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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건강논평] 건강 불평등 키우는 플랫폼 자본주의를 극복하려면<시민건강연구소> 시장의 폐해, 더 많은 시장원리로 해결할 수 있을까?

[라포르시안] 카카오가 배차 알고리즘 조작을 통한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로 공정위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가맹택시를 우선 배차하거나 수익성이 낮은 단거리 배차에서 제외·축소하는 알고리즘을 시행한 결과 가맹택시의 수입이 비가맹택시보다 높아졌고, 이는 결국 가맹택시 가입 수 증가로 이어져 카카오의 시장지배력 강화를 낳았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강화된 시장지배력은 카카오가 소비자의 호출 수수료와 기사의 앱 이용료를 인상할 수 있는 배경이 되었다고도 덧붙였다.

카카오는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플랫폼 기업에게 알고리즘이란 이윤과 권력의 원천인데, 이를 문제 삼았으니 사활을 걸 만하다. 가맹택시는 자동배차를 선택한 개인 기사나 법인일 뿐 카카오 소속이 아니라는 점, 비가맹택시는 자동배차 대신 직접 콜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 자동배차를 통해 소비자 편의성을 높였다는 점, 비가맹택시와 소비자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요지다. 전형적인 플랫폼 자본주의 논리다.

가맹택시는 1대1 자동배차를 받는 반면 비가맹택시는 여러 명에게 발송된 콜을 ‘잡아야’ 하는 배차방식은 구조적으로 가맹택시의 높은 수락률, 비가맹택시의 낮은 수락률을 유도한다. 카카오는 소비자 편익 증진을 위해 수락률이 높은 택시를 우선 배차하는 ‘인공지능(AI) 추천’ 알고리즘을 활용한 것이라면서, 비가맹택시의 낮은 수락률은 기사 개인의 선택에 의한 결과라고 반박했다. 가맹택시의 높은 수입은 ‘열심히’ 한 결과이고, 비가맹택시도 ‘열심히’ 하면 높은 수락률을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확산으로 호출 수요가 감소하고 비가맹택시의 수락률이 높아지자 카카오는 배차 알고리즘 상의 수락률 기준을 상향 조정해 가맹택시에 유리한 알고리즘이 유지되도록 한 것으로 밝혀졌다. 가맹택시의 수락률은 일정 수준 이상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비가맹택시에게는 수락률에 기반한 우선배차 알고리즘에 대해 고지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쯤 되면 공정위가 ‘은밀한 알고리즘 조작’이라는 다소 노골적인 표현을 쓴 배경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이렇듯 뻔하면서도 치밀한 알고리즘 설계는 혁신인가 아닌가?

이번 공정위 처분을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가 작년 10월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플랫폼 기업에 대한 기존의 자율규제 방침에서 규제강화로 기조를 전환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하고 있다. 정말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최근 정부와 여당은 은행, 통신, 항공 산업에 이르기까지 연일 “독과점 행패”를 운운하며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수석비서관회의, 비상민생경제회의 에서까지 수차례 은행을 “공공재”라 부르며 공적 책임을 요구했다. 최근 금리인상으로 역대급 실적을 올린 5대 시중은행이 주주 배당과 임직원 성과급으로 “돈 잔치”를 벌였다면서, 난방비 폭탄으로 분노한 여론의 화살을 돌리려는 모양새다.

나아가 윤대통령은 금융 당국에 은행 산업의 독과점 구조를 깨기 위한 경쟁 강화 방안 마련도 지시했다. 당장은 인터넷 전문은행을 추가 허용하거나, 핀테크 업체의 금융업 진출을 확대하는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해 산업자본에 금융업의 문을 열어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과거 인터넷 전문은행 허용이 기존 은행의 독과점 구조를 해소하지 못했다는 점이 이미 증명되었음에도, 시장의 폐해는 더 많은 시장원리로 해결한다는 이 정부의 기조는 한결같다.

카카오 택시 사태를 단순히 시장경쟁, 공정거래 규칙을 어긴 사례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플랫폼 자본주의에서 알고리즘이 차지하는 핵심 위치를 생각하면 여러모로 생각해 볼 거리가 있다. 알고리즘은 이제 우리 주변에 공기와 같이 존재하며 우리 삶을 지배한다. 알고리즘 통치성이라는 비판은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젖어 들고 있던 편안함에 경종을 울린다. 

소비자 편의성을 약속하는 각종 건강관리 플랫폼, 실손보험 청구 플랫폼, 비대면 의료 플랫폼들은 어떤가? 카카오 택시의 사례에서 보듯, 무료 서비스로 이용자를 늘려 시장지배력을 확보한 뒤 유료화 혹은 유료서비스를 확대하는 전략, 서비스 이용료 대신 이용자의 데이터를 탈취·축적해 광고수입이나 다른 새로운 사업에 활용하는 전략은 모든 플랫폼 기업의 전형적인 수익추구 방법이다. 건강관리, 실손보험 청구, 비대면 의료 플랫폼이라고 예외일 리 없다.

플랫폼, 은행, 통신 등은 불로소득(rent)을 창출한다. 이들 기업은 대표적 불로소득자(rentier)로, 경쟁이 제한되어 있거나 부재한 조건 아래 희소자산을 소유,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더 많은 소득을 벌어들인다. 이러한 희소자산과 불로소득, 불로소득자는 점점 더 경제 질서와 생활을 지배하고 있는데, 이를 토마 피케티, 가이 스탠딩, 브렛 크리스토퍼스는 현대 자본주의의 불로소득 자본주의(rentier capitalism) 경향이라고 보았다. 불로소득 자본주의는 무엇보다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증가시킨다.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착취가 대표적 사례다. 

여기서 단순히 경쟁을 강화하는 것은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희소자산에 대한 소유·통제권은 여전히 남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플랫폼, 금융, 인프라와 같은 불로소득 자산(의 희소성)은 이미 정부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플랫폼 알고리즘에 대한 지적재산권 보호, 금융 산업에 대한 자유화와 규제완화, 공공 인프라의 사유화, 자본 이득과 재산 소득에 대한 세금 감면 등, 불로소득을 보호해온 것은 다름 아닌 정부다. 1970년대 이래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는 불로소득 확대에 기여했다.

불로소득 자본주의는 다양한 경로를 거쳐 건강 불평등을 낳을 수 있다. 안전보건 규제와 사회보장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플랫폼 노동자의 건강 문제, 의료기술에 대한 지적재산권 보호가 야기하는 불평등한 의료 접근권 문제, 무엇보다 부동산, 주식 등 비금융·금융 자산 소유자와 비소유자 사이, 모든 불로소득이 집중된 수도권과 박탈된 비수도권 사이 소득과 부의 불평등은 잘 알려져 있듯이 삶의 모든 단계와 경로에서 건강 불평등으로 이어질 것이다. 

대안은? 피케티는 참여사회주의를, 스탠딩은 기본소득을, 크리스토퍼스는 공적 소유의 강화를 통한 사적 소유 헤게모니의 극복과 다원적 혼합소유 생태계로의 재편을 제안한다. 건강과 보건의료에 접목한 다양한 상상과 논의를 제안한다.

[알립니다] 본지에서는 시민건강연구소의 '시민건강논평(구 서리풀 논평)'을 매주 게재합니다. 시민건강연구소는 '건강과 보건의료에서 최선, 최고의 대안을 제시하는 싱크탱크' '진보적 연구자와 활동가를 배출하는 연구공동체'를 비전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시민건강연구소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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