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 직회부에 보건의료단체 찬반 논쟁 격화
상임위 법안심사 과정서 '간호사 업무범위' 등 민감한 내용 다 빠져
간호인력 처우개선 등 실효성 의문...직역별 단독법 입법 요구 우려

[라포르시안] '간호법' 제정안 입법을 둘러싼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입법에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에서 강경 투쟁을 선언하면서 국회의 처리 방향에 따른 보건의료계 직역 간 갈등이 폭발 직전이다. 

앞서 지난 9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제사법위원회에 장기 계류 중인 간호법(대안) 제정안과 의료법(대안) 개정안 등 7건의 법률안을 본회의에 부의하도록 국회의장에게 요구하기로 의결했다. 

본회의 직회부가 결정된 간호법(대안)은 작년 5월 17일 법사위로 회부된 법안이다. 이후 8개월 넘게 법사위에서 계류하다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보건복지위 의원들 주도로 국회 본회의로 직회부됐다. 

간호법안이 본회의 직회로로 처리 가능성이 높아지자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방사선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이 참여하는 '간호법저지 13개단체 보건복지의료연대'는 강경한 입장을 내놓았다.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지난 13일 성명을 통해 "간호법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법이 아니라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를 붕괴시키고,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악법"이라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간호법이 폐기될 때까지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 동원한 총력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오는 26일 간호법안의 본회의 직회부 강행처리를 규탄하고 간호법 폐기를 촉구하기 위해서  보건복지의료연대 총궐기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의사협회가 구성한 '의료현안협의체'도 간호법 입법 갈등의 영향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간호법 국회 처리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의료계 내부 우려가 커지자 의협은 오는 16일로 예정된 의료현안협의체 3차 회의를 무기한 연기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호법안에 대체 어떤 내용이 담겼길래 이렇게 간호협회를 제외한 다른 보건의료 직역에서 우려를 쏟아내고 있는 것일까.

논란이 되고 있는 간호법(대안)을 들여다보면 이렇게까지 격렬한 찬반 논쟁을 부를 법인가 싶다. 오히려 기존 의료법이나 보건의료인력지원법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을 별도로 떼어내 갖다 붙여서 굳이 '간호법'으로 제정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사실 간호법 제정안이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앞서 2020년 5월 말 21대 국회가 출범한 이후 의료법에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관련 규정을 따로 떼어내 별도 법률로 규정한 '간호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고령화 등으로 늘어나는 간호인력 수요에 대응해 양질의 간호인력 수급과 간호사 업무환경 개선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게 간호법 입법 취지다.

모두 3건의 법안(간호법안 2건, 간호·조산법안)이 발의됐고, 작년 5월 이들 법안을 묶은 '간호법안'(대안)이 보건복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런데 보건복지위가 간호법 제정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의사협회와 간호조무사협회 등의 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자 상임위 법안소위를 거치면서 간호법 제정안 내용 중 민감한 내용이 대부분 빠졌다. 

간호법안 내용 중 ▲간호법의 적용 범위에 요양보호사·조산사 관련 내용 ▲간호법 우선 적용 규정 ▲의료기관의 책무 규정 ▲간호종합계획·간호정책심의위원회·간호사 등 실태조사 ▲간호인력 지원센터 고충 해소 및 상담지원 업무 ▲표준근로지침 관련 규정 등이 모두 삭제됐다. 

김민석 의원이 대표발의한 간호법안은 간호사 업무범위 관련해 '의료법에 따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규정해 놓았다. 하지만 의사단체를 중심으로 "이 조항이 간호사가 별도 기관에서 포괄적인 진료행위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공한다”는 반발이 거세게 일자 기존 의료법에 규정된 업무범위를 그대로 인용하는 것으로 바꿨다.  

보건의료계 단체 간 찬반 논쟁과 여러 차례 법안 심의 끝에 복지위를 통과한 간호법안(대안)에는 ▲간호사·간호조무사의 업무 범위를 현행 의료법과 동일하게 규정  ▲교육 전담간호사 관련 규정 ▲간호조무사협회 법정 단체화 ▲간호조무사협회 법정단체화에 따른 경과 규정 신설 등의 내용이 담겼다.  

간호법안 제정의 핵심 취지 중 하나였던 간호종합계획과 간호인력 권익에 관한 사항에서 ▲간호종합계획 ▲간호정책심의위원회 ▲간호사 등 실태조사 관련 내용은 기존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적용을 받는다고 보고 모두 빼버렸다. 

이 때문에 간호법안(대안)이 과연 양질의 간호인력 수급과 간호사 업무환경 개선이라는 입법 취지에 얼마나 부합하는 지 의문이 제기될 정도다. 적정 간호인력 확충이나 간호사 처우개선 등에서 실효성 있는 규정이 없는 간호법을 제정하기 위해서 이렇게 갈등을 초래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지적도 만만치 않다. 

간호법에 반대하는 보건의료 단체들이 우려하는 건 이 법이 제정되고 난 이후 간호사가 독자적인 진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바꾸거나, 간호사 업무범위 확대로 의료기사 등의 영역을 침범하는 쪽으로 법개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또 간호사와 의사 등을 포함한 의료인은 ‘의료법’의, 약사와 한약사는 ‘약사법’을, 임상병리사와 물리치료사 등은 ‘의료기사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고 있는데, 간호법처럼 특정 직역만을 다루는 단독법이 제정되면 보건의료체계에 혼란을 초래하고 다른 직역에서도 단독법 입법 목소리가 커질 것이란 우려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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