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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은 지역의료 붕괴 원인이자 결과...악순환의 연결고리국회입법처 '올해의 이슈'로 지방소멸과 공공의료 지목
응급·중증진료 등 시장실패 영역서 지역 의료붕괴 가속화
"지자체 주도 의료부문 지방분권화로 국가균형발전 이뤄야"

[라포르시안] 인구고령화와 저출산 속에서 수도권으로 인구 쏠림이 심화하면서 '지방 소멸' 위기감이 높다.  지방 소멸은 곧 지방 의료체계 붕괴와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인구가 감소하는 많은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의료시설 인프라도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인구가 감소하면서 의료 인프라도 더 줄어들고, 악화된 의료 인프라는 인구 유출을 부추긴다. 지방 소멸과 의료체계 붕괴는 상호 작용하면서 문제를 키우는 악순환 구조에 놓였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펴낸 '2023 올해의 이슈' 보고서에서 지방소멸과 공공의료 인프라 문제를 다뤘다. 

보고서는 "지방소멸은 당면한 사회문제로, 지역 쇠락과 의료인프라 붕괴는 상호작용하며 악순환 관계에 있다"며 민간의료기관 중심으로 구성돼 시장원리가 작동하는 한국 의료공급체계에서 지방의 인구소멸은 의료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방소멸 위기 이면에는 지역 의료인프라 부실 문제가 원인이자 결과로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의료서비스의 대부분을 민간의료기관이 제공하는 우리나라 의료체계에서는 인구가 작은 지역은 경영 수지 적자를 이유로 의료기관이 진입하지 않거나 기존 의료기관도 철수·폐업해 의료서비스 과소 공급 상태에 놓인다.

초기 설비투자 액수가 크고 유지관리에 많은 비용이 드는 응급·중증진료 영역은 민간에서 적정 공급을 기대하기 힘든 대표적인 시장실패 영역이다. 당연히 지방의 인구소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분야이기도 하다. 

인구감소 지역에서는 응급과 중증진료 등 시장실패 영역에서 가장 먼저 붕괴가 시작되는 건 엄연한 사실이다. 보건복지부 고시로 지정된 2022년 응급의료분야 의료취약지는 98개 시·군·구에 달한다. 

공공의료 인프라가 사실상 부재하는 상태나 마찬가지에서 민간의료기관 중심 시장원리가 작동하는 의료체계에서 지방 소멸은 지역 간 건강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건 당연한 결과다.

보건복지부가 2019년 11월 '믿고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의료 강화대책'을 발표하면서 제시한 자료를 보면 입원환자 사망비는 충북이 서울에 비해 1.4배, 뇌혈관질환 환자 사망비는 충북이 부산에 비해 1.5배 높다. 응급환자 사망비는 대구가 서울에 비해 1.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70개 지역 응급사망비율. 표 출처: 보건복지부

국회입법조사처는 보고서를 통해 "수도권과 대도시가 아닌 지역에서는 필수 의료를 자체적으로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에 진료를 위해 타지역으로 이동함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부가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필수의료서비스의 지역 내 충족 여부는 일자리·교육과 더불어 지역의 정주 여건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척도 중의 하나로, 지역 내 필수의료 미충족은 비수도권 지역의 인구 유출과 고령화를 촉진해 지역소멸 우려로 이어진다"고 했다. 

지방소멸과 지역 의료인프라 붕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으로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을 꼽았다.

보고서는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보건의료부문 지방분권화를 통해 국가균형발전을 이룰 것이 요구되고 있다"며 "정부는 지자체가 지역 여건에 맞는 보건의료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취약지역의 공공보건의료 인프라 구축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가 발표한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2021~2025)'에는 의료자원 부족 지역에 적정 규모의 지역 공공병원 확충 계획이 포함돼 있다. 정부는 양질의 공공의료를 포괄적으로 제공할 적정 병원이 없는 경우, 의료 여건 등을 고려해 지역 공공병원 20개소 이상을 신·증축할 예정이다.

공공의료기관 확충만큼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비도시 지역의 의료인력 부족 문제 대응을 지목했다.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서는 공공보건의료기관 인프라 구축과 의료인력 확보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장기적 전략으로 지역의료에 헌신할 의사 양성을 위한 장학제도 운영, 수련의 확보를 위한 지역공공병원 정원 증대, 지역 공공병원에 대한 정부의 투자 등이 필요하다. 단기적 방안으로 국립대병원의 지방의료원 파견제도를 보완할 것이 요구된다"며 "2023년에는 2020년 이후 일시 중단되었던 4년제 의학전문대학원 형태의 국립공공의료대학(국립의전원) 설립에 대한 논의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지방에서 의료인력 확보를 위해선 정주여건 개선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2020년 의료취약지역 시·군·구의사회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타 지역 거주 이유로 자녀 등에 대한 교육(73%)이 1위, 거주 여건(15%) 문제가 2위로 꼽혔다.

보고서는 "의료취약지역에 근무하는 의료인력의 71%가 의료기관이 위치한 근무 지역이 아닌 다른 시·도나 시·군·구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 지역과 거주지역과의 거리가 30km 이상 되는 비율이 62%에 달했다"며 "지방자치단체가 주거·교통기반, 보육·교육기반을 확충하고, 인근 시지역과 생활권 연계·협력을 도모해 정주 여건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살고 싶은 환경을 조성해야 의료인력도 확보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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