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영(뉴성민병원 간호부 이사)

[라포르시안] 2018년 보건의료노조가 발표한 36개 병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사 1만 6,296명 중 이직한 간호사는 총 2,536명으로, 15.6%의 이직률을 보였다. 이직률은 신규 간호사일수록 높아, 1~3년차에 퇴사한 간호사는 66.5%에 달했다. 노동 전문가들은 간호사의 이직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인력 부족, 초과근무, 인력 수준 등의 업무 과부하를 야기하는 근로 조건의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도한 업무량을 줄이기 위한 인력 충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 

간호 현장에서는 간호사를 ‘인력’으로 바라봐선 안 되며, ‘인적 자원’의 개념에서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적극적인 교육과 복지를 제공함으로써 병원에 정착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높다. 라포르시안은 인천 뉴성민병원 간호부 장수영 이사를 만나 병원 차원의 간호 인적자원 관리 필요성과 정부의 제도적 지원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간호사 이직률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해결하긴 쉽지 않은 것 같다. 병원 차원에서 실현 가능한 방안이 있을까.

= 간호사들이 병원을 떠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명감만으로 고된 간호현장을 버틸 순 없다. ‘간호사’로서의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그 중 하나로 병원이 간호사들에게 말뿐이 아닌 명확한 미래을 제기하고 이를 성취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우리 병원은 간호사로서의 미래를 열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타 병원과 달리 간호사들이 대학원에서 석사나 박사 학위 취득을 원할 경우, 일정을 다 조정해준다. 이미 학위를 이수한 간호사들도 있고 현재 석·박사 과정인 간호사들도 꽤 된다. 학위를 이수하면 간호사 본인들의 자기 계발도 되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질 높은 간호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홍보도 되고, 간호대생들에게는 중소병원에 대한 인식 전환의 계기도 된다. 실제로 우리 병원은 학위를 이수한 간호사들을 겸임이나 시간강사나 초빙교수로 대학에 보내고 있다. 임상이나 전문 간호사로 남고 싶어하는 간호사들에게는 감염이나 환자 안전 등 그에 맞는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 병원들의 큰 고민 중 하나가 신규 간호사 채용의 어려움이다. 

= 지방에 있는 간호대학의 취업설명회를 위해 가을이면 렌트카를 빌려서 전국을 다닌다. 한달에 약 3만km 정도를 운전한다. 그렇게 만난 간호대생들에게 뉴성민병원의 간호사 교육과 복지에 대한 부분을 강조한다. 신규 간호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교육이다. 뉴성민병원은 교육간호사가 따로 있어서 현장에서 필요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앞서 말한 학위를 취득한 간호사들을 주축으로 신규 간호사 들어오면 2주일 일정으로 집체 교육을 실시한다. 

특히, 2주째에는 오전에 집체교육, 오후에는 현장 교육을 진행한다. 신규 간호사 본인이 수술실에 맞는지, 병동에 더 적합한지, 아니면 내시경실이나 응급실이 맞는지 등을 체험한다. 그리고 본인이 원하는 부서로 우선 배치하고 있다. 배치 후 3개월 동안은 해당 부서에서 근무해보고 본인의 적성과 안 맞을 경우 부서를 재배치해주고 있어서 간호사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무엇보다 병원이 간호사를 포함한 직원들을 소모품이 아닌 사람으로 귀하게 여겨야 한다. 뉴성민병원은 기본적으로 간호사의 안정적인 삶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간호사 전용 기숙사를 무료로 제공하며, 식사도 삼시세끼 모두 제공하고 있다. 간호사들이 입는 가운의 경우 무료로 제공한다고 하지만 입사 후 가운 비용 일부를 본인에게 부담하게 하는 병원도 많다. 하지만 우리 병원은 무상 지급이 원칙이다. 기본적인 의식주에 대한 문제를 해소해주니 신규 간호사들의 지원율과 근무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 중소병원 간호사들이 대형병원 등으로 이탈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병원 입장에서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 우리 병원 간호사들이 대학병원으로 간다고 하면 적극 밀어준다. 심지어 해당 병원 간호부서장을 만나서 우리 간호사를 잘 부탁드린다고 말할 정도다. 이처럼 본인의 진로 선택에 절대로 편견을 두지 않는다. 예전에 입사한 간호사가 우리 병원에서 3년의 경력을 쌓은 후 소방관이 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 간호사가 소방직 공무원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실기 및 필기 시험과 관련된 일정을 전부 조정해줬다. 그렇게 해서 소방관이 된 간호사도 있고 공무원이 된 간호사들도 있다. 대학병원으로 이직했다가 다시 돌아온 간호사도 상당수다. 

