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경(경희대 특임교수·식약처 의료기기위원회 공동위원장)

[라포르시안] 한국 사회는 급속한 고령화 문제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심각한 저출산과 인구감소는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응하고자 올해부터 ‘의료-돌봄’ 서비스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그 일환으로 취약계층을 위한 재난적 의료비 지원 확대는 노인빈곤율이 높은 현실에서 실질적인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복지부가 ‘의료’와 ‘돌봄’이라는 용어를 구분하면서 융합하려는 움직임은 의료 패러다임 변화를 국가정책에 반영하고자 노력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의료는 전통적인 '질병 치료(cure of disease)'에서 '건강을 돌보는(care of health)' 헬스케어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의료-돌봄서비스는 이 같은 변화에 발맞춰 그간 치료의학 중심 의료에서 예방의학·재활 의학을 넘어 질병 극복(disease free) 상태와 전체적인 웰빙을 추구해야 한다. 나아가 진정한 웰니스(wellness)는 웰빙(wellbing)과 행복(happiness)이 결합할 때 완성된다. 특히 공공의료 정책의 본질은 기존 의료서비스를 대체하는 것보다는 의사들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를 보완하고 상호 시너지를 찾는 데 있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 속에서 의사의 미래는 과학으로서의 의학보다는 인문학 관점에서의 의학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환자를 치료하는 것을 넘어 치유하는 의사만이 경쟁력을 갖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미다. 치유는 치료와 돌봄의 만남을 통해 완성된다.

의학은 건강 문제를 생물학적 계통으로 접근하면서 세분화하는 경향이 있다. 더불어 학문적 접근 또한 ‘예방-치료-재활’의 개념으로 분류하며, 특히 질병 중심의 치료의학이 발달하면서 전문분과가 미시적으로 분화하고 있다. 반면 간호학은 건강에 대해 전체적이고 통합적인 관점에서 접근한다. 또한 학문적으로도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 개념을 추구한다.

개인적으로는 의학의 치료(cure)와 간호학의 돌봄(care)이 융합할 때 환자를 치유하는 진정한 헬스케어 시스템이 완성될 것이라고 믿는다. 의료의 미션은 인류를 건강하고 오래 살게 하는 것이다. ‘건강 100세’ 슬로건은 삶의 질과 양을 동시에 추구하는 구체적인 목표에서 수립됐다. 이는 2009년 UN의 Homo-hundred 비전과도 연결돼 있다.

향후 정부의 의료정책은 이 같은 기조를 중심으로 추진될 것이다. 의사들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어떻게 적응해 나갈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의료계 역시 미래 의사들을 어떻게 길러낼지 생각해 볼 일이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