양심과 책임의식을 믿자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번 정총에선 대의원들을 믿고 예년처럼 진행키로 했다. 

- 지난 임시대의원총회에선 일부 방청회원들이 욕설과 고성으로 회의 진행에 어려움이 컸다는 지적도 있었다. 정총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 않나.

= 정총에서 임총 당시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강하게 대처할 계획이다. 대의원뿐만 아니라 회원 모두가 토론 문화에 있어서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자신의 의견이 타인에게 중요하게끔 받아들여지도록 하려면 남의 의견도 중요하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아야 성숙된 토론문화가 정착될 것이다. 집행부의 잘못이 있으면 규정에 따라 책임을 물으면 된다. 임총과 달리 정기대의원총회에서는 논의하고 표결할 사항이 굉장히 많은 만큼, 그런 불상사가 발생한다면 단호하게 처리하고, 그래도 여전히 고함과 욕설로 진행에 상당한 방해가 된다면 퇴장까지도 생각하고 있다. 심한 경우 윤리위에 회부하는 것까지 운영위에서 논의했고, 고려 중이다.

- 보건복지부가 이번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의사인력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할 계획이 있나.

= 정총 안건은 시도지부에서 올라오는 안건, 집행부에서 올리는 안건, 운영위에서 올리는 안건 등 세가지다. 의대정원 증원과 관련한 안건이 시도지부에서 올라오긴 했는데 증원을 논의하자는 안건이 아니라 증원 정책을 저지하자는 안건이다. 복지부가 요청한 뜻은 알고 있지만, 의대정원 증원 문제는 의정합의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문제이다. 정말 의대정원 증원이 필요한지 원점에서 논의하고, 여론조사나 실태조사를 통해 필요성을 검토해야 한다. 

다만, 의대정원 증원이 과연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당장 증원을 한다고 해도 10년이 지나서 증원된 인력이 배출되고, 또 그들이 과연 필수의료를 할지 모르겠다. 정부에서 그들에게 무조건 필수의료를 하라고 강제할 수도 없다. 기본권이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정말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  지난해 4월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이필수 집행부의 회무 방식을 신뢰한다고 했고, 당·정 대응력에도 높은 점수를 줬다. 이후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관리강화법이 법사위를 넘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등 상황이 달라졌다. 지금도 이필수 집행부에 대한 평가가 동일한가.

= 이필수 회장은 후보자 시절 회원들에게 투쟁 대신 대화와 소통으로 회무를 진행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선택을 받았다. 많은 회원들이 그같은 해법을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회장으로 뽑았을 것이다. 작년까지는 큰 문제없이 회무를 잘 이어왔다고 생각한다. 의료인면허박탈법만해도 법사위에서 계속 계류돼 있던 안건이다. 이필수 회장이 소통과 대화를 통해 해당 법안이 본회의에 올라가지 않게 잘 막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올해 들어 간호법과 의료인면허박탈법이 법사위를 넘어 본회의에 직회부되는 것을 보며 이필수 회장의 대화와 소통이 과연 효과가 있었는가에 대한 물음표가 많은 상황이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잘한 점도 있지만 간호법과 의료인면허박탈법에선 실패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서 임총을 통해 비대위를 구성하게 된 것이다. 물론 대화와 소통이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간호법과 의료인면허발탈법과 관련해선 더불어민주당과의 대화가 크게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 대의원회 산하 비상대책위원회의 출범 목적은 간호법과 면허취소법 입법 저지이다.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에선 두 법안의 통과가 유력했으나, 법안 상정이 27일로 연기됐다. 비대위 활동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면.

= 결론부터 말하자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박명하 비대위원장이 잘하고 있고, 집행부 및 보건복지의료연대와도 협조가 잘 이뤄지고 있다. 두 악법이 저지될 때까지 대의원회 운영위와 함께비대위에 적극 협조하고 도울 생각이다. 비대위에 대한 비판이 있을 수도 있다. 비대위 입장에서도 투쟁과 관련해 일정 부분 한계가 있고 고민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대의원회에서 비대위를 구성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크고, 대외적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본다. 

- 의협 대의원회 의장으로 선출된 이후 임기 마지막 해를 맞았다. 지난 2년간 대의원회를 이끈 소회는.

= 대의원회 의장이 되면서 가장 먼저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던 것이 화합이다. 현재 시도지부 중에는 진영이 갈라져 갈등과 다툼이 이어지는 곳이 있다. 그 지부의 화합을 위해 의장으로서 힘을 써야겠다고 판단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안타깝게도 이뤄지지 못했다. 남은 임기 1년 동안에 해당 진영에서 좋은 시그널이 온다면 한번 더 노력해 볼 생각이다.

회원들과 집행부에게 바라는 것은 향후 집행부가 힘을 길러야 한다는 점이다.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회원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회원들의 회무 참여뿐 아니라 정치적 참여도 필요하다. 정부도 국회도 의사에게 유리한 입법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집행부 3년 동안 악법을 막는데 모든 힘을 다 쓰고 있는 것이다. 이필수 집행부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2년 동안 악법을 저지하는데 모든 힘을 다 쏟고 있다. 수술방 CCTV 의무화 법안, 간호법, 의사면허취소법 등을 비롯해 각종 시행령도 많다. 이런 것들을 막아내느라 너무 많은 힘을 쓰고 있다.

따라서 회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적극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의협 위상을 높이고 동시에 국회나 정부에서 보건의료 관련 입법을 할 때 반드시 의협에 상의해야 하는 정도의 힘을 키워야 하는 것이다. 당장 해결할 수 있느 문제는 아니지만 결국 그 방향으로 갈 때, 집행부도 나름의 계획을 가지고 협회와 회원을 위해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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