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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기금화 입법 논의, 올핸 더 거세지나감사원 "건보재정 외부통제 강화 방안 필요"...재정당국, 기금화 압박
건보재정 기금화 관련 법안 2건 발의돼
"건강보험에 대한 국가 책임 회피...재정억제에만 골몰" 비판 높아

[라포르시안]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1월 초 '2023 올해의 이슈' 보고서를 내면서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 시대를 맞아 건강보험 재정 통제 방안에 대한 입법논의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건강보험 재정 통제를 위한 입법 논의란 건보 재정을 국가재정관리체계에 포함시켜서 관리하는 '기금화'를 말한다.

건강보험 재정 기금화 주장이 제기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감사원이 2004년 건강보험공단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사결과를 바탕으로 건강보험 재정 적자 관리를 위해 기금화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제기한 이후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다. 

현재 4대 사회보험 중에서 국민연금과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사회보험재정은 '기금관리기본법'에 따라 기금 운용계획안 및 결산에 관해 국회의 심의를 받도록 돼 있다. 다만 건강보험 재정은 국회의 통제 없이 보건복지부장관 승인 아래 운용된다.

이를 두고 국회와 재정 당국을 중심으로 건강보험 재정의 회계 투명성과 운영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금으로 전환해 정부의 예산회계절차를 따르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건강보험 기금화로 정부 예산회계절차를 따를 경우 복지부가 건보공단의 예산안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해 심의조정을 받은 후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해 심의·의결 과정을 거치게 된다.

건보재정 기금화 주장은 윤석열 정부 들어서 더 거세지고 있다. 감사원은 작년 7월 '건강보험 재정관리 실태 감사보고서'에서 기금화 등 건강보험 재정관리에 대한 외부통제 강화방안 마련 필요성을 지적했다. 

작년 11월에는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이 건강보험을 국민연금처럼 기금화하는 국민건강보험법과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건강보험을 기금화해 국가재정법 적용을 받고 국회 심사를 거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서정숙 의원은 "건강보험은 사회보험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영되는 4대 사회보험 중 재정규모(지출기준)가 2021년 77.7조로 가장 크고 정부지원금(2021년 9.6조원)이 가장 많이 지급되고 있다"며 "건강보험을 기금화해 국가재정법의 적용 및 국회의 심사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재정운용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보험의 책임성을 확립하고자 한다"고 했다. 

최근에는 재정당국을 인용해 지난 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OECD ‘보건 분야 예산회의’에서 “정부가 보험 지출을 전혀 모니터링할 수 없고 지출 증가율도 결정할 수단이 없는데도 정부가 자동적으로 건보 재정에 예산을 투입하는 현재 한국의 상황은 ‘매우 특이하다(highly unique)’”는 의견을 제기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OECD는 보건 지출의 책임성을 달성하고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건강보험 재정을 국가 예산 아래에 포함시키는 방법을 제안했다고 한다.

건강보험 기금화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정부의 재정활동의 흐름을 보여주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건강보험은 제외돼 정확한 정부재정을 파악하는 데에 제약이 되고 있다"며 "건강보험은 향후 국민부담을 가중시키는 대표적인 정부사업으로 국민부담의 적정화를 위해 기금을 통한 정부재정의 틀 속에서 관리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올해의 이슈 보고서에서 "재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할 필요가 높아진 점과 현행 산재보상보험 및 예방기금의 운용사례에 비추어 볼 때 기금화 방식으로 운영되지 못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며 "국회의 예산 편성과 결산 심사를 거치도록 하는 건보재정 통제방안에 대한 입법 논의가 2023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건강보험 기금화 반대 의견도 상당하다. 건강보험 운영 주체인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물론 의료계와 시민단체에서도 기금화 반대 의견이 높다. '단기보험'으로 운영되는 건강보험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오는 발상이란 지적이다.

복지부와 건보공단은 기금화 주장이 제기될 때마다 건강보험 재정이 수입과 지출을 1년 단위로 맞추는 단기보험이란 점에서 기금화가 맞지 않고, 규제 강화로 재정 운용의 융통성과 유연성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은 “가입자·보험자·공급자와의 관계, 단기 보험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어설프게 타 사회 보험도 기금으로 운영되니 건강보험도 기금화를 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며 “건강보험 재정을 기금화 하려는 시도는 국가 책임을 회피하고 가입자인 국민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려는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고 했다.

보건의료계는 건강보험 기금화로 정부 예산회계절차를 따를 경우 국민건강 보장이란 건강보험 본래 목적 달성보다 보험재정 안정화와 지출 억제에만 우선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의료계는 "건강보험재정을 기금으로 관리하면 국회는 물론 예산 관련부처의 통제 강화로 자금 운용의 융통성과 유연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보장성 확대나 적정보상 이전에 재정증가 억제에 자금 운영의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도 기금화에 강력 반대하고 있다. 건강보험을 기금화해 국회가 통제할 경우 재정 운영 투명성이 확보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익단체들의 로비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국회가 심의한다고 해서 민주적이거나 투명해지는 건 아니다. 국회에는 힘 있는 온갖 이익단체들의 입김이 작용한다"며 "병원 등 공급자 단체, 제약회사, 민간보험사, 의료기기 업체 등이 건강보험 기금을 자신들의 이익에 맞게 운용하기 위해 온갖 압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건강보험을 튼튼히 하기 위해서 정부와 국회가 해야 할 일은 정부의 지원을 대폭 늘리고, 한시 지원 조항을 폐지해 항구적 정부 지원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촉구해 왔다"며 "그러나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건강보험 재정을 어떻게 하면 정부 쌈짓돈으로 만들 것인가에만 골몰해 있다. 건강보험 기금화 법안이 이를 증명한다"고 지적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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