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의사회, 강처치 수가·소아진료 가산 등 촉구
황찬호 회장 “방문당 진료비 낮은데 코로나 안정화로 환자까지 줄어 존폐 위기”

[라포르시안] 이비인후과는 국가 재난성 호흡기 감염병 사태에 필수불가결한 진료과인 만큼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는 지난 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호흡기감염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국민생명을 지키기 위한 이비인후과의 노력과 희생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비인후과의사회 황찬호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비인후과 의사들은 열나는 환자들의 입과 코를 벌리고 15~20cm 앞까지 가까이 가서 진찰과 치료를 해야 하고, 환자가 기침했을 경우 병원균 노출 위험은 급격하게 더 증가한다”라며 “이런 진료의 특성 때문에 코로나 사태 초기에 많은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격리조치를 당했고 병원은 폐쇄명령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몇몇 이비인후과 의사 분들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황찬호 회장은 “2022년 초 코로나19의 폭발적인 감염사태가 왔고 이를 막아내기 위해 정부는 의원급 신속항원검사를 도입코자 할 때 대부분의 진료과가 나서기를 망설였지만, 이비인후과는 먼저 앞장서 정부의 협조 요구에 부응했고 코로나19 사태라는 국가적인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누구보다 더 노력을 해왔다”라며 “지난 3년간 이비인후과 의사들의 노력과 숭고한 희생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비인후과가 급성호흡기감염병 관리에 없어선 안 되는 필수과이자, 의료자원의 효율적인 배분과 비용절감 측면에서도 중요한 진료과란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2020년 상반기 급성상기도감염(J00~J06) 진료건수를 보면 이비인후과 384만건, 내과 199만건, 소아청소년과 146만건으로 이비인후과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진료건수를 기록했다. 

황 회장은 “코로나19뿐만이 아니라 급성호흡기감염 환자는 이비인후과를 가장 먼저 방문한다. 모두가 회피하는 감염병의 공포 속에서 환자의 상부 호흡기도에 대한 직접 진찰을 마다하지 않는 이비인후과의 전문성에 대한 믿음이 그 이유일 것”이라며 “앞으로도 있을 제2, 제3의 국가 재난성 호흡기 감염병 사태에도 그 역할이 기대되는 필수불가결한 필수 진료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낮은 방문당 진료비, 줄어드는 환자 수, 낮은 의료수가 상승률은 국민건강에 필수적인 이비인후과를 다시 존폐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비인후과의사회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분석 결과, 이비인후과는 소아청소년과, 가정의학과와 더불어 1차 의료기관 중에서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가장 낮은 매출을 보였던 3개과 중의 하나이다. 

의사회는 동네 이비인후과 의원에 환자 수는 많아 보이지만 매출이 적은 이유는 낮은 내원일당 진료비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황 회장은 “초유의 감염병 사태를 겪으며 2020년과 2021년에 이비인후과 매출과 환자 수는 급감했다. 이 기간동안 내원일당 진료비가 이전보다는 상승했으나, 환자 수가 줄어들지 않은 다른 과들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내원일당 진료비를 보여준다”며 “낮은 내원일당 진료비에 겹친 환자 수 격감은 동네 이비인후과 경영에 직격탄을 가져왔고 실제로 이 기간동안 경영악화로 폐업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경우가 많았고 병원을 유지하게 위해 많은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대출을 받아야만 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10년간의 요양급여비용 증감을 살펴보면 전체 임상과 중에서도 진료비 상승률이 소아청소년과를 제외하고는 가장 낮았다”며 “2011년 당시 안과와 전체 매출이 비슷했으나 2021년에는 안과의 절반에 불과한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2년 2월부터 신속항원검사를 통한 코로나19 확진이 이뤄지면서 이비인후과 방문 환자가 많아져서 매출이 증가했으나, 이는 진단키트 비용과 가운, 페이스쉴드, 장갑 등 보호장구 비용을 제외한다면 감염에 노출되는 위험비용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것이 황 회장의 설명이다. 결국, 코로나19 이후 3년간 경영 악화를 겪어온 이비인후과의 상황을 나아지게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 

황찬호 회장.
황찬호 회장.

코로나19 안정화에 따라 감소하는 환자 수도 위기 요인으로 꼽았다.

황찬호 회장은 “이비인후과는 특징적으로 1차 의료기관들 중에서 보험급여 매출 의존도가 가장 높다”라며 “낮은 의료수가를 보전할 수 있는 비급여 비율이 낮다는 것은 물가상승율에 크게 못 미치는 낮은 의료수가 인상률의 가장 큰 희생자임을 의미한다. 줄어드는 환자수, 낮은 방문당 진료비, 낮은 의료수가 인상률은 이비인후과에게 또 다시 위기가 닥쳐옴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이비인후과의사회는 대국민 감염관리의 필수과인 이비인후과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강처치에 대한 수가 보상이 시급하다고 했다.

황 회장은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많은 역할을 했던 이비인후과의 몰락을 막고 접근 편이성을 살려 상기도감염병 대응의 첨병 역할을 유지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비인후과와 관련된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며 “확진 환자에게 시진과 촉진, 강처치 등 적극적인 진료가 이루어질 경우 현재보다 높은 특별 감염관리료를 청구할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이는 향후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감염병 사태 등에서 이비인후과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황 회장은 ”비강과 구강, 외이도 등에 관련한 강처치는 환자의 불편감을 줄여주며 병의 호전에도 큰 역할을 하기에 이비인후과 외래에서 매우 흔하게 이뤄지는 치료행위“라며 ”강처치를 하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시간과 노력, 다양한 기구의 사용과 소독이 필수적이며, 감염에 대한 노출 위험이 크지만, 현재 수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이 모든 행위들을 하고도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런 불합리한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해 강처치 신설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고 관련 규정도 만들어졌지만, 아직 건강정책심의위원회 통과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라며 ”강처치에 대한 건정심 통과가 하루빨리 이뤄져 대국민 감염관리의 필수과인 이비인후과 의원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인성 난청에 대한 긴급 지원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비인후과의사회에 따르면 현재 중등도 난청(40dB-60dB)으로 보청기가 필요하지만, 장애판정을 받지 못해 보청기 구입시 급여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인구는 국내에서 약 130여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의사회는 생애전주기 국민건강 맞춤 돌봄 서비스에 ‘생애 전환기 난청 검진 프로그램’을 포함할 것과 ‘노인 중등도 난청에 대한 보청기 급여확대’를 제안했다.

황 회장은 “청각장애에 해당이 안되는 40dB에서 60dB에 해당하는 노인성 난청 환자가 생애 전환기에 청력 검사를 적절히 시행 받고, 난청 발견 즉시 그 진행을 예방하는 진료와 함께 적절한 보청기가 지원된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난청 관리 체계를 지닌 건강한 대한민국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소아환자 진료의 고된 업무에 대한 지원을 촉구했다. 6세 이하의 소아환자는 협조를 구하기가 힘들고 보호자에게 질환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교육을 해야 하므로 성인환자에 비해 2배 이상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것.

이비인후과의사회에 따르면 많은 소아환자가 편도 아데노이드 질환과 중이염 등으로 이비인후과를 방문하고 있으며, 통계상 6세 이하 소아환자의 약 15%가 이비인후과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황 회장은 ”거시적인 시각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소아 진료에 대한 높은 가산제 등 현실적인 대안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소아환자가 기피의 대상이 아니라 환영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획기적인 정책적 배려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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