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와이브레인 부사장)

[라포르시안] 우울증 치료에서 전자약 처방이 빠르게 늘고 있다. 멘탈헬스 전자약 플랫폼기업 와이브레인에 따르면 처방용 우울증 전자약 ‘마인드스팀’은 지난 7월 1일 첫 처방 이후 불과 3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원내 처방 이용 건수 6,000건을 돌파했다. 국내 첫 우울증 전자약인 마인드스팀은 미세한 전기자극기를 통해 우울증의 원인이 되는 저하된 전두엽의 기능을 정상화해 치료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우울증 치료에 있어서 기존 약물 치료의 한계가 있었던 만큼 전자약이라는 새로운 치료 옵션의 등장에 기대감을 보이는 정신건강의학과 개원가가 늘고 있다는 것이 와이브레인 측의 설명이다. 

반면, 우울증 치료는 정신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나 대인관계 정신치료 또는 지지적 정신치료나 정신분석적 정신치료를 포함한 일반 정신치료를 병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전자약 처방을 통한 우울증 치료에 물음표를 던지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도 상당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약 처방 건수는 지속해 증가하는 추세이며, 우울증 외에 치매와 인지장애, 불면증 등 적응증을 늘리기 위한 임상도 진행 또는 준비 중이다. 라포르시안은 최근 와이브레인 김성진 부사장을 만나 마인드스팀 처방 증가의 배경과 우울증 치료에서 전자약의 차별적 장점 등에 대해 들어봤다. 

- 마인드스팀의 처방 건수 증가세가 가파르다. 전자약 처방이 급증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나.

= 그동안에 우울증 치료에 미충족 요구가 있었던 거 같다. 우울증 환자들을 보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치료하겠다는 의지는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물치료에 대해서 막연한 두려움과 거부감 같은 부담을 갖고 있다. 특히, 가임기 여성이나 예전에 약물 부작용을 경험했던 환자에게는 마땅한 치료 옵션이 없는 상황이다. 우울증 환자들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부담 중 하나는 치료 초기에는 낮은 용량의 약 하나만 복용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용량도 늘어나고 약도 추가된다. 그러다보니 자신이 복용하는 약의 용량이 늘어나는 것을 조금이라도 미루고 싶어한다. 이런 이유로 기존에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있던 환자들에서 효과가 떨어지게 되면 약을 추가하거나 용량을 늘리는 대신 전자약을 써볼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은 치료 현장에서의 언멧니즈가 전자약이라는 새로운 치료옵션의 등장과 맞았다고 생각한다.

- 현재 마인드스텀 처방 현황은 어느 정도인가.

= 마인드스팀 처방량에 대한 회사의 기대치는 이미 넘어섰다. 회사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전자약을 많이 처방하는 헤비 유저가 얼마나 빨리 많이 생기냐는 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마인드스팀을 한 달에 300건씩 처방하는 의료기관이 벌써 3~4곳이나 생겼다. 많은 환자에게 적용할 수 없는 약임에도 불구하고 첫 처방 이후 불과 삼 개월 정도 지났는데 월 300건 정도가 계속 처방되고 있다는 점을 의미있게 보고 있다. 특히, 전자약이 소문나면서 의료기관에서 먼저 문의하는 경우가 많고, 전자약 처방을 많이 하는 의료기관을 수소문 하는 의료진도 늘고 있다.

전체 처방 중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의 비중이 90% 정도 차지하고 있다. 아무래도 병원에서 전자약을 쓰려면 장비위원회 등을 거쳐야 하다보니 도입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현재 약 20곳 정도 대학병원의 장비위원회에 올라가 있다. 반면, 의사결정 단계가 간결한 의원급 의료기관은 원장이 도입을 결정하면 바로 다음 날 세팅하는 등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 치료 부작용이나 기기 작동 오류 우려는 없나.

= 약물은 복용 이후 위에서 분해되고 장에서 흡수되고 간에서 대사가 이뤄진 다음 전신혈류를 따라 돌고 뇌로 가기 때문에 전신부작용이나 예상치 못한 부위에서 부작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마인드스팀은 대뇌 전두엽에만 특이적으로 국소 작용하기 때문에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 등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마인드스팀의 부작용은 두 가지 정도를 들 수 있다. 피부 접촉면이 있다보니 접촉 부위에 가려움을 느낄 수도 있다. 또 하나는 마인드스팀이 뇌의 자발적인 신호 전달을 증가시키다 보니 각성 효과가 올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저녁에 마인드스팀으로 치료할 경우 예민한 환자들의 경우 불면증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와이브레인은 마인드스팀의 임상 연구를 7년째 하고 있다. 임상 중에는 환자가 6개월 동안 재택에서 쓰는 연구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기계 오류 때문에 처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케이스는 한 건도 없었다. 만일 기기 오류가 생길 경우 우선적으로 환자의 안전을 이유로 작동이 이뤄지지 않게 돼 있으며, 오남용 역시 원천적으로 막혀 있다.

