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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터뷰] "전달체계 붕괴된 소아응급의료, 의사·환자·부모 모두에게 지옥"조병욱(칠곡경북대병원 소아응급의료센터 진료교수)

[라포르시안] 2010년 11월 21일 대구 4세 여아 장중첩 환자 사망, 2016년 9월 30일 전주 2세 소아 교통사고 환자 사망, 2023년 3월 19일 대구 17세 청소년 추락사고 환자 사망. 이들 사고에는 2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는 환자 모두 소아청소년이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사고를 당한 이후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목숨을 잃었다는 점이다. 일련의 사건들로 소아응급의료체계가 붕괴됐다는 지적이 높다. 올해 소청과 전공의 지원은 199명 모집 중 33명만 지원해 16.6%로 역대 가장 낮은 지원율을 기록했다. 소청과 전공의 부족은 소아응급의학 세부전문의 고갈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소아응급의료 전문가들은 소아응급의료체계를 무너뜨리는 원인으로 ▲열악한 의료 자원 ▲중증 응급상황에 대한 의료진의 법적 책임 ▲응급실에 대한 의료수요자들의 이해 부족 등을 꼽꼽는다. 특히, 의료 현실에 대한 통찰력이 부족한 정부의 일방적 의료정책이 붕괴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주장도 높다. 라포르시안은 칠곡경북대학교병원 소아응급의료센터 조병욱 교수를 만나 소아응급의료의 현실과 문제점, 해법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 소아청소년 응급환자들이 골든타임에 맞춰 치료를 받지 못하고 여러 병원을 떠돌다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 다발성 외상 환자가 오면 응급실에서는 모든 부분을 커버할 능력이 돼야 환자 수용이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현행 의료체계에서 응급실에서는 여기까지 진료하고 다른 병변은 다른 병원을 가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 응급실에서 생명과 관련한 중요한 문제를 해결한 이후 남은 조치를 해도 문제가 생기지 않고 오히려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의료 수요자 입장에선 왜 한 번에 모든 조치가 이뤄지지 않느냐는 인식이 강하다. 이런 이유로 응급실 의사 입장에서는 풀커버가 다 되지 않는 이상 무조건 받을 수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방어적으로 갈 수밖에 없으니 환자가 떠돌게 되는 것이다.

- 응급진료 후 배후진료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 응급실에서 당직의나 응급의학과 전문의, 소청과 전문의가 1차 진료를 보고 진단이 나오면 그 뒤에 진료과별로 협진을 봐야 해결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협진이 당일 그 자리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환자나 보호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 환자를 응급실에서 빼 병실로 올리려고 해도 협진이 돼야 올라갈 수 있다. 한 진료과에 국한되면 해결이 되는데 외상환자처럼 다발성은 흉부외과, 일반외과, 정형외과, 성형외과 등이 다 포함된다. 과연 어느 과에서 주치의를 맡아 환자를 데려갈지 모르겠다. 결국 법적 책임과 의료수요자의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병원이나 의사들은 그런 환자를 받기 어렵다고 할테고, 환자들은 계속 뺑뺑이를 도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 배후진료가 어려우면 전원을 보내면 되지 않나.

= 응급실에서 해결이 안 될 경우 전원을 보내는데 전원과 관련한 환자 이슈가 발생할 때 환자를 처음 받은 병원 응급실에 문제를 제기하게 된다. 예전에는 소아든 성인이든 응급실에 들어오면 다 받았다. 일단 환자를 보고 응급실에서 해결이 안 되면 전원을 보냈다. 지금은 처음부터 우리는 이 질환을, 이 환자를 못 본다고 한다. 책임을 지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그래서 접수를 처음부터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의사들이 방어적으로 변한 것을 지적하지만 의사들이 왜 방어적으로 변했냐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책임져야 할 상황이 아닌데 책임을 지라며 소송을 거니까 피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아 환자가 응급실에 들어와서 CT를 찍고 뇌출혈이 확인됐는데, 해당 병원에서 현재 뇌출혈을 치료할 상황이 안 되면 다른 병원으로 환자를 보내야 한다. 응급실 의사가 일일이 전화를 걸어서 환자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아야 한다. 겨우 받아준다는 병원을 찾아서 전원을 하더라도 환자를 옮기는 도중에 문제가 생기면 그 책임은 환자를 보낸 의사에게 있다. 전원을 받은 의사에게는 책임이 없다. 현재 우리나라 응급의료 체계에서 가장 큰 문제다. 과실은 환자를 봐야 생기는 것이고, 환자를 안 보면 과실 여부를 따지지 않기 때문에 병원이 해결할 자신이 없으면 아예 환자를 받을 생각을 못하게 만들고 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 입장에서 제때 응급진료를 받지 못하면 억울할 것 같다.

