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헌(건국대학교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라포르시안]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에서 심혈관 부작용에 대한 지나친 우려 때문에 경구용 JAK 억제제 처방을 피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1년 9월 JAK 억제제 중 토파시티닙, 바리시티닙, 유파다시티닙 등 3개 성분에 대해 심장마비 등 중증 심질환, 암, 혈전 및 사망 위험 증가 내용을 박스 경고에 추가할 예정임을 알리는 안전성 서한을 발표했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FDA 안전성 서한과 동일한 내용의 의약품 안전성 서한을 배포했다. 

식약처는 또 지난해 ▲토파시티닙 ▲아브로시티닙 ▲바리시티닙 ▲필고티닙 ▲유파다시티닙 등 5개 성분의 제품 허가를 ▲65세 이상 환자 ▲심혈관계 고위험군 환자 ▲악성종양 위험이 있는 환자 등 3개 환자군 대상에서 ‘기존 치료제에 적절히 반응하지 않거나 내약성이 없는 경우에 한해 사용’토록 변경했다. 특히 바리시티닙과 유파다시티닙은 성인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투여 대상에서 ‘65세 이상 환자, 심혈관계 고위험군 환자, 악성 종양 위험이 있는 환자에서는 기존 치료제(TNF 억제제 등 생물학적 제제)에 적절히 반응치 않거나 내약성이 없는 경우에 한해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기존 주사제만 있던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시장에서 먹는 약으로 등장한 JAK 억제제는 관해에 이르는 효과에 편의성까지 갖추면서 환자들의 의존도가 커진 만큼 처방 변경에 대한 의료진의 혼란도 적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일부 JAK 억제제는 대규모·장기 연구를 통해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고 있다. 한국애브비의 ‘린버크’(유파다시티닙)가 대표적이다. 

애브비는 최근 류마티스관절염(RA), 건선관절염(PsA), 강직척추염(AS), 아토피피부염(AD) 등 질환 전반에 걸친 린버크의 장기 안전성 프로파일을 평가한 ‘Cross-Indication Safety’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에는 린버크에 대한 노출이 총합 15,425 환자-년(patient-years)에 이르는 6,991명의 환자 데이터가 포함됐으며, 환자들의 노출 기간은 2.75년에서 5.4년이었다. 애브비는 장기 데이터 분석에서 유파다시티닙이 RA, PsA, AS, AD에서 내약성이 양호했으며 이전 보고서와 비교해 새로운 안전성 위험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의료진 사이에서도 실제 임상에서도 경구용 JAK 억제제의 심혈관 부작용 우려는 상당히 낮은 편이며, 식약처의 허가사항 안에서 처방을 기피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높다. 라포르시안은 건국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상헌 교수를 직접 만나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에서 경구용 JAK의 효과 및 안전성 그리고 처방 경험을 기반으로 한 심혈관 부작용 우려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 JAK 억제제 등장 이전과 이후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나.

= 2000년대 들어 생물학적제제가 출시되면서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에 혁신적인 발전이 있었다. 그러나 생물학적제제는 대부분 고분자 물질이다보니 주사제로만 개발됐고, 투여 시 통증이 있다는 한계가 존재했다. 자가주사를 못하는 환경에 있는 환자들은 병원에 직접 와서 정기적으로 와서 맞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고, 그 밖에 여러 가지 사유로 또 병원을 내원하지 못하는 경우 치료에 대한 순응도가 다소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생물학적제제는 류마티스관절염의 중요한 염증에 관련된 물질 중에서 특정한 한 가지 사이토카인만 억제하는 제제가 대부분이다. 특히 TNF라는 사이토카인을 억제하는 게 주종을 이루는 반면, JAK 억제제는 여러 가지 염증에 관여하는 사이토카인을 동시에 억제할 수 있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생물학적제제에 실패한 사람한테서도 효과적일 수 있다. 저분자물질이라 경구 투여가 가능하고, 하루에 한 번 복용해서 매우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JAK 억제제는 기존 주사제에 대한 불편, 통증, 병원 내원 등의 기존 미충족 요구를 해결했다.

-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에서 관해의 기준은 무엇인가. 그리고 실질적 치료 목표라면.

= 류마티스관절염에서 관해는 환자에게 통증이 전혀 없고 의사가 진찰했을 때도 관절이 붓거나, 만졌을 때 아픈 관절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혈액 검사상에서도 염증 수치가 거의 정상으로 돌아온 상태를 의미한다. 일상생활에서 정상인과 비교했을 때 거의 차이가 없는 정도로 보면 된다. 그러나 관해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환자도 많다. 그래서 치료 목표는 관해 바로 윗단계인 낮은 질병활성도(Low disease activity)라는 단계까지 도달하는 것이다. 이 단계는 아픈 관절이 한두 개 정도 되고, 염증 수치는 거의 정상에 가까운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그런데 예전에는 관해까지는 달성을 못하더라도 낮은 질병 활성도까지는 유지하도록 노력했다면, 지금은 여러 약제들이 많이 개발되고 치료 성적이 좋아지면서 치료 목표를 관해까지 높게 잡는 경우도 있다.

