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길병원 뇌질환센터에서 개발, 최적화 작업 중인 11.74T MRI.
가천대 길병원 뇌질환센터에서 개발, 최적화 작업 중인 11.74T MRI.

[라포르시안] 가천대 길병원(병원장 김우경)은 11.74T MRI 통합시스템 설치를 완료하고, 오는 3월 세계 최초로 전임상시험을 추진한다고 12일 밝혔다. 

병원 측은 극초고해상도 뇌 영상 이미지 획득에 성공한다면 인류의 과제인 파킨슨, 알츠하이머 등 신경퇴행성 질환의 조기진단과 치료에도 세계적으로 획기적인 전환점이 마련됨과 동시에 한국의 위상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길병원은 지난해 3월 MRI 시스템의 핵심 부품인 마그넷의 현장성능평가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11월까지 경사자장코일, RF코일, 전자기기, 전원공급장치 등을 결합해 11.74T MRI 통합 시스템 설치를 완료했다. 

현재 전임상시험을 위한 최적화 단계를 진행 중으로, 임상시험은 오는 3월 설치류 및 영장류 등 동물시험으로 계획하고 있다. 

길병원이 3월 전임상시험에서 극초고해상도 이미지 획득에 성공한다면 이는 세계 최초로 11.74T MRI로 살아있는 동물의 뇌 이미지를 획득하는 성과가 된다. 

이를 토대로 한 사람의 뇌 이미지 영상을 얻기 위한 향후 개발 과정에서도 미국, 유럽 중심의 다국적 기업의 기술종속에서 탈피해 한국이 전 세계적으로 기술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라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길병원이 추진하는 11.74T MRI 개발은 ‘노인성 뇌질환 조기진단 기술 개발’을 목표로 2014년 ‘연구중심병원육성 R&D 지원사업’으로 선정됐다. 

길병원은 연구중심병원 사업비(자체 연구비 240억원, 정부 지원금 360억원 등 총 600여 억원) 중 11.74T MRI 개발 사업에만 자체 연구비 180여 억원,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비 180억원을 지원받아 총 360여 억원을 투입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병원에 따르면 현존하는 가장 높은 자장인 11.7T급 마그넷을 이용해 극초고해상도 뇌 이미지를 얻기 위한 노력은 현재 미국과 유럽, 한국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앞서 있다. 미국이 미국국립보건원(NIH) 주도로 11.7T MRI 시스템을 먼저 설치했으나 이미지를 얻지 못했고, 프랑스 국립 연구소인 뉴로스핀에서는 11.72T MRI 시스템에서 동물이 아닌 식물(호박)을 대상으로 이미지를 획득했을 뿐이다. 

전 세계 의과학계에서는 기존의 MRI 장비들이 ‘허블망원경’이라면 11.74T는 ‘제임스웹’ 이상으로 뇌 깊은 곳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얻는 성과가 될 것으로 기대하며 치열한 연구 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병원 측은 전했다. 

"세계 최초 동시 다채널-다핵종 특허 3천억 이상 가치"

길병원은 현재 개발 중인 11.74T MRI가 특별한 이유에 대해 “세계 최초의 동시 다채널-다핵종 11.74T MRI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MRI 시스템에서 코일을 통해 인체의 신호를 획득하기 위해 여러 채널을 각각 촬영하지 않고, 동시에 다채널 이미지를 얻는다는 의미이고, 인체 수소(H) 원자의 공명만을 이용하지 않고 여러 핵(수소, 인, 나트륨, 코타슘, 칼륨 등)종의 공명을 통해 이미지를 얻는 시스템이다.

병원에 따르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동시 다채널-다핵종 MRI 시스템’은 복수의 국가공인 기술가치 평가기관으로부터 약 1,000~3,000억 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기술은 국내 및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도 특허 등록됐으며, 현재 7.0T MRI 시스템을 개발하는 국내 기업에 기술 이전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기업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병원 측은 전했다.

길병원은 진료중심병원과 연구중심병원, 그리고 기술사업화 등의 혁신활동이 이뤄지는 혁신병원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11.74T MRI 시스템 연구 뿐 아니라 최첨단 융복합 의료영상기기 기반의 연구 결과물을 토대로 한 치매진단기술 소프트웨어 등은 FDA, 유럽 CE 승인 등을 받으며 의료계 디지털 전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 병원 측의 설명이다.

특히 신경과 신동훈 교수(휴런: 인공지능 치매 진단 소프트웨어), 소화기내과 정준원 교수(카이미: 인공지능 내시경 진단 소프트웨어), 유전체이과학연구소 안성민 교수(이뮤노포지: 근골격계 희위질환 신약 개발), 안과 남동흔 교수(오큐라이트: 백내장 조명 기구 개발) 등 의료진들은 연구중심병원 연구 성과의 실용화를 위한 벤처기업을 직업 설립하는 등 의료계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우경 가천대 길병원장은 “가천대 길병원이 연구중심병원으로서 수행해온 성과들이 기술사업화 등 혁신활동으로 이어지는 성과를 낳고 있다”며 “특히 11.74T MRI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는다면 이는 한국이 세계 의과학사를 새로 쓰는 커다란 성과임과 동시에 인류가 풀지 못한 뇌의 비밀을 푸는데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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