= 상당한 딜레마다. 의료공급자 입장에서도 환자들의 억울함이 전혀 없다고 이야기할 순 없다. 그런데 이 억울함이 법리적으로 적용되는 억울함인지, 의사의 도의적인 부분에서 생긴 억울함인지에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과거 의사들도 도의적인 억울함에 대해서 사과와 보상을 해왔고, 관련 소송도 적었다. 지금은 환자와 의사 간 불신이 기본적으로 있다 보니 결과가 안 좋으면 과정은 상관없고 사과와 보상만 요구하는 정서가 저변에 깔려 있다. 의사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책임질 일을 하지 않겠다라는 방어적 자세가 있고, 이에 대한 환자들의 불신은 지속적으로 쌓이게 된다. 

무과실 의료행위 또는 의료행위 중 불가항력적인 부분에 대한 면책을 국가가 명확하게 해줘야 하는데, 법원 판결을 보면 무과실이지만 배상을 하라고 한다. 국가가 개입해 어떤 판결을 하고 기준을 정하냐가 중요하다. 그런데 의료분쟁조정법이 생긴 이후 과실이 없어도 배상을 하라고 하니까 공급자들은 국가와 법이 자신들을 보호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수요자들은 이를 이해 못함으로써 서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을 국가가 만든 셈이다.

- 보건복지부가 최근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전국 8곳인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도 12곳으로 확충한다고 한다. 소아응급의료체계에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 내가 근무하는 칠곡경북대병원도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로 지정받았다. 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하는 아이들을 보면 100명 중 80~90명은 전부 경증 질환이다. 일반 응급실에서 민원과 소송 등을 이유로 소아 환자를 받지 않다보니 전부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로 몰린다. 소아응급의료체계가 무너지게 된 시초다. 

소아 응급에서 중환자들은 입원을 해야 하고, 분과별 배후진료가 이뤄져야 한다. 응급실에서 대학병원으로 전원을 가려고 해도 소청과 전공의가 없어 대학병원에서 입원을 받지 않는다. 결국 권역별로 있는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로 모든 환자가 몰리는 구조다. 지난주 일요일 근무할 때는 100명이 넘는 환자를 진료했다. 코로나19가 심할 때는 하루에 140명이 넘는 환자는 본 적도 있다. 그런데 90% 이상은 단순 발열이고, 입원을 해야 할 경우는 10%가 안 된다.  

개인적으로 생각으로 권역별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는 장기적으로 절대 유지될 수도 없고 해결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보상은 없고 책임만 부여되는 상황에서 소청과 전문의들의 협조가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 입장에서 보상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운영을 하려면 권역센터화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겠다는 생각인 것 같은데 유지가 어려울 것이다. 

- 응급의료 전달체계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확충해도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것인가. 

= 칠곡경북대병원이 권역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후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대구파티마병원 등이 소아응급실을 닫았다. 지금은 경북대병원과 구미순천향병원에서 소아응급환자를 받아서 한시름 놓긴 했지만, 그 전에는 주말에는 무조건 센터를 찾는 소아응급환자가 120명이 넘었다. 120명이 주로 저녁·야간 시간에 몰린다. 1시간당 10명씩 몰려오는 상황을 가정해 보면 끔찍하다. 의료전달체계의 목적은 경증 질환을 1차에서 맡고 위로 올라갈수록 중증질환을 보는 게 정상인데, 지금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는 중등도에 상관없이 모든 환자들이 몰리고 있다. 의사·환아·보호자 모두에게 지옥이다.

권역 센터화를 하면 환자들이 권역 센터로 몰려 경증을 담당할 지역 응급센터는 운영이 안 돼서 결국 전부 괴사하게 될 것이다. 길어야 2~3년도 못 버틸 것이다. 그리고 권역 센터에서 감당할 수 없는 환자들은 또 다른 지역의 권역 센터를 찾게 될 것이고, 결국 지역에서 뺑뺑이 돌던 환자들은 전국으로 뺑뺑이를 돌아야 할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 소아응급의료에서 전달체계를 정립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 유명무실한 응급의료 전달체계에서는 권역 센터화의 의미가 없다. 지역 응급센터를 갔는데 환자를 받지 않고 권역 센터로 가라고 하면 나중에는 모든 환자들이 권역 센터부터 찾게 될 것이다. 국내 의료전달체계에서 보여주고 있는 악순환이 소아응급의료 전달체계에서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 소아응급의료에서 권역 센터화를 제대로 하려면 지역 응급센터의 역할을 정립하고, 지역센터에서 경증을 거른 후 응급의료 진료의뢰서를 가지고 권역 센터로 갈 수 있게 장벽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정책을 만들 때는 모든 것을 복합적으로 생각해서 세팅해야 한다. 법적 장치로 전달체계를 강제화함으로써 지역 센터에서 경증 질환자를 거르게 되고 권역 센터는 응급 중환자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다. 

손의식 기자  pressmd@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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