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연재 칼럼
[헬스인·싸] 비용 늘수록 환자에게 부담 ‘규제 딜레마’ 해법은설영수(의료기기산업혁신연구회 산업이사)

[라포르시안] 최근 의료기기 업계 모임에서 하나의 논쟁이 벌어졌다. 의료기기 수출에 중점을 둔 한 회사의 관계자는 우리나라 허가기준이 미국이나 유럽·중국과 비교해 너무 낮다며 이를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수입사 담당자는 이미 외국에서 허가받은 제품만을 들여오는 경우 국제기준에 의해 제품 설계와 허가를 획득한 상황에서 또다시 국내 인허가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허가기준이 과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내 의료기기 제조사 관계자는 인허가에 따른 규제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이 길어져 경영상에 어려움이 있으니 규제 비용을 낮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앞서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가 성균관대학교에 의뢰해 2011부터 2020년까지 허가받은 글로벌 제약사의 235개 신약을 대상으로 ‘한국의 신약 허가 기간에 대한 조사연구’를 실시한 바 있다. 조사 결과 허가·심사 소요 기간은 평균 313.7일로 2015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으며, 2017년까지의 조사 결과(평균 299.7일)와 비교해 2주 정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발표에 대한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만약 동일한 방법으로 의료기기를 분석한다면 등급별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업계가 산정하는 계산법으로 의료기기의 경우 허가·심사 소요 기간이 평균 약 1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에 있어 인허가 소요 기간이 늘어나는 것은 비용과 직결된다. 또 심사기관은 인허가에 따른 심사 요건이 고도화됨에 따라 높은 전문성을 갖춘 인력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다. 더불어 수출 지향적인 국가는 국제적으로 높아지는 기준 및 규격에 따른 심사 기준 상향에 보조를 맞춰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민 입장에서는 검토 시일이 늘어나고 규제가 어려워지는 것이 제품 안전성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특히 인허가 심사 난이도에 따른 혜택이 제품 안전성에 직결돼 결국 환자의 안전성이 향상될 수 있을 것이란 가정을 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게 작용하지 않는다. 환자는 규제가 높아지면 제품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추론 외에 두 가지 측면에서 영향을 받게 된다. 일단은 규제로 인해 비용이 증가하고, 이는 제품 가격에 전가되는 현상이 생기게 된다. 의료기기만 한정해도 개발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당연히 제품 가격은 높아질 것이고 인허가에 따른 비용 역시 환자와 국민이 추가로 지불해야 할 몫이다. 또 다른 하나는 인허가에 다른 비용 증가가 신규 제품에 대한 문턱을 높게 만들어 다양한 제품의 개발 의지를 억제하게 된다.

결국 비용 증가를 감당할 수 있는 일정 규모 이상이 되는 업체가 아니고서는 신제품 개발을 시도하기조차 어려워지게 된다. 또한 환자는 의료기기 사용량이 적은 특정 질환의 경우 제품 선택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신규 제품에 대한 시장 진입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고, 기존 제품의 수명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와 기업의 신제품 개발 의지를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논쟁을 정리해보자. 3가지 주장에 대해 어떠한 해법을 내리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까에 대한 선택은 환경에 따라 다르다. 수입사의 경우 당해 제품의 제조국 입장에서 보면 수출국이 된다. 즉 역지사지로 수출업체와 수입업체는 같은 처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단지 다른 것이 있다면 내수냐 수출이냐의 차이다.

그런데도 수출업체가 어렵다고 한 부분은 당해 국가가 정한 규제가 국제 기준과 다른 특정한 규제일 가능성이 크다. 인종과 문화가 다른 지역적 특수성을 감안하고 수출 혹은 수입이라는 국가의 정책 지향점에 따라 국가별 별도 규정을 적용할 것이며, 이는 모든 나라가 갖는 공통점이다. 정확히 설명하자면 규제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어려움이다. 내수 중심의 제조사 입장이라면 굳이 국제 기준을 따르기 위해 3~4배의 고비용 시험성적서가 필요할까 생각해 본다. GLP(의료기기비임상시험) 성적서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는 수출 지향적 정책을 추구하고 있지만 수입 비중이 높은 의료기기 시장 특성을 반영해 규제를 펼 수밖에 없다. 내수 시장이 충분하지 않은 특성상 수입을 차별할 수는 없고 우리의 기술 또한 선진국을 따라가기는 멀었기 때문이다. 국제 조화에 따른 규제와 함께 신제품 개발에 따른 정책적 배려와 국가보험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낮은 규제 비용이 우리가 선택해야 할 방향이다.

우리나라 인허가는 이미 상당한 분업화가 이뤄져 있다. 지금부터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기관별 역할을 ‘명확화’ 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이고 인허가 시 각종 인증 비용을 ‘적정화’하는 동시에 품목별 집중과 선택을 통해 ‘전문화’된 허가심사 자원을 필요한 곳에 집중적으로 배치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의료기기혁신법은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추고 있다. 거시적 측면에서 의료기기 제도 전반에 대한 효율성을 높이고 사회적 이득을 추구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코로나19 이후 세계적 불황이 예고된 상황에서 국내 의료기기 업계가 위기를 딛고 재기의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균형잡힌 규제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라포르시안  webmaster@rapportian.com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라포르시안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icon추천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