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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교육 4년제 일원화' 외칠 땐 언제고..."집중간호학사 추진은 모순"정부·간호협회, 간호대 편입서 졸업까지 '2년 집중과정' 도입 모색
"실효성 없는 증원 아닌 간호사 노동환경·처우개선 선행돼야"
대한간호협회는 2022년 12월 23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간호학과 학사편입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라포르시안] 정부가 인력난에 시달리는 간호사 인력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서 학사편입생 수학기간을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는 ‘집중간호학사 특별과정’ 신설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서 연간 1000~2000여명 정도 간호사를 추가로 배출해 의료현장의 간호인력 부족 상황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현재 간호학을 전공하지 않은 대졸학력자가 간호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방법은 ▲대졸자특별전형 ▲학사편입 등 두 가지가 있다. 대졸자특별전형은 전문대 졸업자 또는 대졸자를 위한 간호전문대 신입학 전형으로, 1학년으로 입학해야 하기 때문에 학위 취득까지 4년이 걸린다.

일반적으로 다른 학과에선 학사편입생은 3학년부터 시작한다. 그와 달리 간호학과는 2학년으로 편입해 3년간 교육을 받아야 한다. 집중간호학사 특별과정은 타 전공 학사학위가 있는 학생을 대상으로 간호학사 과정을 단기간(24개월)에 취득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앞서 대한간호협회도 작년 12월 국회에서 ‘간호학과 학사편입제도 개선 토론회’를 열고 집중간호학사 특별과정 도입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관련 기사: 간호인력난 해법, 왜 자꾸 엉뚱한 데서 찾으려 할까>     

그러나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이 선행되지 않으면 아무리 간호사 공급을 늘려도 병원 현장의 간호인력 부족은 바뀌지 않을 것이란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노인 인구 확대와 의료수요 증가에 따라 병원에서 더 많은 간호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간호인력 문제 개선을 위해 지난 10년 동안 간호대학 정원을 계속 늘려왔으며, 10년 전과 비교해 간호대 학생은 2배정도 늘어 한 해에 배출되는 간호대 졸업생 수가 2만 명이 넘는다. 

교육부 취업통계연보에 따르면 간호학과 졸업자의 취업률은 80% 중반을 넘는다. 이처럼 막 면허를 취득한 신규 간호사 취업률은 높지만 간호사 평균 근무 연수는 5.4년에 불과했다. 신규 간호사의 이직률은 30%를 넘는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간호대학 졸업자는 인구 10만 명당 40.5명으로 OECD 평균(31.9명) 보다 더 높지만 의료현장은 항상 간호인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만성적인 간호인력난은 간호대에서 배출하는 정원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7일 집중간호학사 특별과정 추진 관련 성명을 내고 "간호사들은 실효성 없는 증원이 아닌 간호사들이 병원에 남을 수 있도록 노동환경과 처우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는 애써 외면한 채, 어리석게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급급한 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우리나라의 경우 간호사 1명이 상급종합병원에서 평균 16.3명의 환자를, 종합병원의 경우 평균 43.6명의 환자를 담당하고 있고 이는 현재 의료법에 명시돼 있는 인력기준 보다도 많다"며 "그렇다보니 초과 근무와 높은 업무강도에 시달릴 수밖에 없고 이를 견디다 못해 간호사들이 사직하고 결국 인력이 부족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간호인력 부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과 환자안전을 위해선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적정 환자 수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를 명시하고 병원에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처벌조항을 포함한 ‘간호인력인권법’이 국민동의청원 10만 동의를 통해 범국민적 지지를 얻기도 했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기존의 실패한 방식을 반복하며 당장의 ‘간호인력 수급’ 만 바라보는 근시안적인 정책의 기조에 탄식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2년짜리 ‘집중간호학사 특별과정’ 도입은 2011년 환자안전과 간호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간호대학 교육과정을 4년제로 일원화한 취지와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간호대 정원이 계속 늘면서 간호학생 수에 비해 실습할 수 있는 병원은 갈수록 부족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제대로 된 실습교육을 받지 못하거나 혈압, 혈당 측정 등 업무를 전담하는 등 실습교육이 아니라 보조인력으로 쓰이는 경우도 있어 학습권 침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간호대학 4년제 일원화를 추진했던 2011년의 대한간호협회와, ‘집중간호학사 특별과정’을 추진하는 2023년의 대한간호협회의 모습에 과연 간호협회는 간호사를 대표하는 법정단체로서 진정으로 간호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는지 묻고 싶다"며 "현재도 많은 간호사들이 지금의 4년간의 교육으로는 짧은 현장실무 교육기간 동안 실무를 익히기에 버겁다고 말한다"고 우려를 전했다.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간호협회와 정부는 근시안적인 정책을 폐기하고 실직적인 처우 개선에 나서라"며 "처우 개선 없는 ‘집중간호학사 특별과정’ 대신 간호사 1인당 적정 환자 수 기준을 마련하는 ‘간호인력인권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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