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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든 어디든 장시간 노동이 미덕인 '과로死회''주 최대 69시간' 근로시간 개편안 논란..."과로사 조장"
병원내 전공의 주 평균 '77.7시간‘ 근무...."우린 환영" 꼬집어
과로 인한 사회적 질병부담 연간 5~7조 달해

[라포르시안] 연장노동시간 관리단위를 월·분기·반기·연 등으로 유연화해 ‘주 69시간’ 노동을 가능케 한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이 논란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개편안은 앞서 정부가 마련한 '만성과로기준'과도 어긋나는 조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6일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은 현행 '주 52시간제' 틀 안에서 현행 '주' 단위의 연장근로 단위를 노사 합의를 거쳐 '월·분기·반기·연' 단위로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1주 최대 12시간으로 제한하는 연장근로시간을 월 52시간(12시간×4.345주) 등 총량으로 계산해 특정 주에 집중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다만 퇴근 후 다음 근무 날까지 11시간 연속휴식을 보장한다. 남은 13시간에 근로기준법에 따라 4시간마다 30분씩 주어지는 휴게시간 1시간30분을 빼면 하루 최대 근로시간은 11시간30분, 휴일을 제외하고 한주에 최대 69시간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을 따르지 않을 경우 산재보험 과로인정 기준인 4주 평균 64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상한을 정했다. 

이미지 출처: 고용노동부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 보도자료 중에서

그러나 노동부가 이번에 마련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은 과로를 조장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앞서 노동부가 2017년 12월 개정한 만성과로 산재인정기준('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 고용노동부 고시)을 적용해봐도 문제가 있다. 

만성과로 산재인정기준 고시에 따르면 심뇌혈관 질병 관련해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업무와 질병과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한다.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업무시간이 길어질수록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평가한다. 특히 ▲근무일정 예측이 어려운 업무 ▲교대제 업무 ▲휴일이 부족한 업무 ▲유해한 작업환경(한랭, 온도변화, 소음)에 노출되는 업무 등 '업무부담 가중요인' 7개 중 어느 하나라도 있으면 업무와 질병 간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한다.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5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경우라도 업무부담 가중요인에 복합적으로 노출되는 경우 업무와 질병 간 관련성이 증가한다고 규정했다. 특히 오후 10시부터 익일 6시 사이의 야간근무의 경우에는 주간근무의 30%를 가산(휴게시간은 제외)해 업무시간을 산출하도록 했다. 

표 출처: 근로복지공단

고시 개정안을 마련했을 당시에도 '주 52시간 근로제를 도입했음에도 과로 판단 기준시간은 주 60시간 이상으로 규정해 '과로 사회'를 방치하는 고시'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노동부가 이번에 마련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은 만성과로 산재인정기준에 대입해 봐도 과로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근로시간 개편안이 과로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노동부는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 부여 또는 1주 64시간 상한과 산재 과로인정 기준인 4주 평균 64시간 이내 근로를 준수하도록 했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산재 과로인정 기준인 4주 평균 64시간 이내 상한을 준수하도록 하는 방지장치가 도입돼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제는 '주당 60시간'이 넘는 노동시간 자체가 건강상의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9년 작성한 '과로로 인한 한국 사회 질병부담과 대응 방안'(책임연구자 정연 보사연 부연구위원)' 연구보고서를 보면 과로했을 때 발생할 위험이 가장 높은 질환은 심뇌혈관질환이었다.

연구진은 과로로 인해 발생한 연간 질병 부담을 추계하기 위해  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자료, 2016년 건강보험 진료통계, 통계청 사망원인통계 등의 자료를 분석했다. 이 연구에서 과로는 60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과 비표준적 근무시간 노동(교대근무) 등 2가지 방식으로 각각 정의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의 범위는 심뇌혈관계질환과 정신질환으로 한정했다.

연구 결과를 보면 전체 심뇌혈관질환 유병 중 장시간 노동(주당 60시간 이상)으로 인한 유병 비율은 연령대별로 남성의 경우 1.4%~10.9%까지 분포했고, 여성은 0.5%~3.3%의 분포를 보였다. 60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으로 한정할 경우 유병 비율은 남성은 2.1~16.1%, 여성은 2.9~16.8%로 훨씬 커졌다.

정신질환의 경우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유병 비율을 보면 남성이 0.7~6.2%, 여성은 0.4~2.3%에 분포했다. 사망의 경우 남성은 0.2~2.1%, 여성은 0.5~3.4%로 나타났다. 

