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협회,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제도개선 방안 연구’ 수행
원격의료 유형 구분·정의 등 관련법에 규정해야

[라포르시안] 벤처기업협회(회장 강삼권)가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데이터 활용·디지털 치료기기 수가화·원격의료 법제화 등 규제 개선안을 내놓았다.

벤처기업협회 디지털헬스케어정책위원회(위원장 송승재)가 주관하고 아이앤아이리서치가 수행한 ‘2022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 및 제도개선 방안 연구’는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해외 주요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법제를 소개하며 법령 정비 등 규제 해소 방안을 제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행 법·제도상 ‘보건의료정보’는 보건의료와 관련한 지식 또는 부호·숫자·문자·음성·음향·영상 등으로 표현된 모든 종류의 자료를 의미한다. 정보 관점에서 ‘보건의료 데이터’는 개인정보보호법 제23조 제1항에 따라 정보 주체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건강정보로서 민간정보에 해당한다.

특히 보건의료정보는 고유식별정보이며 민감정보인 만큼 원칙적으로 높은 정도의 보호가 필요하지만 그 공익적 이용 필요성과 경제적 활용도가 높아 자유로운 활용이 요구되는 측면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는 보건의료 데이터에 대한 마이데이터 제도 확립을 목적으로 개인정보보호법에 개인 정보의 전송 요구권 신설이 필요하다.

즉 개인정보보호법상 정보 주체가 개인정보 처리자가 처리하는 개인 정보를 타 기관에 전송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 신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보건의료 정보 활용을 위한 법령 정비 필요성도 제기했다. 의무기록(전자의무기록 포함)에 기반한 의료데이터에는 의료법 제19조 ‘정보 누설 금지’와 개인정보보호법 제23조 ‘민감정보의 처리 제한’이 동시에 적용된다. 따라서 양자의 법률관계를 직접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나 의료법에는 관련 규정이 존재하지 않으며, 개인정보보호법은 타법에 “개인정보 보호” 관련 규정이 없는 경우 보충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에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규율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으나 가이드라인은 부처의 해석 태도 정도에 불과하고 법적 효력을 갖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개인정보보호법상 가명 처리 특례 규정 도입 취지를 고려하면 의무기록에 기반한 가명 처리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이 의료법 등에 우선한다거나 또는 가명 정보 활용에 있어 의료법 규정 적용을 배제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 보고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인허가와 관련된 법령상 기준 마련도 주문했다. 융복합 상품은 의약품과 의료기기의 결합체로서 규제 대상 영역을 설정해 인허가·신고 대상을 구분하기 위한 분류재량권과 분류기준 등을 위한 법령상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융복합 상품의 기본적 신고 절차 등에 관한 예규 163호(2020년 융복합 민원규정) 및 융복합 제품개발 자료집(2019년) 등은 융복합 상품 인허가·신고 청구자들의 권리와 의무를 규제할 수 있는 적법한 근거가 될 수 없다. 융복합 상품의 규제 근거로 주장되는 약사법 제31조 7항과 의료기기법 제6조 6항은 '융복합 상품으로 신청된 주 상품이 인허가된 이후에 그에 수반하는 부속 구성성분 역시 각각의 성질에 따라 인허가가 된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이다.

하지만 해당 규정은 융복합 상품이 주요 성분 기준으로 분류돼 ‘품목 인허가·신고가 된 이후의 효과’를 규정한 것으로 융복합 분류 등 기준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또 최근 융복합 상품 규제 경향에 따라 의약품·의료기기 등 주 상품 분류 이후에도 그 구성성분에 대한 ‘병렬적인 적합성 통제’를 위해서는 한 개의 영역만을 검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기존의 의약품과 의료기기와 구분된 별도의 근거 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구체적으로는 사실상 의약품과 의료기기 모두에 해당할 수 있는 융복합 상품을 의약품 혹은 의료기기로 명확히 분류하고 관련 인허가 요건들을 적용해 심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그 분류재량권 및 분류기준, 식약처의 재량권에 따라 의약품과 의료기기로 규제영역이 바뀔 수 있는 상품군 범위를 확정하기 위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의약품과 의료기기 특성 모두를 가진 상품은 그 구성성분들이 각각 전혀 별개의 규제영역에 속해 각 구성 부분에 적용되는 규제를 병합적으로 모두 적용하기 위해서는 의약품과 의료기기 각각에 적용되는 규제 근거를 넘어선 별도의 규제 근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 보고서는 디지털 치료기기의 별도 급여 등재 방안도 제안했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국내 규제 프레임워크 내에서 식약처의 ‘디지털 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에 따라 전향적 임상시험을 거쳐 허가받은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정의할 수 있다. 이에 더해 건강보험 재원 특성과 급여원칙을 고려할 때 국민건강보험의 요양급여 결정 신청 대상이 되는 범위는 ‘의사 처방이 필요한 디지털 치료기기’(처방형 디지털 치료기기)로 한정하는 것이 적절하다.