- 치료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환자 비율이 많은 이유는 뭔가. 또 이런 환자에서 JAK 억제제를 통한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 치료 순응도가 떨어지는 이유도 있고, 부작용으로 투약을 지속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일부 환자에서는 약이 잘 듣지 않아 질병 조절을 실패하기도 한다. 생물학적제제나 JAK 억제제가 도입되고 치료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환자 비율이 현저히 낮아진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그에 도달하지 못하는 사람이 일부 존재한다. 예전에는 관해에 도달하는 비율이 10%도 안 됐다면 지금은 30%~40%까지 높아졌다.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는 JAK 억제제 외에도 다른 약을 같이 복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순응도 측면에서는 경구용 제제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특히 다양한 질환으로 복용하는 약이 많은 환자들도 적지 않다. JAK 억제제는 약을 복용하는 빈도를 줄이면서 여러 부작용까지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른 약을 다 끊고 단독 치료도 가능하다는 것이 다른 약제보다 큰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다양한 이유로 주사 치료를 받기 어려운 환자들은 전에 쓰던 항류마티스 약제를 쓸 수밖에 없다. 이런 환자들에게는 생물학적제제와 동등하거나 우월한 효과를 가진 JAK 억제제로 교체하거나 추가했을 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 JAK 억제제가 효과적인 류마티스관절염 환자군이 따로 있나.

= 아직까지 이와 관련해 정확하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논문이나 연구 결과는 없다. 다만 환자를 오래 본 경험에 비쳐볼 때 조기에 빨리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면 더 빨리 관해에 도달할 수 있고, 더 쉽게 부작용을 치료할 수 있다. 환자 나이가 많을수록 당뇨병, 고혈압을 비롯해 심혈관 질환 등 다양한 질환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 그런 환자는 치료에서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많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류마티스관절염은 주로 30~40대 연령에서 주로 발병한다고 보고돼 있는 만큼 발병 연령대의 1차 약제에 반응하지 않은 환자가 가장 중요한 타깃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2021년에 미국 FDA에서 안전성 서한을 발표했다. 대상은 토파시티닙이었으나, JAK 억제제 계열이라는 이유로 일각에서는 토파시티닙이 아닌 다른 JAK 억제제까지 처방에 부정적 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컸다.

=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현재 식약처에서 허가된 용량 내에서 사용하는 것은 심혈관 위험성에 대해서 우려할 정도가 아니다. 실제 임상에서도 그런 안전성에 대한 이슈나 우려는 없는 편이다. 한국도 식생활이 서구화돼 가고 있어서 심혈관 질환 빈도가 늘고 있지만, 아직 서양에 비해 빈도나 주요 심혈관 이상 사건의 비율이 적다. 특히 심혈관에 많이 영향을 미치는 고지혈증이나 비만, 당뇨병 등 위험인자가 서양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보니 실제 임상에서 안전성 이슈에 대한 우려를 피부로 느끼는 경우는 많지 않다. 

- 실제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에서 경구용 JAK 억제제의 안전성과 환자 만족도는 어떤가.

= 경구용 JAK억제제 치료에 대한 환자 만족도는 전반적으로 높은 편이다. 린버크와 같은 JAK 억제제는 대부분 단독 치료로도 인정을 받았다. 단독 치료에서도 효과가 있다는 게 입증이 됐기 때문에 증상이 좋아진 후 약을 줄여서 린버크 하나로만 좋아진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특히 만족도가 높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낮다. 통계적으로 심혈관 부작용의 경우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사이의 차이가 크다. 위험인자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의 심혈관 부작용 발생률은 건강한 사람과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그러나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들은 심혈관 부작용 발생률이 건강한 사람보다 조금 높지만, 그 빈도가 500명 처방하면 1년에 1명 있을까 말까 하는 정도인 만큼, 심혈관 부작용에 대한 걱정으로 처방을 피할 정도는 아니다.

의료진 역시 연구 결과의 끝에 나온 문장만 보지 말고 연구의 전반적인 맥락이나 그 연구의 내용을 좀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장기 안전성 데이터와 실제 임상 진료에서 수집된 데이터 등을 비교해보면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에서 경구용 JAK 억제제의 심혈관 부작용이 우려할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의료진 입장에선 모든 처방에서 항상 주의를 기하고, 리스크가 있는 환자에게는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그런 이유가 약을 쓰지 말아야 할 정도의 위험성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