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희(엔젤로보틱스 이사)

[라포르시안] 세계 최대 규모 가전·IT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3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됐다. 개인적으로 의료기기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CES 2023을 직접 참관하고 싶었지만 여건이 녹록지 않아 실행에 옮기진 못했다. 대신 전시회 현장을 찾은 지인의 전언과 언론 보도를 통해 현장 분위기와 의료기기 미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었다. 올해 CES 테마는 ▲기업들의 엔터프라이즈 기술혁신 ▲메타버스·웹3.0 ▲교통·모빌리티 ▲헬스케어 ▲지속가능성 ▲게임이었다.

특히 헬스케어는 주요 테마로 선정되는 등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인정받은 만큼 의료기기산업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관련 분야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헬스케어 분야 테마를 살펴보면 ▲병원에서 일상생활 공간으로의 헬스 데이터 이동 ▲치료 정확도와 개인화 증진을 위한 인공지능(AI) 분석 확대 ▲즐거운 노후 생활을 위한 필수도구로 정착한 디지털 헬스케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내 혁신·융합을 위한 파트너십 확대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2개 주제에 관심이 집중됐다. 하나는 AI 분석 확대이다. 스마트워치·운동 정도·구매정보 등 일상에서의 많은 개인 정보들이 데이터로 쌓이고 있고 이들 데이터를 분석하는 AI 기술 또한 더욱 진화할 것이다. 특히 요즘 많은 사람들이 AI 챗봇 ‘챗GPT’에 열광하고 있다. 챗GPT를 이용해 논문을 쓰고 숙제를 대신하는 등 경험담이 쏟아지고 있다. 아직 개인 데이터가 아닌 인터넷상의 데이트를 학습해 답변을 제시하지만 머지않아 일상생활에서의 개인 데이터가 수집되고, 해당 데이터들이 병원 데이터와 연결되면 자신의 건강 상태를 챗GPT를 통해 확인하게 될 것이다. 즉 일상에서 챗GPT에게 자신의 건강 상태를 물어보고, 그 답변 내용에 따라 간단한 운동·식단 조절부터 병원 방문까지 이어지게 될 것이다.

물론 챗GPT가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을지는 논외이지만 개인이 의료 AI를 충분히 활용하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IBM의 ‘왓슨’처럼 병원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일반인 대상의 의료 AI가 속속 등장하는 것은 어쩌면 커다란 흐름이 아닐까 싶다. 또 하나는 파트너십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애보트는 올해 CES에서 스마트폰과 연동해 혈당 체크를 할 수 있는 팔 부탁형 센서를 선보였다. 애보트는 센서만을 제공하고 해당 센서를 활용한 건강관리 프로그램은 애보트와 협력하는 기업들이 각자 제작하고 사업을 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물론 애보트의 내부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만이 협력사로 등록되고 애보트 센서를 활용할 수 있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애보트와의 협력 관계를 만들기 위해 애보트가 제시한 기준을 만족하기 위한 노력을 했고, 애보트는 협력사에 대해 기술적 영업적 지원을 하고 있다. 이는 플랫폼 방식의 비즈니스 전략이 의료산업에 접목된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기업이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많은 기업들이 해당 플랫폼을 사용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의료산업의 외연을 확장해 나가는 전략이라고 판단된다.

필자가 CES 2023을 끄집어낸 이유는 의료산업의 발전 방향을 함께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가전·IT 전시회인 CES에서 의료기기 제품의 전시 규모가 점점 확대되고 헬스케어가 공식 테마로 선정되는 등 의료기기가 단순히 의료기관에서 필요한 기기를 넘어 가정에서 사용하는 기기로 기술적 사회적 변혁기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종이차트에 환자 데이터를 수기로 기록하는 방식에서 전자차트로 변화했고, 이들 데이터가 서버에서 관리·공유되고 있다. 또 필름으로 볼 수밖에 없었던 X-ray 영상을 모니터 화면으로 보고, 데이터망을 이용해 공유하고 있다.

의료기기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위기를 맞거나 아니면 새로운 기회를 얻는 등 운명이 엇갈렸었다. 인터넷 검색만으로 질병에 대한 자료를 쉽게 찾을 수 있고, AI가 의료 데이터 또는 논문을 조사해 치료 방향을 제시하며 스마트폰을 이용해 혈당을 관리하는 등 디지털 데이터를 활용하고 협업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기술적 사회적으로 급변하는 시기를 맞아 의료기기 기업들도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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