- 비강 스프레이 형태로 출시된 치료 저항성 우울증 치료제는 환자가 흡입 후 원내에서 4시간 동안 관찰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공간적 한계를 이유로 개원가에서 처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마인드스팀은 어떤가.

= 마인드스팀 기기 자체는 태블릿 크기이고, 환자가 이마에 두르는 기기는 핸드폰보다 작은 크기라서 착용 후 대기실에 앉아 있어도 되고, 격하게 뛰지만 않으면 걸어다녀도 되기 때문에 공간의 제약이 적어서 개원가에서 쓰기 적합하다. 일부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 따르면 환자가 마인드스팀을 착용하고 외래에 앉아 있으면 다른 환자들이 기기에 대해 문의하는 경우가 있어 약물을 대신해서 치료 중이라고 설명하면 자신도 전자약을 처방해달라고 하는 케이스도 있다. 일반 종합병원 대기실에서 마인드스팀을 착용하고 있으면 정신 치료를 받는 환자라고 볼 수 있겠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안에서는 환자들이 비슷한 질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착용 후 외래 대기를 해도 거부감이 있는 것 같지 않다. 

- 비강 스프레이 형태의 치료 저항성 우울증 치료제는 비급여 고가약이라 효과가 좋아도 환자들에게 권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마인드스팀 역시 비급여다. 환자 부담은 크지 않나.

=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울증 치료용 경두개 자기장 자극기(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or, TMS)의 비급여 비용 중간값이 약 오만원 정도이고, 많이 받는 곳은 1회당 18만원까지 한다. 와이브레인에서 마인드스팀을 처방하는 의료기관들을 살펴본 결과 TMS보다 낮은 가격으로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자들을 생각한다면 마인드스팀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인드스팀의 실증 임상 결과들 나오고, 사례가 쌓이면 선별 급여뿐만이 아니라 일반 급여로도 충분히 신청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최근 디지털치료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마인드스팀은 전자약이다. 디지털치료제와 전자약의 차이는 뭔가.

= 디지털 치료제는 소프트웨어, 전자약은 하드웨어라고 보면 된다. 디지털 치료제는 대부분 인지행동 치료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환자가 인지능력을 활성화하기 위해 생활습관 교정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이 어렵다. 이런 이유로 디지털 치료제를 쓰다가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고 기대만큼 효과가 나오지 않기도 한다. 반면, 하드웨어인 전자약은 약을 한 번 먹듯이 간단하게 한번 착용하면 그걸로 끝이기 때문에 환자가 직접 노력해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 정신건강의학과 일각에서는 아직까지 전자약은 시기상조라는 우려도 있다. 

= 기존 약물 처방이 익숙하신 의료진은 기본적으로 임상 자료에 근거해서 처방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마인드스팀의 임상자료를 확충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약물과의 병용 효과나 중등증 이상의 우울증에선 어떤 효과를 갖는지 실증 임상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연구를 진행하면서 나오는 임상적 근거를 바탕으로 마인드스팀의 효과와 안전성 등을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에게 알리기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또 하나, 전자약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봐주면 좋을 것 같다. 면역항암제는 하나의 암종에만 효과가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하게 적응증을 확대하고 있다. 전자약도 비슷하게 할 수 있다. 뇌는 위치마다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전자약 전극을 뇌의 어떤 부위에 붙여서 어떤 신호를 주냐에 따라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조현병은 청각 신호가 과발현된 것인데 귀쪽에 전극을 붙여서 신호를 조절하면 증상들이 사라진다. 인지능력 개선은 전두엽에서 주로 관장하기 때문에 경도치매의 경우 우울증과 동일하게 전두엽에 자극을 준다. 경도치매 임상은 내달 마무리 될 예정이고 내년 상반기 중 인허가 가능성을 예상한다. 이밖에 경도인지장애, 불면증, 불안, 통증 등 다양한 적응증을 위한 임상이 진행 또는 계획 중이다. 

- 전자약 처방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제도적 개선 방안이 있다면.

= 전자약은 의약품이 아닌 의료기라서 시장 진입하는 단계가 의약품과 조금 다르다. 의약품은 임상시험 후 허가를 받으면 바로 출시할 수 있다. 반면 마인드스팀은 의료기기 중에서도 신의료기술로 분류된다. 따라서 식약처 인허가를 받더라도 신의료기술평가라는 또 다른 단계를 밟아야 한다. 그런데 신의료기술평가는 식약처 인허가보다 기간도 오래 걸리고 까다롭다. 다행히 올해부터 보건산업진흥원에서 신의료기술평가 유예제도를 시키면서 마인드스팀도 혜택을 받았다. 이같이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새로운 의료기술을 환자들에게 조속하게 제공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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