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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터뷰] 마취통증의학과가 필수의료 영역에 속하는 이유는?연준흠(대한마취통증의학회 회장)

[라포르시안] 전공의 지원율은 해당 진료과의 장기적이고 안정적 의료서비스 제공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이다. 최근 전공의 지원 정원이 미달된 일부 진료과는 국가적 대책이 요구될 만큼 시급한 문제로 꼽히고 있다. 반면 마취통증의학과는 젊은 의사들이 선호하는 인기과로 꼽힌다. 2023년도 전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마취통증의학과는 190명 정원에 253명이 지원하면서 경쟁률 1.33대 1을 기록했다. 그러나 마취통등의학과에도 고민은 있다. 전문의들이 업무 강도가 낮고 개원 성공 가능성이 높은 통증을 선택하면서 마취 전문의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대한마취통증의학회에서는 ▲마취전문의 양성을 위한 전공의 정원책정 TO 증원 ▲마취실명제 ▲마취차등수가 등을 제안하며 마취전문의 양성과 공급, 위상 정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은 최근 마취통증의학회 연준흠 회장을 만나 올해 중점 회무 계획과 마취통증의학이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서 들어봤다.

- 올해 마취통증의학회의 중점사업 계획은 뭔가.

= 우선 대한마취통증의학회 학술대회가 세계 3대 학술대회가 되는 것과 대한마취통증의학과 공식 학술지인 Korean Journal of Anesthesiology (KJA)가 마취관련 세계 3대 학술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최근 정부가 필수의료 대책을 내놓고 있다. 중증외상, 응급 중증수술, 분만, 소아 분야 등의 진료 강화 대책이 나오고 있는데, 이를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필수의료 인프라에 해당하는 마취통증의학과와의 협업은 필수불가결하며, 우리 학회와 논의 없이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이를 위해 정부와 다양한 논의를 진행할 것이다.

마취통증의학과의 영역은 마취, 중환자, 통증 분야 등 다양한데, 그 중 마취분야는 응급수술, 중증수술 등이 야간이나 휴일에 많이 이뤄지고 있어 과내에서도 3D 영역에 속하는 분야로 여겨진다. 마취영역 중 특히 육체적으로 힘들고 응급 수술이 빈번한 이식마취, 심폐마취, 산과마취, 소아마취 등을 전문으로 하는 전문의들이 점차 줄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책적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환자가 안전하게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마취와 수술의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외과계열과 마취통증의학과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한다. 아울러 마취 프리랜서 팀들도 조직화하고 표준마취안전기준을 확립해 일차의료기관 마취의 안전 사각지대라고 여겨지는 소아마취 및 진정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안전한 마취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계획이다. 예전부터 문제가 됐던 장애인 치과 처치 시 마취제공에 대한 논의도 치과협회 또는 치과의사회 및 정부와 같이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현재 마취통증의학회에서 추진 중인 통증 분과전문의 제도도 통증 진료와 관련된 타과의 반대로 쉽지는 않겠지만, 소통을 통해 논의하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회원들이 학회의 존재를 피부로 느끼고, 마취통증의학회의 일원임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마취통증의학회를 만들어 가도록 하겠다.

- 2023년도 전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 마취통증의학과는 51개 병원의 모집 정원 170명 중 223명이 지원해 1대 1.31의 높은 경쟁율을 보였다. 인기의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 마취통증의학과는 젊은 세대들의 워라벨에 잘 부합하는 진료과 중 하나이다. 전공의 수련기간 중 주 80시간 근무가 잘 지켜지며, 환자인계 후 병원을 벗어나면 더 이상 환자나 병원 업무에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본인만을 위한 시간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즉, 일과 개인생활이 잘 분리되는 이점이 있다. 마취 업무는 타 과의 진료 업무와 비교할 때 환자나 보호자의 트러블을 경험할 일이 많지 않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면서도 수술 중 환자의 생명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관리하고 있으며, 생체징후에서 가장 중요한 혈역학 및 호흡 관리를 가장 신속하고 정확하게 잘 관리할 수 있다는데 대한 자부심이 높다. 또한 마취 분야 이외에도 통증의학이나 중환자의학 영역이 있어 선택의 폭이 넓은 장점이 있으며, 최근에는 검사 및 시술 시 진정에 대한 요구도 증가, 수술 전 마취자문 클리닉의 확대, 신속대응팀(rapid response team) 참여 요구도 증가 등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전공의 수료 이후 취업 자리나 대학병원 faculty TO가 늘어나고 있어서 다양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마취통증의학과를 지원한 전공의 중 상당수가 전문의 과정에서 통증 분야로 많이 가는데 비해 마취 분야는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 통증 환자 증가로 마취통증의학과 진료 수요가 증가하면서 개원가 통증클리닉이 잘 되고 있는 점이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마취통증의학과 의원은 매년 전년 대비 4~7% 가량 증가했고, 10년 전과 비교하면 73.6% 정도 늘었다. 지속적으로 높은 개원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전공의 지원의 인기 이유들이 수련을 마친 후 전문의 진로에도 그대로 반영되다는 점이다. 통증클리닉 수요 및 수가는 좋은 반면, 마취 부분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고위험 수술 마취 및 중환자 관리, 당직근무 등의 근무환경에 부담 때문에 점점 더 기피하게 되고, 결국 통증클리닉 개원가에 취직하거나 직접 개원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의 개원가 유입이 늘어나면서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많은 병원급 의료기관들이 마취전문의 고용에 있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마취전문의 고용난이 두드러지는 곳은 분만병원이다. 분만 특성상 24시간 언제든 응급 분만 및 수술이 잡힐 수 있어 근무 여건이 매우 힘들고, 분만병원 특성상 무과실 의료사고에도 소송이 빈번해 마취전문의 또한 소송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은 점도 주요 기피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마취 전문의의 부족은 환자 안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 같다. 해법은 있을까.

