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청희(전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전 한국공공조직은행장)

[라포르시안] 강청희 전 한국공공조직은행장이 의료계로 돌아왔다. 대한의사협회 제39대 집행부에서 상근부회장직을 수행하던 2015년 이후 햇수로 7년 만이다. 그동안 강청희 전 부회장은 의협을 떠나 기흥구보건소장,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상임이사, 한국공공조직은행장 등을 지냈다. 그런 그가 공공조직은행장직을 사임하고 '간호법' 입법 저지를 위한 의협 비대위원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의료계 복귀 신고를 했다. 

그동안 공직생활을 하면서 의료계와 멀어지는 듯 보였던 그가 다시 돌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라포르시안은 강청희 전 부회장으로부터 의료계 복귀 이유와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 지난 38·39대 의협 집행부에서 상근부회장을 지낸 후 공직 생활만 해왔다. 공공조직은행을 떠나 다시 의료계로 돌아온 이유는.

= 공공조직은행장직을 사임한 이유가 의협 비대위원장 선거 때문만은 아니다. 그동안 은행장으로서 역할을 충분히 했고, 은행이 가지고 있던 문제들 어느 정도 해결한 만큼 물러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 

한편으로 현재 의료계를 보면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데, 공직에 있으면 의료계를 위한 직언을 할 기회가 없다. 이젠 정말 공직을 떠나 의료계를 위해 할 말은 하고, 필요한 역할도 해야겠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한국보건의료포럼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포럼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선 공직이라는 옷을 벗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 의협 비대위원장 선거에 출마했다. 다른 후보들은 지난 18일 열린 임시대의원총회에서 간략하게 정견을 발표한 바 있다. 출마한 이유는.

= 나의 가장 큰 장점은 경험이다. 약 10년 전에 ‘원격의료·보건의료 기요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도 해보고 간사 및 공동운영위원장도 해봤다. 지금 상황을 보면 그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문제는 지금 구성하려는 비대위의 정체성이다. 비대위는 정체성과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지난 임총에서 결의한 비대위는 이런 점이 명확치 않다. 즉, 비대위 목표가 투쟁체인지, 투쟁과 별개로 운영위를 구성해서 의료 악법 저지를 위해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겠다 등의 비전이 있어야 한다. 지금 비대위는 그런 비전 없이 위기 상황이니까 일단 만들고 보자는 식으로 된 것 같다. 

다르게 생각하면 현 위기 상황의 책임은 비대위원장이 지고, 모든 관리는 집행부가 하면서 서로 면피용으로 비대위를 만든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따라서 내가 비대위원장을 하게 된다면 비대위의 정체성을 명확히 할 것이다. 임총에서는 비대위 설립에 대한 근거를 마련할 뿐 구체적 사업까지 정할 순 없다. 따라서 비대위 경험이 있는 사람이 총대를 메야 비대위와 집행부 각각의 역할에 대해 가르마를 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충돌과 대립으로 인해 비대위와 집행부가 갈등하는 구조로 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비대위 경험이 있는 내가 낫겠다고 판단했다.

-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된 법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에 기대를 거는 것 같다. 비대위원장의 역할이 있을까.

= 의료계의 대관 및 대국회 업무가 실패했기 때문에 오늘날 이 사태가 온 것이다. 무엇가를 해보려고 해도 시기적으로 많이 늦은 게 사실이다. 거부권만 이야기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늦었더라도 사태를 되돌리기 위해 경험과 노하우를 모아야 한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주면 좋긴 하지만 거부권이 성립되려면 해당 법안이 정치적으로 확실이 모순된 결정이라는 판단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법안 통과를 반대하는 국민 여론이 필수적이다. 

현재 이같은 국민 여론 작업들이 전혀 안 돼 있다. 현 의협 집행부에는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결국 이를 끌고나갈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회원들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경험있는 비대위원장이 필요하다. 특히, 간호법과 의사면허취소법이 지금 동료의사들에게, 또 후배들이 의사 활동을 할 때 올바른 의료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 걸림돌이 되는 악법이라면 선배 의사로서 혼신을 다해 막는 것이 당연한 책임이다. 나에겐 책임감뿐 아니라 막을 수 있는 역량이 있기에 비대위원장에 지원하게 됐다.

지난 18일 열린 의협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비대위 구성이 가결된 투표 결과.
지난 18일 열린 의협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비대위 구성이 가결된 투표 결과.

- 임총 당일, 비대위원장 선거를 임총 현장에서 바로 진행하자는 의견부터 피선거권 문제 제기가 우려된다는 등 비대위원장 선거와 관련한 의견이 분분했다. 실제로 의료계 일각에선 비대위원장 선거가 급하게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 나 역시 지금 비대위원장 선거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의협 회무는 절차와 형식이 중요하다. 과거 비대위를 만드는 방식은 비대위원으로 적합한 인물을 추천받아서 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은 비대위에서 호선(互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경선일 경우 투표로 선출하게 되는데, 2017년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과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을 저지하기 위한 범의료계 비상대책위원회의 이필수 위원장 역시 비대위원들 투표로 뽑힌 바 있다. 

중요한 것은 이번엔 호선이 아닌 선거라는 방식으로 한다는 점이다. 이번 비대위원장 선거 과정을 살펴보면 후보 등록기간도 짧고 정견을 발표하는 기회도 사실상 없다. 무엇보다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관리하지 않는다. 누군가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총회에서 투표를 진행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총회에서 선출하는 것은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결정이니까 이해가 되는데 이번엔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급하다는 이유로 의협의 선거규정에 따르지 않고 급하게 진행하고 있다. 혹시 이번 선거 결과가 근소한 차이로 결정될 경우 불만이 있는 측이 절차와 형식의 위반에 대해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소지가 다분하다.

- 비대위원장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의료계 활동을 재개할 계획인가.

= 그렇다. 이번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앞으로 의료계의 현안에 대해 적극 목소리를 내고 행동이 필요하면 움직일 것이다. 그런데 의사만을 위해서 목소리를 내면 안 된다.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 시각에서 바라보는 의료를 의사들에게도 알려줘야 한다. 무엇보다 의사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국민이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도록 언어를 변화하고 소통하는 중간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그 역할을 수행해 나갈 계획이다. 의협회장 선거가 욕심 나서 의료계로 복귀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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