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통과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또다시 한 해를 넘겼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논쟁은 2009년 처음 시작됐지만 14년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제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법안은 모두 6건에 달한다. 정부가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현을 위한 정책 과제 일환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5대 핵심 과제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포함하면서 입법 추진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첨예한 대립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사이 이와는 별개로 민간 기업 주도의 ‘실손보험 자동 청구’ 서비스가 새롭게 시작돼 관계기관을 비롯해 의료계, 보험업계, 보험가입자 등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헬스케어 데이터 양방향 플랫폼 기업 레몬헬스케어(대표 홍병진)는 지난해 말 전국 상급·종합병원 37곳에서 국내 최초로 실손보험 자동 청구 서비스 시대를 열었다. 이를 통해 서비스 시작 한 달 만에 자동 청구 서비스 가입자 2천 명·자동 청구 건수 1만 건을 돌파했다.

실손보험 자동 청구 서비스는 별도의 앱 설치가 필요 없다. 병원에서 발송한 카카오 알림톡 안내 메시지에서 ‘실손보험 자동 청구 가입’ 버튼을 클릭해 가입 신청만 하면 통원 진료 때 마다 실손보험 청구가 자동 진행된다. 한 달에 세 번 ‘실손청9데이’(9일·19일·29일)에 누적된 통원 진료 건이 자동 청구돼 실손보험 청구를 잊어버릴 염려가 없다.

또한 처음 가입 시 자동 청구를 진행할 환자 본인 부담 진료비의 최소금액을 1천 원부터 5만 원까지 환자 스스로 설정할 수 있으며 자동 청구 소급 기간도 가입일로부터 3년 전까지 선택이 가능하다. 이처럼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 권고를 시작으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논의가 시작됐으나 관계부처와 의료기관·심평원·보험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사이 민간 업체에서 개발한 실손보험 자동 청구 서비스 상용화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이는 민간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에서 프라이빗 API 기반 클라우드 중계 서버를 구축하고, 이를 병원과 보험사에 각각 연결 시 오픈 API 형태로 데이터를 연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 별도 앱 설치 없이도 자동 청구 서비스를 가능하게 했다. 특히 병원 환자용 앱에 익숙하지 못한 연령대에서도 카카오 알림톡 안내 메세지에서 가입만으로도 실손보험 자동 청구 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어 국민 피로도 해소에 일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최근 3년간 미지급된 실손보험금이 총 7410억 원에 달한다. 실손보험 국내 가입자 수가 4000만 명에 달하고 보험금 청구액이 1조 원을 돌파했지만 여전히 실손보험 청구 절차상의 번거로움으로 인해 찾지 않은 미지급 보험금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민간 주도의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 중심으로 실손보험 자동 청구 문화가 본격 정착되면 소액 청구와 번잡한 청구과정 등이 사라지고 미지급 보험금도 줄어들게 돼 실손보험 가입자 편의성 증대는 물론 병원과 보험사의 불필요한 인력과 재원 낭비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레몬헬스케어는 실손보험 자동 청구 서비스를 서울, 부산, 대구, 광주, 인천, 경기, 경남, 전남, 전북, 제주, 경북, 충북, 강원 등 전국적으로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올해 오픈할 예정이다. 이후 대형 병원을 비롯해 주요 지역별 상급·종합병원 그리고 일반 병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홍병진 대표는 “실손보험 자동 청구 서비스는 실손보험 청구 절차를 고속도로 하이패스처럼 자동화해 실손보험 청구 절차에 대한 국민 피로도가 크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아직도 일부 보험사가 팩스 번호를 매일 변경하는 등 디지털 전환에 역주행하고 있으나 레몬헬스케어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현을 위한 정책 과제에 발맞춰 민간 주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를 선보이게 돼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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