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데이터와 한국노동패널 가명정보 결합
'생애주기 따른 의료이용 실태분석 및 형평성 비교' 연구
"사회경제적 특성이 의료이용에 미치는 영향 고려한 정책 동반돼야"

[라포르시안] '선척적 장애나 후천적 질환 → 교육·직업선택 기회 축소 → 소득 감소 → 건강악화 → 의료비 지출 증가로 인한 빈곤화...'

 건강보험 진료정보와 건강검진 정보를 가명처리한 후 한국노동패널 데이터와 결합처리해 분석하는 방법으로 생애주기에 따른 의료이용 실태분석을 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는 개인의 혼인 여부와 교육수준, 근로형태 등 사회경제적 요인에 따른 인구집단 특성별 의료이용 양상 및 형평성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취업자의 의료비 지출이 근로자보다 더 높게 나타났으며, 교육 수준에 따라서도 의료비 지출에서 차이를 보였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노동연구원, 서울대학교(연구책임자 이태진 교수)와 함께 2기 가명정보 결합 선도사례의 두 번째 성과로 '생애주기에 따른 의료이용 실태분석 및 형평성 비교' 연구결과를 지난 17일 발표했다. 

결합전문기관인 건보공단에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노동연구원의 한국노동패널정보와 심평원의 진료정보, 건보공단의 의료검진정보를 안전하게 가명처리해 결합했다. 이 자료를 심평원과 서울대에서 공동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노동패널 데이터를 최초로 가명정보 결합에 활용한 사례로, 한국노동연구원은 개인정보위로부터 밀착 컨설팅을 통해 가명정보 제공을 위한 '가명정보 내부관리 계획' 및 '가명정보 운영 가이드라인'등 가명정보 활용을 위한 내부규정을 새롭게 마련했다. 

연구팀은 2018년~2020년까지 성별, 연령, 혼인, 교육수준, 근로형태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이 전체 의료비 및 외래·입원 서비스비 지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결과를 보면 성별 간 전체 의료비 지출은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다만 외래 서비스 지출은 여성이 남성보다 0.9% 더 높았고, 입원 서비스 지출은 남성이 여성보다 1.1% 더 높았다.

연령별로는 64세 이하 청장년층보다 65세 이상 고령인구에서 전체 의료비 지출이 5.5%(외래 4.8%, 입원 2.7%) 더 높게 나타났다.

혼인 여부에 따른 의료이용 형태는 미혼자보다 기혼자의 의료비 지출이 3.3%(외래 2.6%, 입원 1%) 높았다. 이혼․별거․사별 등을 경험한 경우 미혼보다 의료비 지출이 4.2%(외래 2.8%, 입원 2.25) 더 높았다. 

교육수준에 따라서는 고졸 이하 그룹보다 대학교 학사 이상 그룹에서 전체 의료비 지출이 2.7%(외래 1.9%, 입원 1%) 더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표 제공: 개인정보보호위원회
표 제공: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근로형태를 기준으로 보면 노인이나 여성이 많이 포함된 미취업자보다 상근직과 임시일용직, 자영업자가 전체 의료비 지출이 1.8%, 0.8% 0.7% 더 낮은 경향이 나타났다. 외래에선 상근직(12%)과 임시일용직(0.4%)이, 입원에선 상근직(0.7%)과 자영업자(0.7%)의 의료비 지출이 미취업자보다 적었다. 

건강보험 가입유형별로 보면 직장가입자에 비해 지역가입자의 외래지출이 0.1% 낮았고,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총 의료비 지출이 4.2% 더 많았다. 연구팀은 의료급여 수급권자에 한해 적용되는 투석과 정신질환 관련 정액제 서비스 이용에 따른 영향일 것으로 추측했다. 

연구팀은 2011년~2020년까지 성별, 연령, 혼인, 교육수준, 근로형태, 흡연, 음주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이 주요 성인병 질환자의 입원율에 미치는 영향도 분석했다. 

분석 결과 고혈압 환자의 입원율은 근로형태에 따라 차이가 있었으며, 미취업자의 입원율이 임시·일용직보다 1.5배 더 높게 나타났다. 

당뇨 환자의 입원율은 남성이 여성보다 1.3배 높았으며, 미취업자의 입원율이 상근직, 임시·일용직, 자영업자보다 각각 1.6배, 1.5배, 1.4배 더 높았다.

간 질환 환자의 입원율은 성별·혼인·음주력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간 질환 환자의 입원율은 남성이 여성보다 1.8배 더 높았으며, 미혼자보다 기혼자와 이혼·별거·사별 경험자의 입원율이 각각 1.8배, 2.5배 더 높았다. 과거 음주력이 있는 사람의 입원율이 없는 사람보다 1.2배 높았다.

연구책임자인 이태진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교육수준과 근로형태는 생애주기에 따른 연속되며 누적된 경험"이라며 "선천적 장애나 질환으로 생애초기 및 성장발달 과정에서 교육이나 직업선택의 기회가 좁아졌거나 경제활동 중 얻은 건강악화나 부상으로 복직이 불가능해진다면 소득의 감소뿐 아니라 높은 의료비 지출로 인한 빈곤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건강형평성을 위해서는 건강격차를 좁히기 위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고령인구가 증가하면서 만성질환에 대한 개입도 증가하고 있지만 혼인상태, 교육수준, 경제활동 상태 등 사회경제적 특성이 의료이용 양상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보건학적 연구와 정책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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