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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인·싸] 의료기기 규제, 복잡할수록 산업 발전 가로막는다예정훈(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법규위원회 부위원장)

[라포르시안] 의료기기 창업을 준비하거나 스타트업 관계자를 만나보면 인허가 과정을 물어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허가와 인증은 물론 민간기관과 지방식약청,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와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평가원)의 역할 차이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먼저 허가와 인증의 가장 큰 차이는 정부 기관에 의해 직접 검토를 받으면 허가, 민간기관에 의뢰해 받으면 인증으로 이해하면 된다. 또 인증을 받기 위한 기관으로 민간 인증기관이 지정돼 있고 2등급 의료기기에 대해 해당 민간기관에서 기술문서 심사와 동시에 KGMP 인정을 받은 후 최종적으로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정보원)에서 인증서를 받으면 절차가 종결돼 다음 단계인 보험급여 등재 신청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 과정에서 종종 2등급 의료기기지만 식약처(평가원)에서 직접 서류검토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2등급 허가에 해당하는 것으로 임상자료가 요구되는 특별한 사용 목적을 가진 제품에 대해 평가원 의료기기 심사부(심사부)의 검토를 받게 된다. 3등급이나 4등급의 경우는 시작점이 다르다. 민간기관이 아닌 식약처(평가원)에 직접 신청을 해야 하며 심사부에서 기술문서(안전성·유효성) 검토 과정을 거처 최종 식약처 첨단제품허가담당관(허가담당관)으로부터 허가에 대한 승인을 받게 된다. 심사부는 주어진 요건에 따라 제출된 자료로 안전성·유효성 심사를 통해 평가하고 허가담당관은 허가와 관련된 행정적 업무를 주로 검토한다.

이처럼 의료기기 등급별로 주어진 목적에 따라 ▲민간기관 ▲정보원 ▲심사부 ▲허가담당관으로 나뉜 복잡한 절차는 제도 운용 초기만 하더라도 보다 효율적인 인허가를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한 예로 의료기기 허가 상당수를 차지하는 2등급은 과거 식약처 심사부에서 제한된 인원으로 모든 서류를 검토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허가 적체를 겪게 되자 비교적 위해도가 낮은 제품군에 한해 민간기관을 활용한 인증 절차가 만들어졌다.

당연히 2등급 인증심사 업무가 민간기관으로 이관되며 여유가 생긴 심사부는 3·4등급 의료기기에 집중해 심사하게 됐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행정적 업무분장을 통해 민원 만족도 또한 높아졌다. 1등급 의료기기 또한 미국 FDA 제도와 유사하게 목록 등재라는 방법을 통해 업체가 품목을 신고형식으로 정보원에 등재하면 신고증을 발급받아 의료기기를 판매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당초 목적을 벗어나 오용되고 변질되기 시작했다. 일부 민원인은 1등급 신고 제도를 악용해 상위등급 제품을 신고하고 판매를 하거나 과대광고를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취하하는 등 문제점이 발생했다. 결국 제도적인 보완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도 1등급 신고 제품에 대한 기준 규격을 만들고 품목군별 검토 근거를 만들어 제출된 서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선량한 민원인 측면에서 보면 이렇게 제도적 복잡성을 이해하는 것보다는 실제 인허가 절차가 더 단순화되길 기대한다. 2등급 의료기기는 민간기관에 접수 후 검토 결과에 따라 인증서를 받으면 되는 것이고, 상위등급 제품으로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심사부 검토 후 결과에 따라 입증하고 허가증을 받는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현실은 민원인이 관련 기관마다 추가적인 입증을 설명해야 하고 각 입장에 따른 차이를 조율해야 한다. ‘오컴의 면도날’이라는 발상이 있다. 단순성과 경제성을 갖춘 것이 진실 혹은 사실에 가까울 수 있다는 철학적 명제다. 사회가 고도화되고 규제가 복잡해지고 어려워질수록 민원인으로서는 단순해지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새로운 의료기기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과 검토가 이뤄지고, 이에 맞는 규제 요건과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 있지만 정작 민원인이 바라는 것은 인허가를 위한 대원칙이 잘 지켜지길 바라는 것이다. 규제가 복잡하고 어려울수록 산업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원칙 말이다.

라포르시안  webmaster@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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