-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병원을 떠나는 간호사들도 상당수였다.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이었던 뉴성민병원은 어땠나.

= 우리 병원엔 다른 병원에서 꺼리는 요양원의 할머니·할아버지 확진자가 많이 오셨다. 병원 차원에서는 중환자가 아니기 때문에 수가는 낮지만 간호사 입장에서는 체력와 심리의 소모가 상당한 중환자다. 게다가 노인 환자의 반 이상은 치매가 있어서 주사를 하러 가거나 식사를 드리러 가면 침을 뱉거나 물어 뜯고, 발로 차고, 물건을 집어던져서 간호사들이 너무 힘들어했다. 그래서 일반 간호사 대신 차장이나 과장급 경력 간호사들이 별도의 조직을 조성해 수시로 레벨D 방호복을 입고 들어가서 욕창이 생길 수 있는 노인 확진자들의 기저귀도 갈고, 케어하는 시스템을 운용했다. 우리끼리는 ‘기저귀 부대’라고 불렀다. 어려운 업무일수록 경력자가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래야 지금의 신입 간호사들이 경력이 됐을 때 사명감과 함께 후배 간호사들의 어려움을 살펴줄 수 있다.

- 보건의료노조 등에 따르면 ‘태움’을 경험한 간호사 비율이 40% 이상으로, '태움'은 간호사가 병원을 떠나는 이유 중 하나가 되고 있다.

= 동료를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본인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 뉴성민병원은 예전부터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자아에 대한 기본 심리 검사와 남을 이해하는 방식, 그리고 나와 맞는 유형의 사람들한테는 어떤 방식으로 대화해야 하는지 등을 교육하고 있다. 교육 중 수간호사와 경력 간호사, 5년차 이하 간호사들끼리 따로 그룹을 조직해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에는 간호사 직무 스트레스를 해소해 이직을 예방하고 의사소통 역량을 키우기 위해 ‘산학 협력 통합 임상 실무를 위한 협력적 의사소통&상담’ 워크숍을 진행했다. 교육 이후 소감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몇몇 간호사들이 마음이 뭉클했고 감동적이었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병원장님도 해당 교육의 정례화를 언급할 정도로 간호사들이 자신과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어루만지는 시간이 됐다. 

- 간호 정책은 병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아쉬운 점이 있나.

= 간호 정책과 관련해 많은 공청회와 토론회가 열리지만 현장의 실효성으로 이어진 경우는 드물다. 정부와 병원이 간호사를 인력으로만 접근하기 때문이다. 인적 자원으로 접근하면 또 다른 정책이 펼쳐지고 또 다른 복지가 만들어질 수 있는데 소모품이라고만 생각하는 것 같다. 준비된 간호사만 뽑아서 어떻게는 최소 비용으로 일을 시키려다보니 인적 자원으로 보지 않고 인력으로만 보는 것이다. 간호사를 인적 자원으로 본다면 우리 병원같이 교육에도 많은 심혈을 기울이고 간호사 개개인에 맞춘 복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마찬가지다. 간호간병서비스 인센티브로 간호사 처우개선비가 지급되는데, 현재는 사무용품만 바꿔도 처우 개선비 명목으로 올릴 수 있다. 처우개선비는 말 그대로 간호사의 처우 개선에 써야 한다. 이런 부분까지 정부가 명문화해서 정책이 실제로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포커스가 인력 관리냐 인적 자원 지원이냐에 따라 처우개선비의 용도는 달라진다. 인적 자원의 개념에서 접근하면 간호사의 자기 계발을 위해 사용하는 비용, 직무능력 및 의사소통 향상을 위한 집체교육 비용 등에 처우개선비를 써야 한다. 그리고 만족도 조사 등을 통해 실제 활동에 지급했는지, 흉내만 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이처럼 간호사들에게 실제로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과 제도가 현장에서 이뤄져야 간호사들이 병원을 떠나지 않고 환자들을 돌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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