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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인력 확충 대책은 지지부진...PA 간호사 활용만 쑥쑥 늘어[뉴스&뷰] 전공의법 시행 이후 의사인력 부족 PA로 메워
“PA 대리수술·시술 등 불법의료 만연...의료 질 저하”
시민단체 "공공의대 중심으로 의대정원 확대 추진해야"

[라포르시안] 그동안 국내 대형병원은 주당 80시간 넘는 장시간 노동을 하며 저임금을 받는 전공의들의 노동력을 쥐어짜 지탱해온 시스템이었다. 

"지금까지 우리 보건의료체계는 과도한 의료이용에 대해 수련생이라는 명목으로 전공의를 값싸게 부려 지탱이 가능한 구조였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전공의 주당 근무시간이 주당 80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한 '전공의법'이 시행되면서 이마저도 힘들어졌다.

전공의법 시행으로 수련병원에서 전공의 근무시간이 줄어든 만큼 교수들의 근무시간이 더 늘어나고 업무부담도 커졌다. 이 때문에 대학병원 내 교수들이 번아웃(소진, Burnout) 될 정도로 과한 업무부담에 짖눌리면서 환자안전을 위협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적정 근무시간을 보장해 환자안전을 높이자는 전공의법 제정취지가 무색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병원들은 인건비 부담 때문에 의사인력 확충에 선뜻 나서지 못한다. 대신 PA(Physician Assistant, 진료보조인력) 인력 활용이 병원내 다양한 영역에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부족한 의사 인력을 대신해 PA 간호사가 수술과 시술 등에서 의료법상 불법으로 규정된 면허 이외의 행위를 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병원간호사회가 매년 회원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병원간호인력 배치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병원에서 근무하는 PA 간호사 수는 2010년까지만 해도 1,000명 정도에서 2019년 4000명을 넘었다. 2020년에는 PA 간호사 수가 5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전공의 근무시간이 주당 80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제한하면서 그만큼 병원 내 의사인력이 줄어든 셈이고, 이에 따른 업무공백을 PA 간호사로 메우고 있다는 추측이 충분히 가능하다. 

실제로 의사인력이 크게 부족한 병원에서는 의사업무를 대체하기 위해 광범위한 PA 인력 활용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의료노조가 작년 8~9월 사이 사립대와 국립대병원 등 99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사 인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의사인력 부족으로 인한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로 PA의 불법의료행위가 꼽혔다. PA에 의해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불법의료행위는 대리처방, 대리동의서 작성, 대리수술 및 처치였다. 

실태조사 대상 병원의 75%에서 의사 아이디(ID)·비밀번호 공유를 통해 의사가 아닌 간호사 등이 직접 처방전을 대리 발급하는 행위가 여전히 이뤄지고 있었다. 환자·보호자에게 시술·수술동의서 징구를 의사가 직접 하지 않고 간호사 등에게 떠넘기는 행위에 대해서는 응답 의료기관 97개 중 67개(69.07%)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고 답했다. 

보건의료노조는 2022년 9월 30일 '의사 인력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과 증언대회'를 열었다. 증언대회 참가자가 의사인력 확충을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사진 제공: 보건의료노조

수술·시술·처치 등 의사업무를 의사가 직접 하지 않고 간호사, 조무사 등 타 직종이 대리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총 응답 의료기관 95개 중 60개(63.15%)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고 답했다. ‘완전히 없어졌다’고 응답한 의료기관은 17개(17.89%)에 불과했다.

병원 입장에서 PA를 활용하는 게 당장은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볼 때 우수한 의사인력을 양성해야 하는 수련병원으로서 기능이 약화된다는 점에서 상당히 우려스럽다. 의사가 수행해야 할 업무까지 PA에게 넘기고, 전공의의 임상술기 교육 기회를 뺐는다면 수련병원의 교육기능은 부실화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굳어지면 의료의 질 저하를 초래해 환자안전을 위협하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병원이 규모에 맞게 적정 의사인력을 확충할 수 있도록 관련 법제도를 개정하고, 의료공급시스템을 재편하는 게 필요하다. 동시에 지역에 따른 의사인력 수급 불균형을 개선할 수 있도록 의과대학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 의사인력 부족 문제 해소를 위해 2022년부터 10년간 한시적으로 연간 400명씩 의대 입학정원을 확대하고 증원된 의사인력 중 300명을 의료취약지 병원에서 의무 근무하는 '지역의사'로 양성하는 계획을 세웠지만 의료계 반발로 접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필수의료 기반 강화와 의료인력 확충을 위해 의대정원 확대 필요성을 지속해 언급하고 있지만 의료계 반발을 의식한 듯 변죽만 울리는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시민사회단체가 필수의료와 공공의료 지역격차 해소를 위해 공공의대 중심으로 의대정원을 확대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의당과 강은미 의원,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 경실련,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한국노총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은 지난 6일 국회 소통관에서 필수의료·공공의료 지역격차 해소를 위해 공공의대 중심으로 의대정원을 확대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대 입학정원을 10% 감축했다. 의사들을 위해 입학정원을 줄이고 동결한 결과 우리나라 활동의사 수는 전 세계 꼴찌 수준"이라며 "안 그래도 의사가 부족한 상황에서 성형외과·피부과 같은 인기과로 몰려 특정 지역 및 필수과에 인력난은 훨씬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필수의료 붕괴와 지역 간  의료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민간 중심 의료공급체계와 의사양성방식을 획기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21대 국회에는 지역의 필수‧공공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공공의대 설립법안 12개가 계류 중"이라며 "의사부족은 단순히 기존 의대 입학정원 증원으로는 불가하고, 의대 선발부터 교육‧훈련을 국가가 지원하고, 졸업 후 해당 지역 내 의무복무하는 의사를 배출하는 ‘공공의과대학’이 신설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참여하는 '의료현안협의체'를 벗어나 더 큰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의료인력 확충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의료인력 확충방안에 대해 정부는 의협과 협의중이라고 함구하고, 의료계에 선물로 줄 수가인상과 의료사고 면책방안만 발표했다"며 "정부는 지체없이 비정상적이고 편협한 의정협의체 논의를 중단하고 사회적 논의체를 구성해 국가가 주도하는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 간 의료불균형 해소를 위한 공급과 배치에 대한 중장기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의료격차 해소를 위해 '공공의대 설립을 중심으로 한 의대정원 확대'를 전국민운동으로 확산하는 공동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0년 8월 7일 의과대학 정원 확대 추진에 반발해 서울 여의도공원에 수련병원 전공의와 의과대학 학생 등 6,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20 젊은의사 단체행동' 집회 모습.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필수·공공의료 분야에 의사가 원활히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며, 무분별한 의대 정원 확대는 의료체계 전반에 위협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의협은 "현재 우리나라 의료 환경의 문제점은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라며 “필수의료에 대한 저수가 문제, 의료사고 책임 문제, 열악한 근무환경 등 지원 대책 부재로 인해 필수의료를 기피할 수밖에 없고 필수의료 분야를 포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의사들이 필수의료·지역의료에 자발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전공의 및 전문의를 포함한 필수·공공의료 분야 인력에 대한 지원 강화 ▲필수·공공의료 인력의 근무환경 개선 ▲전폭적인 재정 투입을 통한 필수·공공의료 분야의 수가 인상 및 공공정책수가 신설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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