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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국회서 장기표류하나…'법사위 패싱' 주장 제기돼법사위 회부 후 185일째 표류 중…"본회의 직접 부의 요건 갖춰"
"국민적 공감대 없이 법사위 패싱하면 오히려 독 될수도"

[라포르시안] '간호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185일째 장기 계류 중이다. 이 때문에 법사위에서 근거없이 간호법 체계·자구 심사를 미루고 있다며 국회법 86조 3항에 의거해 법사위를 건너뛰고 본회의에 바로 상정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5월 17일 전체회의를 열고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의결한 간호법을 심의·통과시켰다. 이로써 간호법은 법사위와 본회의 등의 심의만 남겨놓으면서 제정까지 급물살을 타는 듯 했다.

그러나 5월 26일 법사위가 전체회의 논의 안건에 간호법 제정안을 상정하지 않으면서 제동이 걸렸고, 법사위 계류가 장기화하면서 아예 법사위를 건너 뛰고 본회의로 직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법 제86조(체계·자구의 심사)에 따르면 법사위는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회부된 법률안에 대해 60일 이내에 체계·자구 심사를 해야하며, 법사위가 이유없이 심사를 지체할 경우 소관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 직접 부의할 수 있다.

해당 법에 따라 간호법이 이미 법사위 '패싱' 요건을 갖췄다는 게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지난 16일 간호법 제정 추진 범국민운동본부 주관으로 열린 ‘간호법 제정을 위한 입법절차 어떻게 할 것인가’ 국회 토론회에서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 김원일 활동가는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지연을 지적하며 국회법 적용 필요성을 주장했다.

체계심사는 만들고자 하는 법안에 대해 ▲법안 내용의 위헌 여부 ▲다른 법률과의 충돌 여부 ▲자체 조항 간의 모순 등을 살피는 것이다. 자구심사는 ▲법규의 정확성 ▲용어의 적합성 및 통일성 등을 검토해 법률용어를 정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김원일 활동가.

김원일 활동가는 “입법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있으면 법사위가 문제 삼을 수 있지만 간호법은 입법 절차상 하자가 없다”라며 “그런데도 불구하고 법사위는 이유없이 간호법에 대한 체계·자구 심사를 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간호법은 복지위에서 4차례나 법안심사 소위를 거쳤으며, 국회 법제실과 전문위원 등의 검토를 마친 만큼 다른 법률과의 충돌 및 조항 간의 모순 등 검토를 마친 만큼 더 이상 입법절차 과정에서 손 볼 부분이 없다는 것이 김원일 활동가의 설명이다.

그는 “정기국회 내에 법사위가 조속하게 체계·자구 심사 후 본회의에서 간호법을 의결하는 것이 최선이다”라며 “그러나 지금은 법사위가 심사는 불구하고 상정도 하지 않아 논의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불가피하게 국회법 제86조에 따른 입법절차를 논의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YMCA 신종원 이사 역시 “법사위에서 정상적으로 처리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복지위에서 결단을 내려 우회적인 방법으로 추진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안타깝지만 그렇게라도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나영명 기획실장은 법사위가 간호법 체계·자구 심사를 보류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주장했다.

나영명 실장은 “상임위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법을 심사하고 내용을 만드는 것이 역할이고, 법사위는 새로운 법안으로서 문제가 있는지 심의한다”며 “그런데 법사위가 간호법을 상정도 안 하고 체계·자구 심사도 하지 않는 것은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나영명 실장은 법사위가 간호법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에 대해 정치적 악용행위로 규정했다.

나 실장은 “법사위가 이유를 명확히 밝히고 있진 않지만, 간호법을 상정조차 하지 않는 것은 일부 의료단체의 반대 때문인 것 같은데, 이는 법안을 심사하고 본회의로 올리는 법사위의 역할과 전혀 무관하다”라며 “이를 핑계로 심사를 하지 않는 것은 법안 발목잡기나 정치적 악용 행위로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법사위가 간호법에 대해 근거없는 발목잡기를 계속한다면 국회 선진화법이나 패스트트랙 같은 제도를 비롯해 (국회법 제86조 3항에 의거해)상임위원장에게 부여된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국민과 사회에 이익이 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활동을 실제적으로 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국회법 제86조.

반면, 간호법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지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국회법 86조 3항을 적용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정기국회 내에서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서 간호법을 의결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법률사무소 해울의 신현호 변호사는 간호법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이해가 필요하다며, 국민을 설득하기 위한 간호계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신현호 변호사는 “현재 국회 구조에서는 간호법이 무리하게 통과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재의결하기 어렵다”라며 “절차적 논의는 당연히 있어야 하지만 왜 간호법이 필요한지에 대한 국민적 설득이나 이해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아직까지 간호법이 제정이 안 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점이 있지만, 간호사들의 노력이 더 있어야 할 것 같다”며 “의사와 간호사가 서로 신뢰하고 협업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간호법 필요성에 대한 국민의 적극적인 지지가 있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동아일보 류호 기자 역시 간호법이 통과되기 위해선 국민 여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류 기자는 “간호법이 본회의에 부의돼 일사천리로 진행되면 좋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법안 처리는 결국 국민 여론에서 동력 얻어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민 설득 밖에 답이 없다. 국민에게 간호법이 왜 필요한 법안인지, 내 삶을 어떻게 다르게 만드는 법안인지 설명을 해줘야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복지부는 국회 절차를 존중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복지부 임강섭 간호정책과장.

복지부 임강섭 간호정책과장은 “행정부에 속한 복지부 공무원으로서 국회가 정당한 권한으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것을 최대한 존중하는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임강섭 과장은 “(간호법과 관련한 직역 간)갈등 상황이 연말까지 최고조로 올라갈 것 같지만 언제까지 그런 상황이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한다”라며 “현재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된 후 보건의료 현장에서 수평적 협업을 어떻게 활성화할 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한 숙제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대한간호협회는 국회법 제86조 3항 적용에 한발 물러난 모습을 취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간호협회 곽월희 부회장은 “정기국회 내에서 국회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서 본회의에서 간호법을 의결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본다”라며 “법사위가 하루빨리 간호법 논의를 시작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가 간호법 제정 추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간호계 관계자는 라포르시안과의 통화에서 “국회법 제86조를 계속 언급하는 것은 실제 본회의 부의를 추진하기보다는 법사위 압박용일 것으로 생각한다”며 “법사위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 간호협회는 ‘패싱’이라는 단어를 지속 노출해 법사위를 자극하고 싶진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법사위를 건너 뛰고 본회의로 직행하는 방향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간호법 제정 추진에 약일지 독일지 모르겠다”며 “간호법 관련 국회토론회임에도 주관 기관에 간호협회가 빠져 있는 것을 보면 협회도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손의식 기자  pressmd@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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