= 마취전문의 고용난으로 인해 마취 위험성이 높은 산과(분만) 영역에서 실제 비마취의, 심지어 마취전문간호사와 같은 무자격자에 의한 마취가 시행되고 있어 환자의 안전과 생명이 매우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 학회는 마취전문의 기피 현상과 환자의 생명이 위협받는 의료계의 현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책적 방법으로 변화를 유도하고 환자의 안전을 수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통증 개원가로 유입되면서 부족하게 된 마취전문의를 보충할 전문의 양성을 위해 전공의 정원책정 TO 증원이 필요하다. 통증진료 뿐만 아니라 기존부터 전통적으로 수행해 오던 마취통증의학과의 진료 부문 외에도 각종 시술 및 검사를 위한 진정(sedation) 영역, 코로나19 환자의 수술 마취(음압수술실 관리) 및 산소요법과 인공호흡기 치료, 수술 전 마취평가 클리닉 등 많은 분야에서 더욱 많은 수요가 마취통증의학과에 의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 정원책정 TO 증원이 필요하며, 향후 우리 학회는 복지부의 전공의 정원배정 방향에 일치하도록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비수도권 및 공공 비율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전공의 배정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신설 의과대학들도 유일한 부속병원에서 필수과인 마취통증의학과의 수련을 위한 TO가 보장될 필요가 있으며 공공병원들, 필수의료에 많이 참여하는 병원, 비수도권 병원들도 전공의 수련교육을 담당하기에 충분한 지도전문의와 시설을 갖췄다면 적절한 전공의 TO가 분배돼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필수의료 인력 양성, 재배치 및 확충방안에도 매우 부합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복지부의 지속적이고 전향적인 검토를 요청한다.

둘째, 마취전문의 기피 현상과 분만병원 등 마취전문의 고용난 등의 근본적인 문제는 저수가 문제와 직결돼 있다. 예를 들어 분만병원의 근무 여건(당직 등 근무 시간 및 수당)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마취전문의가 늘어난다고 해도 인력 유입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 등 교통취약지는 물론 수도권 및 대도시도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는 시점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분만 마취수가를 시급히 정상화해야 한다. 우리 학회는 전문의 초빙료 인상, 의원 및 병원급에 한해 마취전문의 마취 시 수가 가산을 요청하며, 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고난도, 응급 등 필수의료에 해당하는 항목에 마취가 반드시 포함돼야 하며, 고위험 고난도 수술, 야간 휴일 응급수술 정책가산, 적정보상 강화, 분만 인프라 회복 등에 있어서도 마취수가 가산은 필수적이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임원진.

- 지난해 말 논란이 된 전문간호사법 중 마취전문간호사 업무범위 중 ‘그 밖에 진료에 필요한 업무’가 ‘의사 지도 하에 수행하는 업무’로 한정됐다. 어떤 의미가 있나.

= 지난해 4월에 공포된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중 제 3조 업무범위 항목을 보면 전문간호사 업무범위는 의료법 78조 3항에 근거하고 있다. 따라서 전문간호사라도 의사의 업무인 마취행위를 수행할 수 없다. 해당 규칙 공포과정에서 학회는 문구의 모호성 때문에 혹시라도 무면허 마취 행위가 유발될 가능성을 꾸준히 지적했으며 당국도 이에 따라 문구를 수정했다. 기존의 전문간호사라도 마취행위가 불가능하다는 원칙을 당국이 다시 한번 확인했고 학회가 이를 수용하면서 전문간호사의 마취행위는 불법임이 확실히 확인됐다.  