이를 경제적 비용으로 환산한 결과,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은 남성이 최소 약 2조 5500억원에서 최대 4조1100억원, 여성은 최소 8000억원에서 최대 1조 4700억원 정도로 추계됐다.

과로를 교대근무 여부로 정의해 분석한 결과에서는 전체 심뇌혈관질환 유병자 중 교대근무로 인한 유병 비율이 남성은 0.6~1.4%, 여성은 2.5~5.1%로 나타났다. 정신질환 유병자 중 교대근무로 인한 유병 비율은 남성 1.7~3.9%, 여성 2.8~5.7%였다. 사망의 경우 남성은 0.1~0.3%, 여성은 1.9~4.0%로 교대근무가 여성에게 미치는 질병부담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교대근무에 따른 질병부담을 경제적 비용으로 환산하면 남성은 5300억원, 여성은 1조 5900억원 정도로 추계됐다. 장시간 노동과 교대근무 등의 과로로 인한 질병부담을 합치면 연간 5조~7조 원가량의 막대한 비용을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과로로 인한 사회 전체의 질병부담이 실제로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연구에서 장시간 노동의 기준으로 적용된 '주당 60시간'은 산재보험에서 과로의 당연인정기준으로 활용하는 기준이다. 하지만 국제노동기구(ILO)는 장시간 노동의 기준으로 주 48시간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우리나라에서 주당 60시간을 기준으로 삼는 건 과로를 다소 보수적으로 정의한 측면이 있다는 게 연구진의 판단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심뇌혈관계질환과 정신질환에 대한 의료비를 추정하는 과정에서 의료이용을 위해 지출한 교통비나 간병비 등의 내용도 반영하지 못했다"며 "아픔에도 불구하고 참고 출근하는 소위 프리젠티즘이나 조기 퇴직 혹은 이직에 따른 생산성 손실 등의 비용은 자료의 한계로 분석하지 못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과로로 인해 우리 사회가 지불하고 있는 사회적 비용의 크기는 이번 연구에서 추정한 것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만성적 인력 부족 속에서 '노동력 갈아넣기' 당연시

한편 과로는 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인 등 보건의료 노동자들에게도 심각한 문제다.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이 되레 과로로 인해 환자를 만들어낼 지경이라는 탄식이 나올 정도다. 

실제로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전공의 등의 장시간 노동은 악명이 높다. 특히 전공의는 살인적인 노동시간에 내몰리며 노동력을 갈아넣고 있다.  

현행 전공의특별법에 따르면 수련병원의 장은 전공의가 4주 평균 주 80시간을 초과해 수련하게 해서는 안 된다. 수련시간이 연속 36시간(응급상황시 최대 40시간)을 초과하게 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16시간 이상 연속수련 후에는 최소 10시간 휴식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실시한 ‘2022 전공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전공의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77.7시간이었다. 전공의 가운데 52.0%가 ‘4주 평균 주 80시간을 초과해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과목별로 보면 흉부외과가 102.1시간으로 가장 길었다. 다음으로 외과(90.6시간), 신경외과(90.0 시간), 안과(89.1시간), 인턴(87.8시간) 순이었다. 

24시간 초과 연속근무를 ‘일주일에 3일 이상’ 한다고 응답한 전공의 비율은 16.2%였다. 16시간 이상 연속수련 후 최소 10시간 휴식시간을 받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33.9%가 제공받지 못했다고 했다.

전공의들은 "전공의의 52%는 4주 평균 주당 80시간 초과 근무하며, 반수에 가까운 전공의들은 주2-3회 36시간 연속근무를 감내하고 있다. 아마도 노동시간 주 최대 64시간 제도를 유일하게 환영하는 직종은 코로나19 최전선에서 뛰었던 바로 전공의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전공의들의 과로를 당연시하는 의료현장을 꼬집었다. 

장시간 노동이 미덕인 '과로사회'에서 의료현장마저도 적정 노동시간을 보장하기보다 적은 인력으로 노동력을 쥐어짜는 방식의 근무환경이 일반화됐다.

우리나라는 적은 수의 의료인력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은 수준의 급성기 병상과 국민 1인당 가장 많은 외래진료 횟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의료공급체계가 가능한 건 의료인력의 엄청난 장시간노동과 공짜노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싼 인건비로 주당 100시간 넘게 근무한 전공의, 간호사 한 명이 수십 명의 입원환자를 돌보는 병동 구조,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문을 여는 동네의원 개원의사들.  

이렇게 '노동력 갈아넣기' 식을 기반으로 한 의료시스템이 계속 유지되기 힘들다는 우려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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