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고령인구 증가로 의료서비스·의료기기 수요 급증세
수입 쿼터제 철폐·관세 면제 등 K-의료기기 진출 기회

<2016~2025년 베트남 의료기기 시장 규모 추이, 단위: 백만 달러, 출처: Fitch Solutions>
<2016~2025년 베트남 의료기기 시장 규모 추이, 단위: 백만 달러, 출처: Fitch Solutions>

[라포르시안] 베트남은 문재인 정부 시절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과의 첨단 제조업 분야 교류 협력 확대를 골자로 한 ‘신남방정책’ 핵심 국가로 주목받았다. 코로나19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과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보건의료 예산 확대로 국산 의료기기의 아세안시장 진출 거점으로 베트남이 또다시 부상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베트남 호치민무역관에 따르면 베트남 의료기기 시장은 2016년~2020년 연평균 8.76% 성장률을 보이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또한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했지만 2020년~2025년 연평균 10.5% 성장률을 기록해 2025년 시장 규모가 25억75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시장 규모 확대는 베트남 정부의 신규 의료기기 법령 제정, 의료 부문 투자 유치, 보건의료 예산 지원과 함께 관세율·부가가치세 감면과 같은 의료기기 수입을 장려하는 다양한 지원책과 맞물려 있다. 뿐만 아니라 약 1억 명에 육박하는 베트남 인구와 중산층 증가로 다양한 고품질 의료서비스 수요가 커지고 고령화에 따른 만성질환자 비율 또한 높아지면서 의료기기 시장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다.

실제로 베트남 중산층 인구 증가는 양질의 의료서비스 수요로 이어져 2010년~2019년 1인당 의료비 지출액이 연간 9.92% 증가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베트남 중산층 인구는 2016년~2021년 연평균 10.1% 증가해 동남아국가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영국 조사기업 월드데이터랩(World Data Lab)이 발표한 보고서에서 베트남은 2030년까지 2320만 명이 중산층에 합류해 인구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약 5600만 명의 두터운 중산층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더욱이 노인인구와 기대수명 증가로 베트남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약 1억 명에 근접한 베트남은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2011년 6.5%에서 2021년 8.75%까지 증가했으며, 기대수명 또한 2013년 73.7세에서 2020년 75.3세로 늘어났다. 베트남 보건부에 따르면 노인인구 비율은 2038년 전체 인구의 20%에 도달해 초고령화 사회 진입이 예상되며, 이로 인해 질병을 진단·치료하는 의료기기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변화에 발맞춰 베트남 보건의료 예산은 2009년 26억 달러에서 2018년 97억 달러로 증가했으며 국공립병원 시설 최신화와 의료장비 확충에 예산이 집중되고 있다. 나아가 건강보험 보장범위 확대와 환자 본인부담금 경감으로 의료서비스 이용이 증가함에 따라 의료기기 수요 또한 연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무엇보다 정부 차원의 보건의료 예산 지원과 투자 장려 정책은 국산 의료기기의 베트남 시장 진출의 긍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2021년 2월 베트남 의회는 자국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의료기관 수를 늘려 호치민·하노이 등 일부 대도시에 집중된 환자 과밀 현상을 완화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헬스케어 5개년 계획’(2021~2025, Resolution No. 20/NQ-TW)을 승인했다.

해당 계획을 살펴보면 베트남은 2025년까지 국민 1만 명당 의사 10명·병상 30개를, 건강보험 가입률을 2020년 기준 91%에서 2025년 95%까지 확대하는 한편 노인인구의 70%에서 매년 1회 건강검진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더불어 투자 장려 정책으로는 의료시설 종류 및 투자 지역 등 특정 조건(Desicion No. 1466/QD-TTg에 명시)을 충족하는 헬스케어 기업을 대상으로 전체 사업 기간에 대해 기존 20%의 법인세를 10%로 감면하고 처음 4년간 법인세 면제, 이후 5년간 세금 50% 감면 등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베트남 정부가 의료기기 수입 장벽을 낮춰 국민의 의료복지 수준을 높이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수입 물량을 늘리기 위해 수입 쿼터제를 전면 철폐했고 가격과 관련해서는 부가가치세율을 기존 10%에서 5%로 낮추고 관세율 또한 0~8%의 낮은 수준으로 양허해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연구 및 제조 목적 조립시설 및 설비에 사용되는 의료기기 부품(생산 및 조립 시작일로부터 5년 이내)에 대해서는 수입 관세를 면제하고 있다.

출처: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베트남 해외의료기기종합지원센터
출처: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베트남 해외의료기기종합지원센터

특히 국내 의료기기업체는 베트남 의료기기 시장의 절대적인 ‘수입의존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베트남 의료기기 시장은 약 90%를 수입 제품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는 베트남 내 의료기기 제조·생산시설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기술 또한 의료용품·병원 가구·수술 도구 등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기간 내 수입 의료기기를 국산화하고 자국 제품 비중을 높이는 건 요원한 일이다.

베트남의 의료기기 주요 수입 대상국은 2019년 기준 ▲미국(2억7870만 달러) ▲일본(1억6800만 달러) ▲독일(1억6760만 달러) 순이며, 한국(9590만 달러)의 경우 중국에 이어 5번째를 차지하고 있다.

김용섭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베트남 해외의료기기종합지원센터장은 “베트남은 1억 명에 가까운 인구와 GDP 성장률을 상회하는 의료비 지출액 증가율은 물론 건강보험 확대와 민간병원 증가세를 감안하면 향후 의료기기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센터장은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의료서비스 수요 또한 커지고 있다. 특히 치과·미용 의료기기는 베트남 내 다수의 민간병원이 있고, 입찰을 통하지 않고 제품 판매가 가능해 유망한 품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베트남 정부는 매년 의료기기 관련 법 개정을 통해 법령을 선진국 기준에 맞추려 노력하고 있다. 베트남 의료기기 시장은 한국 기업이 철저한 시장 진출 전략을 수립하고 긴 호흡으로 문을 두드린다면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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