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휴(의료기기산업혁신연구회 이사)

[라포르시안] 최근 우리나라 인구 통계 분석 결과 출산율은 0.78명대로 OECD 출산율 1.59명대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더욱이 베이비붐 세대 노인 증가로 인한 초고령사회가 2025년 도래하는 반면 2030년까지 경제활동 인구는 약 3백만 명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인구 감소는 건강보험 재정 건정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경제활동 인구 감소에 따라 재정 규모 축소가 예견되는 만큼 향후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 체계 유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초고령사회 만성질환 증가로 인한 문제점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치료에서 돌봄으로의 전환을 꾀하며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실제로 이미 몇몇 지역에서는 시범사업을 통해 일정부분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정부는 치료에서 돌봄을 통한 거시적인 건강보험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분절돼있는 의료기관 진료 전달체계를 각각의 역할에 맞게 계열화해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병의원 중심 치료에서 지역 사회 기반의 질병 관리를 준비 중이다.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에 진입한 지 6년이 지났다. 예전과 같이 양적 위주의 방법으로 많은 사람이 획일화된 의료혜택을 받아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 개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정보 제공이 함께 이뤄지는 통합적 관리가 시행될 때 진료 만족도가 클 것이고 그 치료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이러한 시장 요구에 부응하는 의료기기가 필요하고, 산업계 또한 수요를 예측해 신제품을 출시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의료기기 개발은 어떠한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까?

첫째 만성질환자 돌봄을 위해 개인 정보를 쉽게 전송할 수 있는 원격의료 진단기기와 기술 발달이 요구된다. 보건의료 자원은 한정적이고 모든 환자를 매일 볼 수 없다면 이들로부터 기초적인 생체신호 정보를 적절한 시기에 전송받아 전문가의 대처가 이뤄져야 한다. 이때 필요한 기술이 원격 진단기술이다. 의료정보화·원격진료·의료용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디지털 의료기술은 의료 서비스 접근성과 질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의료비용 증가를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둘째 휴대성과 사용 편의성이 극대화된 의료기기가 필요하다. 만성질환자 진단·관리에 필요한 생체신호 정보는 고도의 정밀성보다는 일상생활에서의 상시적인 진단을 통해 획득할 때 더 효율적이다. 굳이 정확성을 중시해 복잡한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고 간단한 검체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출시되는 의료기기는 모두 작고 조작이 간편하며 마치 사진을 찍듯이 스위치를 누르면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셋째 바이오 센서와 가정용 진단키트와 같이 일반인의 사용이 가능한 제품이 필요하다. 현행 보건 의료체계가 급성기 위주의 병의원 중심으로 구축돼 전문 의료용 의료기기가 주로 개발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지역 사회와 가정에서 개인의 필요에 따라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의 활용 가치가 더욱 커질 것이다.

변화하는 시장 수요에 발맞춰 의료기기는 항상 착용이 가능하고 조작이 편리하며 연결성 또한 뛰어나야 한다. 이미 스마트워치에 건강진단 센서가 내장되고 이를 이용한 건강관리가 가능해졌지만 아직 질병 진단 수준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의료기기의 파괴적 혁신은 이미 그 방향성이 정해져 있다. 의료기기와 공산품 경계가 허물어지고 인공지능(AI)의 발달로 보건의료 전문지식·정보 비대칭도 현격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만성질환 관리와 함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의료기기 개발이 요구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건강관리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의료비용 절감으로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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