디지털 치료기기의 건강보험 급여 결정 검토를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디지털 치료기기가 어느 요양급여 항목에 속하는지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급여항목은 디지털 치료기기에 완전히 부합하지 않는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의료인의 개입으로 치료 효과를 내는 의료행위나 치료재료와는 달리 기기 자체가 독립적인 치료 효과를 낸다는 점에서 의약품과 유사한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식약처에서 디지털 치료기기를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품목으로 규제하고 있으며, 개발되고 있는 디지털 치료기기 유형이 그간의 의료행위를 대체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일차적으로 의료행위 또는 치료재료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경우 ‘식약처 인허가→요양급여·비급여 여부 확인→신의료기술 평가→요양급여 결정’으로 이어지는 기존 의료행위·치료재료 등재 절차를 따르되 디지털 치료기기 특성을 반영한 세부 기준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다.

디지털 헬스 영역이 점점 확장되고 있는 추세를 고려할 때 초기 단계부터 별도의 급여 등재 프레임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는 근본적인 특성이 다른 디지털 치료기기를 의료행위·치료재료와 동일한 범주에 포함하면 기존 급여관리 방식의 정합성을 해칠 수 있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독일이나 미국 등 사례에서는 디지털 치료기기를 약제 급여와 유사한 방식으로 제공하면서도 이를 약제목록이 아닌 별도의 디지털 헬스 급여목록을 마련하고 있다. 더욱이 기존의 등재 절차를 적용하는 경우에도 디지털 치료기기에 요구되는 별도 기준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별도의 급여 등재 프레임을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별도 등재 프레임을 마련하는 과정이 오히려 디지털 치료기기의 건강보험 진입 시점을 늦추고, 환자들의 편익이나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요구된다.

"코로나로 비대면이 보편화된 상황...원격의료 논의서 ‘원격성’ 정의 재검토돼야"

한편, 원격의료(비대면 의료)와 관련해서는 법령개정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현행 의료법 제34조는 그 문언만으로는 다양한 원격의료 유형 중에서 의사-의사(의료인) 간 원격자문 형태만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의료법 제34조를 삭제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해당 조항을 삭제한다면 법문 내용만으로 우선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자체가 위법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격의료 허용 범위나 적용 대상에 대한 충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위법 여지가 있는 규정을 삭제하는 방식은 오히려 더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원격의료에 관한 명확한 규정을 두는 것이 타당한데, 견해에 따라 특별법 제정이나 의료법 제34조를 개정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을 제안하기도 한다. 특히 어떠한 방식을 취하든지 ▲원격의료의 개념 ▲원격의료 유형의 구분 및 정의 ▲원격의료 유형별 규제방식 ▲원격의료 시 의사 책임 등은 검토되고 법제화돼야 한다.

법제화 시 고려사항을 살펴보면 먼저 ‘원격의료 개념’에 대해 코로나19 이후 사회 각 영역에서 비대면성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기존의 원격의료 논의에서 ‘원격성’이라는 요소의 정의는 전면적으로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향후 시대적 변화와 해석상 명확성을 고려해 법령 개정안 제34조 제1항에 포함된 ‘먼 곳에 있는’이라는 문구는 이를 삭제하거나 ‘서로 다른 장소에 있는(또는 직접 대면하지 않고)’라는 문구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

‘원격의료 유형’과 관련해 정부 개정안은 현행 제34조 1항에 규정된 ‘의료인에 대한 의료지식이나 기술 지원’ 이외에 의사의 환자에 대한 ‘지속적 관찰, 상담, 교육, 진단 및 처방’이라는 원격의료 유형을 명시하고 있다. 다만 그 정의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일본 후생노동성 지침의 상세내용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즉 개정안 제34조 제1항 2호에서 열거한 ‘지속적 관찰, 상담·교육, 진단 및 처방’ 행위에 대한 정의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원격의료 유형별 규제’의 경우 현재 국내에서 원격의료 도입과 관련해 가장 의견 대립이 심한 유형은 의사-환자 간 이뤄지는 진찰, 진단 및 처방, 즉 ‘원격진료’이다. 정부 개정안은 원격진료의 경우 준수해야 할 의무에 대한 차별적 내용을 두고 있으나 다른 유형과의 적용조항 구분이 복잡하다.

해석상 문제를 배제하기 위해 ‘지속적 관찰’이나 ‘상담·교육’ 행위부터 정착시키기 위해 이들을 ‘진단 및 처방’ 행위와 명확하게 구분하고 다르게 규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에 주목해야 한다.

이밖에 ‘원격의료 시 의사 책임’과 관련해 원격의료에서 의사의 의료과오 책임은 특히 주의의무와 완화 여부에 대한 의견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한 현행 제34조 제4항의 해석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일본 후생노동성 지침에서도 온라인 진료를 실시하는 의사에게 대면 진료에서와 동일한 책임을 부과하며, 미국의 다수 주에서도 의료과실 책임에 대해 원격의료와 대면진료의 경우를 다르게 보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만 정부 개정안 제34조 제6항 제1·2호에서는 의료과오 책임에 관한 기존 법리에 따라 당연히 인정될 수 있는 의사의 면책사유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기존 법리에 따르면 “구체적 상황에서 환자가 의사의 지시에 따르지 않거나 장비에 결함이 있다는 것을 합리적으로 의심할 수 있었는데도 의사가 해당 사실을 확인하거나 알리지 않은 것이 신의성실에 반하는 경우에는 책임을 부담할 것”이라고 돼 있다.

관련해 연구 보고서는 이 같은 해석의 적절성 여부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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