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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재정 정부지원 책임은 외면...보장성 후퇴·국민 부담만 늘리는 윤정부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이유로 보장성 축소·환자 부담 인상 집중
건강보험 국고지원 일몰제 폐지에는 소극적
"노골적 신자유주의 정책 보건의료 분야서 관철되면 재앙 초래"

[라포르시안]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 규정 일몰시한이 이달 말로 임박했지만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 논의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명분으로 보장성 강화 대책 후퇴를 추진하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6일 제2법안심사소위회를 열고 건강보험 국고지원 일몰조항 삭제 등을 담은 건강보험법과 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심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국민건강보험법 및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른 일반회계 및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의 건강보험 재정지원 근거 규정이 이달 31일로 일몰이 도래하는데 ▲일몰규정을 삭제해 안정적이고 계속적인 재정지원을 하는 방안 ▲일몰규정을 유지하면서 1년 또는 5년 연장하는 방안 ▲국회의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예결산 권한 강화 방안 등을 두고 논의를 이어갔으나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법안소위는 다음 회의에서 관련법 개정을 재논의하기로 했다. 현재 일몰조항 관련해 기획재정부는 1년만 연장, 보건복지부는 5년 연장을, 민주당은 일몰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건강보험 재정 기금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만일 국회가 이달 31일까지 관련법 개정을 하지 못할 경우 건강보험 국고지원 일몰조항에 따라 이달 31일 이후에는 자동으로 효력이 사라진다. 국고지원이 중단될 경우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급격한 건강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계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지난 8일 성명을 내고 "최악의 경우 여당과 기재부 입장대로 1년 연장으로 결정될 수도 있다"며 "1년 연장은 사실상 건강보험을 기금화하겠다는 전략의 포석으로, 건강보험 기금화가 국고지원 폐지, 보험료 인상, 보장성 축소를 초래하기 때문에 법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정부의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방안 및 필수의료 지원대책'에는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의 필수 요소인 국고지원은 빠져 있고, 오히려 '건강보험의 재정 건전성과 투명성', '지출 효율화', '보장성 강화 항목 재점검' 등 신자유주의적 긴축과 이용자 부담 강화안들로 가득하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는 건강보험 국고지원 지속을 위한 일몰제 폐지뿐만 아니라 가뜩이나 취약한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려는 의지도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8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안)'이 지출 효율화로 절감된 건강보험 재원을 필수의료 기반 확충에 사용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지출 효율화를 앞세워 건강보험 보장성을 축소하고, 이렇게 마련된 재원으로 공공의료 확충보다는 민간의료기관 보상 확대에 사용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복지부가 마련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을 보면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재정 효율화 방안으로 ▲자기공명영상(MRI)‧초음파 검사 등 급여 항목과 기준에 대한 재점검 ▲공정한 건강보험 자격관리 ▲합리적 의료이용 유도 ▲재정누수 점검과 비급여 관리 등을 제시했다. 

과잉의료 발생을 이유로 의료적 필요도에 기반해 급여기준과 항목을 재점검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MRI와 초음파 검사를 겨냥했다.

급여화된 MRI·초음파 중 ’재정목표‘ 대비 지출 초과 항목, 이상사례 발견 항목 중심으로 급여기준을 조정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뇌·뇌혈관 MRI는 현재 두통·어지럼에 대해 '신경학적 검사 시 급여 인정, 최대 3촬영까지 산정'하지만 이를 '신경학적 검사상 이상소견 있는 경우에만 급여를 인정하고, 최대 2촬영까지 산정' 식으로 급여기준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12월 1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통령실 집무실에 120대 국정과제 현황판이 설치됐다. 사진 제공: 대통령실

윤 대통령 "건강보험 정상화 시급...의료 남용·무임승차 방치 안돼"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와 필수의료 지원 대책에 대해서 윤석열 대통령도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 건강을 지키는 최후 보루인 건강보험에 대한 정상화가 시급하다"며 "지난 5년 간 보장성 강화에 20조원을 넘게 쏟아 부었지만, 정부가 의료 남용과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방치하면서 대다수 국민에게 그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인 일명 '문재인 케어'를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인기영합적 포퓰리즘 정책은 재정을 파탄시켜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해치고, 결국 국민에게 커다란 희생을 강요하게 돼 있다"며 "건강보험 개혁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건강보험 급여와 자격기준을 강화하고 건강보험 낭비와 누수를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절감된 재원으로 의료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분들을 두텁게 지원할 것"이라며 "중증 질환처럼 고비용이 들어가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 의료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건강보험 제도의 요체다.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재고하고, 중증 질환 치료와 필수 의료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앞세우며 보장성을 축소하고 보험료와 본인부담 인상 등으로 정부 책임을 축소하고 국민 부담만 늘리려 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특히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대책에 건강보험 국고지원 유지나 확대는 빠졌고, '재정구조 개편'에도 국고지원 유지와 확대에 대한 명시적 언급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달리 프랑스, 일본, 대만, 독일 등 대표적인 사회보험방식 의료보장체계 국가에서는 공적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지원을 강화하는 추세다.

사회보장부담 증가, 고령화와 의료비 상승, 인구구조 변동, 고용불안정으로 인한 근로소득 기반 보험료 재원조달의 한계 등으로 보험료 수입의 증가는 한정돼 있는데 지출은 늘어나 건강보험을 포함한 사회보장재정 위협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 재정연구센터가 작성한 '주요국의 건강보험 정부지원 정책이 한국의 건강보험에 주는 시사점'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국가별로 역사적·제도적 특징에 따라 방식은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건강보험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는 추세다. 

국가별 건강보험 재정 관련 정부지원 비중을 보면 프랑스 52.3%(2018년 기준), 일본 27.4%(2016년 기준), 대만 23.1%(2016년 기준) 등이다. 

한국은 건강보험 재정에 정부지원 비중이 20%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제대로 지키지 않다. 건강보험노조에 따르면 2007년 이후부터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 비율이 법에 명시된 20%를 준수한 적이 없으며,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동안 국고지원 비율은 13.3%, 14.8%, 13.8%에 그쳤다.

"윤정부, 건강보험 약화시키는 정책만 펴"

상황이 이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국고지원 확대나 유지에 대한 언급없이 건강보험 보장성을 축소하고 보험료와 본인부담 인상 등 환자 부담을 늘리는 쪽으로 대책을 집중했다. 

노동계와 의료·시민단체는 "윤석열 정부는 보장성을 축소하고 환자 본인부담을 늘리는 ‘지출개혁’으로 필수의료 지원 강화를 하겠다고 하지만, 필수의료가 부족한 이유는 정부가 필수의료를 책임지는 공공의료에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필수의료를 위해 공공의료에 투자하기는커녕 공공병원 민간위탁, 공공병원 신증설 폐기 등 공공의료를 약화시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정부의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 제고' 대책이 건강보험을 약화시켜 민간보험 수익을 보장해 주는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이들 단체는 "국고지원 항구적 법제화와 지원 확대 거부, 보장성 축소, 보험료와 본인부담 인상, 건강보험 기금화와 수익증권 투자 등은 모두 건강보험을 약화시키는 정책"이라며 "민간 주도를 공공성보다 우선하는 윤 정부의 노골적 신자유주의 정책이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보건의료 정책에서도 관철된다면 우리에게 재앙과 같은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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