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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인·싸] ESG 경영 시대, 의료기기업계도 예외일 수 없다이종희(엔젤로보틱스 이사)

[라포르시안]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기업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라고 볼 수 있다. 의료기기산업의 소비자는 의료기관이다. 최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국내 의료기관의 ESG 인식도 및 경영현황’ 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 해당 자료를 보면 의료기관들이 ESG에 관심을 갖고 경영의 한 축으로서 ESG를 적극 활용하기 위한 움직임을 볼 수 있다. 이제는 의료기관도 치료를 잘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물론 아직은 의료기관의 ESG 평가 지표가 명확히 수립돼 있지 않지만 이미 많은 의료기관들이 ESG 경영을 선언하고 활동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가령 환경적(E) 측면에서는 의료폐기물 줄이기, 식당 잔반 줄이기, 개인 컵 사용 및 장례식장 일회용품 감축을 실행하고 있다. 또 사회적(S) 측면에서는 환자 만족도 조사, 지역 사회 기여 및 취약 계층에 대한 의료봉사 활동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지배구조(G) 측면에서는 투명경영을 위한 외부 감사를 통해 병원 경영 윤리를 실천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EGS 활동 초기 단계에서는 기관 자체적으로 ESG 활동을 수행하면 되지만 활동이 진행될수록 공급망에 속해 있는 모든 기업에까지 ESG 경영을 실천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급망까지 ESG 활동을 요청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애플의 ‘RE100’ 선언이다. 애플은 2030년까지 공급망에 속해 있는 모든 협력사에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청하고 있다. 애플에 메모리 등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도 납품을 위해서는 RE100 등을 포함한 ESG 활동을 할 수밖에 없으며, 삼성에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의료기기산업에도 곧 다가올 현실이다. 이미 의료기관에서 시작된 ESG 경영은 차차 의료기관에 제품을 납품하는 의료기기업체에 ESG 경영을 요구할 것이며, 의료기기업체는 해당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에 ESG 경영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타 산업에서 시작된 ESG 바람은 의료기기산업에도 곧 불기 시작할 것이며, 그 압박 또한 점점 거세질 것이다. 만에 하나 고도화된 ESG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해외 고객 병원이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국내 의료기기업체에 ESG 활동 자료를 요청한다면 즉시 대응이 가능한 업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상당수 국내 의료기기업체 대표들이 이 같은 현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ESG에 대한 개념 자체를 잘 모른다는 점이다.

의료기기업계는 ESG 하면 환경 측면을 고려한 일회용 의료기기를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 같다. 나아가 환자 안전과 생명을 위해 일회용 의료기기 사용을 줄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ESG 활동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ESG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다. 물론 병원에서 ESG를 위해 일회용 의료기기 사용을 줄이지는 못하지만 제품 입찰 조건으로 업체의 ESG 활동 여부를 제시할 수 있다.

사견이지만 미국·유럽이 중국을 견제하는 요인으로 ESG를 활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가령 ESG의 S에 해당하는 노동자의 인권 등 지표에 높은 점수를 부여한다면 중국 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는 무역 장벽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타 산업에서 실시하고 있는 ESG 활동을 보면 환경 분야에서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태양열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하고,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며 사내 폐기물을 줄이는 활동을 하고 있다.

사회 분야에서는 기업 내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 지역 사회 봉사 등 사회적 활동을 하는 방법이 있다. 규모가 영세한 의료기기업체에서는 현실적으로 지배구조 변화 등을 꾀하기가 어렵지만 의사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하거나 김영란법을 잘 지키는 등 윤리 경영을 통해 G를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E는 ISO 14001(환경 경영시스템), S는 ISO 45001(안전보건경영시스템), G는 ISO 37001(부패방지경영시스템) 인증을 받아 ESG 활동 일부로 활용할 수 있다.

ESG 경영은 아직 완성형이 아니다. 우리가 ESG 경영을 위해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정의하고, 이를 실천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의료기기업체들은 GMP·ISO 13485 기반의 품질경영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업체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품질경영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처럼 처한 상황에 따라 ESG 실천 방식도 다를 것이다. GMP나 ISO 13485처럼 우선 ESG 경영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모든 산업 분야에 ESG라는 태풍 주의보가 발령돼 있다. 태풍은 초강력 태풍으로 강도가 더 세지거나 아니면 저기압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태풍 주의보가 발령됐을 때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대비하는 것처럼 의료기기산업도 ESG라는 피할 수 없는 태풍에 대응해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할 때다.  

라포르시안  webmaster@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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