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대상 놓고 정부·의료계 vs 플랫폼 업계 이견
"재진 환자 대상으로 제도화시 관련 업계 모두 고사"
"경제적 이익 위해 국민 건강 외면하는 행태에 분노"

[라포르시안] 방역당국이 코로나19 위기 단계를 현재 '심각'에서 '경계' 단계로 하향하는 조정 논의를 앞두고 있다. 이 때문에 팬데믹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허용한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는 정책 추진에 관심이 쏠린다. 

벌써부터 비대면 진료 대상에 초진 환자를 포함하는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불거질 조짐이다. 정부는 재진 환자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쪽으로 제도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반면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에선 초진 환자까지 포함해 제도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2일 열린 규제혁신전략회의(국무총리 주재)에서 발표한 ‘바이오헬스 신산업 규제혁신 방안’을 통해 비대면 진료 제도화 방향을 제시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의사-환자 간 비대면 진료는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해 감염병 위기경보 ‘심각’ 단계 이상 발령시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정부는 2020년 2월 23일 코로나19 위기 단계를 '심각'으로 상향한 이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코로나19 유행 안정세가 지속되고, 백신접종과 치료제 개발 등이 이뤄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도 상당수 풀었다. 오는 20일부터는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도 해제된다.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방역당국은 국내 코로나19 위기 단계를 현재 '심각' 단계에서 '경계' 단계로 하향 조정 논의에 들어갈 방침이다.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은 지난 3일 정례브리핑에서 "위기 단계 조정은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 따라 위기평가회의를 거쳐서 시행한다"며 "위기평가회의는 4월 말에서 5월 초로 예상되는 WHO 코로나19 제15차 긴급위원회 이후에 소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기 단계가 '경계'로 하향되면 현재 국무총리가 본부장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해체되며, 중앙사고수습본부 재난위기총괄체계로 전환된다. 한시적으로 허용한 비대면 진료도 금지된다. 

이런 가운데 복지부는 바이오헬스 신산업 규제혁신 차원에서 올해부터 의료접근성 향상과 국민 건강증진 등을 위해 '의료법' 개정을 통해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대한의사협회와 지난 2월 9일 가진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 추진 원칙에 합의한 바 있다. 

복지부와 의협이 합의한 비대면 진료 제도화 추진 원칙은 ▲대면진료 원칙, 비대면 진료를 보조수단으로 활용 ▲재진환자 중심으로 운영 ▲의원급 의료기관 위주로 실시, 비대면 진료 전담의료기관 금지 등이다.

복지부는 의협과 합의한 바에 따라 재진 환자와 의료취약지 환자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는 재진 환자 중심으로 제도화가 이뤄지면 관련 플랫폼 업체가 모두 고사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이 참여하는 원격의료산업협의회(이하 원산협)는 지난 1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보건당국이 ‘재진 환자’만을 위한 ‘포지티브 규제’로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추진함으로써 직장인, 워킹맘 등 1379만 명의 국민이 만 3년간 경험했던 비대면 진료와 이를 운영했던 기업들은 모두 고사 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성토했다. 

원산협은 "사실상 1,379만명의 국민이 3,661만 건의 비대면진료를 이용하는 동안 증명된 안전성과 편익, 의사-환자-약사 간 형성된 신뢰 자본을 철저히 외면한 것”이라며 "보건당국이 추진하는 비대면진료는 ‘재진 환자’만을 위한 제도로, 명백한 ‘포지티브 규제’이며, 비대면 진료를 모든 국민이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과도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원산협은 "코로나19 전으로 회귀하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중단하고, 제도에 국민과 비대면진료 산업계의 목소리도 반영할 것을 정부와 국회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원산협은 여야 대표단에 재진 환자 중심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따른 우려를 담은 성명문을 전달할 계획이다. 

반면 의료계는 초진 환자를 포함해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해야 한다는 플랫폼 업계 주장을 강력히 비판했다. 산업계 이익을 위해서 국민 건강까지 위협하려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관련 기사: 플랫폼의, 플랫폼에 의한, 플랫폼을 위한 왜곡된 비대면 진료>    

대한의원협회는 지난 15일 성명을 내고 "최근 비대면 플랫폼 업체가 대통령에게 비대면 진료를 초진환자부터 허용하도록 호소했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료의 본질을 왜곡하고 국민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는 사안을 주장하는 행태에 분노한다"고 했다. 

의원협회는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판데믹 상황에서 의사들은 많은 부작용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가적 재난사태라는 인식하에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시행해왔다"며 "판데믹을 벗어난 지금은 더 이상 비대면진료가 필요없는 상황에서 여전히 비대면진료를 주장하고, 그것도 초진 환자부터 비대면 진료를 요구하는 것은 의료의 본질을 부정하고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가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원칙적으로 비대면 진료 제도화 자체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의원협회는 "초진 재진을 떠나 비대면 진료 자체를 원론적으로 반대함을 다시 한번 천명한다"며 "정부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민건강을 볼모로 삼는 비대면 플랫폼 업체들의 터무니없는 주장에 대해서 강력히 대처하길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코로나19 유행 기간에 비대면 진료를 이용한 환자 가운데 초진과 재진 환자 비율을 놓고 업계와 복지부가 서로 다른 수치를 제시하고 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비대면진료 플랫폼 이용자를 자체 분석한 결과 이용 환자의 99%가 초진 환자라고 주장했다. 

반면 복지부는 2020년 2월부터 2023년 1월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비대면 진료 청구건수(코로나19 재택치료 제외)를 분석한 결과, 전체 청구건수 736만 건 중 600만 건(81.5%)이 재진 진료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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