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명칭변경·이사장제 도입 등 추진에 회원사 반발
유철욱 회장 "공급내역보고서 정보 수익화는 전혀 사실 아니다"

유철욱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장
유철욱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장

[라포르시안]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회장 유철욱)가 올해 추진사업을 놓고 내홍을 겪고 있다.

임기 1년이 남은 유철욱 회장이 이사들과의 충분한 사전 협의와 조율 없이 명분과 실리조차 불분명한 사업 기획안을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

의료기기산업협회는 최근 제조사·수입사·다국적기업 회원사 소속 이사를 대상으로 SNS 개별 단체방을 만들어 협회장이 참여한 가운데 ▲명칭 변경안 ▲회관 마련방안 ▲이사장제도 도입 등 정관 변경안 등 3개 주제를 논의하기 위해 2월 10일부터 17일 사이 일정을 정해 알려 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이들 논의 주제 가운데 명칭 변경과 이사장제도 도입은 1999년 설립 후 24년간 의료기기업계 이익단체로 활동해온 협회 근간을 흔드는 사업안이란 점에서 그 추진 목적과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협회 A 이사는 “협회 이사들과 회원사 입장에서는 갑자기 불거진 협회 명칭 변경과 이사장제도 도입 추진이 의아할 수밖에 없다”며 “유철욱 회장이 구체적인 계획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협회 정관을 변경해 독단적으로 추진하려는 의도를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A 이사는 “일각에서는 협회가 새로운 수익사업을 위해 명칭을 변경하고 한국제약바이오협회·한국스마트헬스케어협회와 같이 국회의원 출신 인사를 영입해 대정부 로비 단체로서 외연 확대와 역할 변화를 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협회 B 이사는 “지난달 열린 협회 이사회에서는 회관 건립과 공급내역보고서 정보 제공 추진이 이슈였다. 명칭 변경과 이사장제도 도입은 논의되지 않았다”면서 “공급내역보고 정보 공개 추진은 충분한 협의도 없이 통보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이사들의 반발이 적지 않았다. 사안 자체가 민감한 만큼 충분한 논의를 거쳐 진행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특히 “공급내역보고서 정보 제공은 협회가 해당 데이터를 이용해 수익사업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겠냐”며 “개인적으로는 유 회장이 퇴임 후 본인 사업을 목적으로 공급내역보고서 정보를 수익화하려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공급내역보고서 정보 제공 추진을 위해 유철욱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와 간담회를 갖고 의견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철욱 회장은 라포르시안과의 통화에서 협회 안팎에서 제기되는 우려가 기우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유철욱 회장은 “협회 명칭 변경과 이사장제도 도입은 앞서 이사회 워크숍에서 제기된 안건으로 아무것도 확정된 것이 없다"며 "협회 이사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하며 정관 개정도 필요하기 때문에 회장이 독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AI 및 빅데이터가 접목된 융복합 의료기기와 디지털 치료기기 등 의료기기 카테고리가 넓어지면서 미국·유럽·호주 등 의료기기단체들이 명칭을 바꾸고 있다”며 “협회 역시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협회 위상을 높이고 역할 확대를 위해 명칭 변경을 논의하자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이사장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임기 3년의 비상근 봉사직인 현행 협회장 제도로는 의료기기 관련 법안 통과나 정부 지원 등을 이끌어내는데 한계가 있다. 이사장제도는 대관업무에 전문성이 있는 외부 인사를 영입해 협회 회원사와 의료기기산업 발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안 중 하나로 추진을 논의하기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공급내역보고서 사업화 추진 의혹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유 회장은 “공급내역보고서 정보를 수익화한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의약품의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로우 데이터를 제공하는 반면 의료기기는 전체적인 시장규모나 품목별 제품 트렌드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국적기업들은 리서치 회사에 의뢰해 충분한 시장조사 후 신제품을 한국 시장에 출시하기 때문에 성공할 수밖에 없는 반면 국내 의료기기제조사들은 정확한 시장규모조차 모르는 상황”이라며 “공급내역보고서 정보는 공급 내역 단가나 가격 정보가 아닌 전체적인 시장규모·제품 판매 수 등 데이터를 무상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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