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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로폼 박스로 이송하는 '인체조직'...배송용기 교체 못하는 이유는혈관·심장판막·피부 이외 인체조직은 1회용 스티로폼 박스 사용
한국공공조직은행 "내년부터 콜드체인 기반 배송체계 시범사업"
복지부 "배송시스템 개선 필요성 공감...예산 확보 제한적"
한국공공조직은행의 인체조직 운송용기. 붉은색이 스티로폼 박스, 노란색이 온도계가 탑재된 EPP 용기.

[라포르시안] 국내 인체조직 기증자 수가 증가세를 보이면서 보다 안전한 이식체 분배를 위해 시스템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도 안전한 이식체 분배 시스템 개선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지만 예산이라는 현실적 제한으로 고민이 많은 상황이다. 

인체조직은 ‘인체조직안전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에서 정의한 ▲뼈 ▲연골 ▲근막 ▲피부 ▲양막 ▲인대 및 건 ▲심장판막 ▲혈관 ▲신경 ▲심장막 등을 의미한다. 

인체조직기증은 다른 사람의 건강, 신체회복 및 장애 예방을 위해 뇌사 또는 사망 후 자신의 조직 일부를 대가없이 제공하는 것을 말하며, 한 사람의 기증으로 최대 100여명에게 삶의 희망을 나눠줄 수 있다.

한국공공조직은행에 따르면 국내 인체조직 기증자 수는 2020년 159명에서 2021년 104명으로 감소했다가, 올해 10월 현재 181명으로 지난해 기증자 수를 초과했다. 인체조직 기증자 수 증가에 따라 인체조직 채취 건수도 2020년 2,437개에서 올해 10월에는 3,003개로 23% 정도 늘었다. 인체조직 가공 역시 2020년 1,597개에서 지난 10월에는 2,017개로 26% 증가했다.

인체조직 분배 실적은 2020년 1,321개, 2021년 1,468개로 증가했으며, 올해는 10월 현재 1,286개로 연말까지 감안하면 지난해 분배실적을 넘을 것으로 한국공공조직은행은 추산하고 있다.

한국공공조직은행이 올해 분배한 인체조직은 뼈가 687건으로 가장 많았고, 양막이 278건, 혈관 191건, 근막 102건, 건·인대 27건, 심장판막·신장막이 1건 등의 순이었다.

현재 인체조직 분배과정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운송용기는 ‘스티로폼 박스’이다. 혈관·심장판막 등은 가격이 약 600만원 정도 하는 ‘Dry shipper’를 운송에 사용하며, 피부 역시 전용 용기로 분배하며, 그 외 인체조직은 1회용 스티로폼 박스를 사용한다.

한국공공조직은행 관계자는 “스티로폼박스를 포함한 기존 운송용기 모두 식약처의 안전 기준과 밸리데이션에 부합한다”며 “영국 등 해외도 인체조직 배송 시 스티로폼 박스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배송 시스템에 제도적 및 안전성에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더 안전하고, 국민 정서에 맞는 시스템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국공공조직은행 측은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배송 시스템의 안전성 문제가 발생한 사례는 1건도 없었다”며 “다만 기증된 인체조직의 안전한 배송은 기본이며, 더 나아가 기증자의 숭고한 생명나눔 정신을 수혜자에게 온전히 전달할 수 있도록 국민 정서와 기대수준에 맞는 배송체계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공공조직은행은 올해 배송시스템 1차 개선을 완료했다. 구체적으로 과거 고속버스와 연계해 배송하던 지방권역도 수도권과 동일하게 배송차량으로 직송하고 있으며, 스티로폼 박스 일부를 온도계를 탑재한 EPP 용기로 교체했다.

EPP는 폴리올레핀 계열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을 발포해 만든 친환경 플라스틱으로, 외부 충격에 강하고 재사용 가능한 친환경적 소재이다. 또 온도계를 탑재해 배송과정 중 온도이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은행은 내년까지 모든 스티로폼 박스를 온도계를 탑재한 EPP 용기로 교체하고 콜드체인 기반의 배송체계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2024년에는 모든 배송을 콜드체인으로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관련 기사: [in-터뷰] “공공조직은행은 산 자와 기증자 모두의 인권 위한 기관”>  

문제는 스티로폼 박스를 온도계를 탑재한 EPP 용기로 교체하는 비용이다. 

현재 한국공공조직은행이 이식체 배송에 사용하는 1회용 스티로폼박스 개당 평균가격은 3,000원이다. 이에 비해 온도계가 탑재된 EPP용기는 ▲용기 비용 ▲탑재 온도계 ▲온도계 검교정 비용 등을 합하면 개당 평균 가격은 약 38만원으로 스티로폼 박스 비용의 100배가 넘는다. 여기에다 용기 회수 비용은 별도로 소요된다. 

은행 측은 분배 안전관리체계 구축사업에 내년에는 약 1억8,300만원, 2024년에는 약 2억9,000만원~3억5,000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내년 예산에 포함해 복지부에 신청한 상태다.

복지부도 개선 필요성은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혈액장기정책과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인체조직은 안전해야 배송해야 하고 온도도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배송 시스템 개선이라는 큰 틀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며 “한국공공조직은행에서 내년부터 콜드체인 기반의 배송체계 시범사업을 도입을 하는 만큼 예산도 추가로 배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아무래도 예산에 대한 현실적 제약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로서는 예산 배정이 완료돼 (배송체계 개선사업을)도입할 수 있다고 말씀 드릴 상황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한편, 환자단체는 인체조직 배송시스템 개선은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인체조직 운송을 스티로폼 박스에서 온도계가 달린 EPP 용기나 콜드체인 기반으로 바꿀 필요성은 당연하다”라며 “영리 목적이 아니라 이타적으로 기증된 인체조직으로 한 생명을 살리는 것인만큼 안전한 운송은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상식적으로 인체조직 운송은 온도 유지가 가장 중요한 만큼 스티로폼 박스에서 온도계가 달린 EPP 용기로 교체하는 것은 최우선으로 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손의식 기자  pressmd@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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