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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인·싸] 의료기기 규제혁신이 안전성 입증 완화라는 오해이승미(사이넥스 의료기기 임상개발부 이사)

[라포르시안]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8월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 과제’를 발표하며 ▲신산업 지원 ▲민생불편·부담 개선 ▲국제 조화 ▲절차적 규제 해소 등 4개 분야 100개 세부 과제를 선정했다. 이 가운데 민생불편·부담 개선 과제에는 내년도 시행 예정인 ‘위해도가 낮은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의 임상시험 계획승인 면제’가 있다. 모든 허가 받지 않은 의료기기(체외진단기기 일부 제외)에 대한 임상시험은 식약처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거쳐 임상시험 기관의 IRB 승인 이후 수행되는데 앞으로는 위해도가 낮은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의 경우 IRB 승인만으로도 임상시험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와 함께 디지털 헬스기기의 선제적 임상·허가 기준을 마련하고 진단소프트웨어 임상시험 시 임상시험 기관 외에서도 수행을 허용하는 방안도 시도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개선된 여러 사례 중 임상시험 측면에서 인체에 접촉하지 않거나 에너지를 가하지 않는 의료기기의 연구자주도 탐색임상시험에 한해 계획승인 때 필수조건인 GMP 자료를 면제해주는 방안 정도가 있었던 것에 비하면 크게 나아간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절차적 규제 해소 과제로 체외진단기기의 임상적 성능시험 시 신청 자료가 간소화됐다. 물론 2020년 체외진단의료기기법 시행으로 검체 채취의 위해도가 큰 경우, 기존의 의학적 진단법 또는 기허가 체외진단의료기기로는 임상적 성능시험 결과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 그리고 최초 개발하는 동반 진단 의료기기와 같이 몇 가지 예외적 사례에 해당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체외진단기기의 임상적 성능시험을 위해 식약처 승인은 필요로 하지 않고 있다. 체외진단의료기기의 연구개발이 촉진되도록 제정된 이 법은 이번 혁신 성과로 한 번 더 개선됐다.

체외진단기기의 임상적 성능시험 시 앞에 언급된 3가지 예외를 제외한다면 식약처 임상시험계획 승인 없이 기관의 IRB 승인만으로도 임상 수행이 가능하다. IRB 승인 신청을 위해 제출해야 하는 필수 자료는 ▲GMP 적합인정서 ▲기술문서 ▲임상적 성능시험계획서가 있다. 이번 개정으로 GMP 적합인정서·기술문서를 제외하고 임상적 성능시험계획서만으로 IRB 승인 신청이 가능하게 된 점도 큰 변화다.

기술에 따라 촌각을 다투는 분야가 있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유행병이 그렇다. 비단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감염병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뜨겁게 성장하고 있는 진단 시장에서 임상시험 기간 단축은 기술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도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위해도가 낮은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의 임상시험 시 식약처 승인 면제와 체외진단기기의 임상적 성능시험을 위한 IRB 신청 시 시험계획서만을 제출토록 한 제도개선 추진은 정부가 소프트웨어와 체외진단의료기기 두 분야의 임상·허가 소요 시간 단축의 중요성을 깊이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개선은 크게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기업 입장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요소가 있다. 불편이나 부담을 그리고 절차적인 간소화를 위해 개선안을 마련한 것이 결과의 신뢰성과 안전성 문제까지 완화해 준다는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자칫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의 제도적 개선을 유효성과 안전성을 앞단에서부터 꼼꼼히 따져보지 않겠다는 의도로 오인해 기술문서나 GMP 완성을 늦춰 임상시험을 하는 중 혹은 종료한 후 완벽히 마무리 짓겠다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한두 가지 개선을 전체의 완화로 단정 짓는 성급한 일반화 오류를 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실제 체외진단의료기기법 시행에 따라 식약처 임상적 성능시험계획 승인 없이 IRB만을 거쳐 임상을 수행한 기업들에서 품목허가를 위한 결과보고서 제출 시 제품 유효성이나 그 평가 방법 등이 식약처에서 용인할만한 수준의 자료가 아님을 통보받아 임상시험을 다시금 수행하는 경우를 종종 봐왔다. 일부에서는 임상적 성능시험만을 반복하는 것을 넘어 민감도·특이도를 재설정하고 그에 따른 내부성능 검증을 재수행하기도 한다. 어떤 재산보다 소중한 혈액샘플을 임상시험에서 모두 사용했는데 재시험을 하면서 샘플이 부족해 낭패를 겪기도 한다.

이러한 사례는 소프트웨어 임상시험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모아둔 데이터를 이용한다는 면에서 후향적 임상시험이 가능한 경우가 많은 소프트웨어 임상시험도 한 번 사용한 데이터는 재사용할 수 없기에 임상시험을 한 번 더 해야 하는 경우 민감도·특이도 조정을 위한 내부성능시험까지 거친다면 정작 두 번째 임상시험에서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데이터를 모으는 전향적 임상시험을 피할 수 없게 될 수 있다.

이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식약처가 마련해 둔 사전검토제도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 역시 이번 제도개선에서 발굴된 항목 중 하나로 기존 사전검토제도는 신개발의료기기 또는 희소의료기기 등 한정적 대상에게만 허용했지만 이번 개정으로 임상시험용 의료기기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 기업은 이 과정을 통해 제품 기술문서와 임상시험 자료 등에 대해 식약처 검토를 받을 수 있어 식약처 임상시험계획승인 제도가 아니더라도 주요한 제품의 성능·평가변수 등에 대해 점검받을 수 있게 된다.

기술문서와 GMP 적합인정서를 앞단에서 제출하는 과정이 면제됐다 하더라도 임상적 성능시험계획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연구 목적 및 배경, 체외진단의료기기 개요, 관찰항목 및 관찰 검사 방법 등이 필요하다. 이처럼 임상적 성능시험계획서 내용은 기술문서와 흐름을 같이 해야 하는 만큼 임상시험 초기에는 “기술문서가 없어도 된다”라는 안일한 인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제품 성능과 유효성·안전성 설정은 해당 기업만이 할 수 있고 이를 입증하고 보장할 책임도 제품의 원소유권자에게 있다. 문서 준비를 조금 유예해주는 것일 뿐 그 책임이 오롯이 준비됐을 때 시작된 임상시험이야말로 수집한 정보의 활용 가치를 높이고 신뢰도 높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라포르시안  webmaster@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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