마취에 필수적으로 동반되는 환자평가, 위험도결정, 마취방법 결정, 환자감시수단의 종류와 수준결정, 기관내 삽발관, 인공호흡기 장착과 조절, 척추천자, 경막외천자, 신경차단, 중심정맥로 확보, 프로포폴 등 각종 향정신성 의약품, 펜타닐 등의 마약성 진통제, 각종 심혈돤계 약물들의 투여 시기결정, 수술후 통증 조절 방법과 약물종류 결정, 이 모든 약물들의 처방과 용량조절 판단, 수혈과 수액투여 판단, 약물교체와 투여종료 판단 등은 모두 의사의 고유 업무이며 한 가지라도 간호사에게 위임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이 모든 행위를 마취라는 한 단어로 뭉뚱그려 간호사가 시행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왜 같은 비용을 지불하고도 어떤 환자는 마취전문의에게 마취를 받고, 일부 어떤 환자는 본인 동의도 없이 불법 무면허의료 행위와 무면허의료 교사 행위의 피해자가 돼야 하는지 의문이다. 전문간호사 마취에 관한 사안이 일단락된 만큼, 양심적으로 진료하는 대다수병원들과 마취 관련 설명을 제대로 받지 못한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당국의 엄격한 단속과 강력한 처벌 및 경제적 제재가 필요하다.

- 마취실명제 및 마취차등수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해 왔다. 지금까지 진행 상황은.

= 마취는 환자 활력 징후의 급격한 변동을 수반하기 때문에 매우 밀접한 환자 감시가 필요하고, 위험 관리에 익숙한 의료진에 의해 행해져야 하는 의료 행위이다. 때문에 전문 인력에 의해 의료행위가 제공되지 않으면 심각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제도하에서는 비마취전문의가 간호사에게 마취를 지시하고 수술하거나, 간호사가 마취하고 비마취전문의가 마취료를 청구해도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에 의한 마취행위와 동일한 마취료를 받는다. 고도의 집중을 요구하는 수술과 마취를 동시에 시행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며,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 마취는 고도로 훈련된 전문의가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현 제도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근거해 우리 학회에서는 보험 청구를 할 때 반드시 마취를 시행한 의사의 의사면허번호를 기입해 전문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마취실명제’와 마취만 전담하는 마취전문의가 있는 경우, 전문의가 아닌 의사가 마취만 전담하는 경우, 의사가 수술과 마취를 동시에 하는 등의 경우 등 시행 인력과 마취 행위별로 수가를 차등화해 지급하는 ‘마취 차등수가제’를 당국에 제시하고 한편으로 마취의 위험성과 중요성에 대해 일반 국민과 당국에 활발한 홍보활동을 해왔다. 

보건 당국과 대한의사협회는 일관되게 ‘특정과 전문의에게만 한정해 인정하거나 차별화된 의료행위수가는 인정할 수 없다’라는 입장이하 아직까지 가시적인 정책의 변화는 없지만 ‘마취는 마취통증의학 전문의에 의해 행해져야 한다’는 인식의 변화는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그 반증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시행되는 제3차 마취적정성평가라고 생각한다. 이번 마취적정성평가에서는 전체 점수에서 ‘마취통증의학 전문의의 월평균 마취시간’의 비중이 높아졌고 그 동안 사각지대였던 병원급의 마취진료를 평가에 포함하게 됐다. 이는 보건당국이 마취의 위험성과 중요성, 전문성을 인정하고 마취통증의학 전문의에 의한 마취가 진료의 질을 높이는데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것이다. 

일선 병원 의료진에 따르면 수술을 받는 환자가 마취전문의의 유무를 확인하는 경우가 급격히 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미국은 수술하는 의사가 청구한 마취료는 인정하지 않고, 일본은 마취전문의에 의한 마취료는 가산을 해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보건당국과 국민의 인식이 높아지고 있으니 제도적인 변화도 일어날 것이라 기대한다.

- 마취 분야에서도 소아 기피 현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유가 무엇인가.

= 소아마취 분야 역시 기피 분야가 돼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소아 특징 상 마취를 위한 술기가 더 어렵고, 생리적 안전역은 좁으며, 약제 사용에 제한이 많아 소아의 마취 관리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최근 출산율 저하로 소아 환자 수가 적어지고, 이에 따라 소아마취 분야의 교육, 수련, 경험의 기회도 부족해지면서 마취과의사로서 소아마취를 시행하는 것에 부담을 갖게 되는 경우도 많다. 소아 환자를 상대해야 하는 동시에 아이 걱정에 민감해져 있는 부모도 상대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이에 반해 병원에서는 수익이 되지 않으므로 인력이나 자원을 소아마취 분야에 배분하는 것을 꺼려한다. 소아 진정 분야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은 소아 환자의 마취 혹은 진정 시 사고로 이어지게 되어 환자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게 된다.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소아 의료를 공공의료로 보고 학회나 국가가 관심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 올해부터 회장으로서 임기를 시작하면서 갖는 각오는.

= 모든 회무에 있어 회원을 중심으로 두고 회무에 임할 것이다. 회원들의 위상과 자존심을 해치는 어떠한 일에도 분연히 일어나는 회장이 될 것이다. 회원들이 만족하고 자랑스러워하는 학회를 만들겠다. 회원들이 자긍심을 갖고 학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들이 수준 높은 교육과 수련을 받아 최고의 전문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편, 국민의 안전을 최고 가치로 여기고 국민의 지지를 받는 학회가 되도록 하면서 통증의학을 선도하겠다.

손의식 기자  pressmd@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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