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낭비' 앞세워 공공의료 약화 시도...상위법 어기면서 밀어붙여
공공의료 확충 지방정부 책임 인식 부재
"지자체가 져야 할 공공의료 책임을 민간에 떠넘기려"

[라포르시안] 성남시의료원 민간위탁 추진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앞서 성남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가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 14명이 발의한 '성남시의료원 설립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 심사 보류를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신상진 성남시장이 연이어 성남시의료원 민간위탁 추진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이에 반발하는 의료원 직원 및 시민사회단체와의 갈등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신상진 시장은 지난 11일 성남시의회에서 개정 조례안 심사한 보류하자 이틀 뒤인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거듭 민간위탁 추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 시장은 "(성남시의료원에 대한) 민간위탁이라고 그러면 오해가 있는데, 일반 의료법인 아무 데나 주는 게 아니고 대학병원"이라며 "직영을 하게 되면 수련병원이 아니기 때문에 의사를 스탭으로만 뽑을 수 있고, 그러면 전공의나 인턴 등 서포트 하는 의사들이 없기 때문에 큰 수술은 할 수 없다. 굉장히 부족한 의료서비스 시설이기 때문에 대학병원에 위탁해야 한다는 게 개인적으로 줄기차게 주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진료비가 저렴하고 공공의료의 어떤 감염병 대책이라든가 그런 것도 하는 것도 물론 당연히 필요하다"며 "그러나 (민간위탁을) 대학병원으로 해야 되는 이유는 평상시에 시민들이 제대로 된 진료를 받는 게 제일 중요하기 떼문"이라고 했다. 

성남시의료원 민간위탁 추진에 대해서 '공공의료 포기'라는 비난이 제기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시했다. 

신 시장은 "대학병원에 위탁한다는 것과 공공의료를 그것이 포기하는 것은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다. 대학교에 위탁 하더라도 시립의료원의 주인은 성남시"라면서 "평소에는 의료 서비스를 충분히 하고, 위기 시에는 공공의료 역할을 하는 식으로 하면 된다. 공공의료 포기 또는 민영화, 이런 거는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지난 18일 취임 110일째를 맞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직영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 성남시의료원은 대학병원 위탁 운영체제로 가야 한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신 시장은 "시의료원은 1600억원 이상 막대한 예산으로 지어졌는데 매년 수백억원 운영비를 혈세로 부담하면서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도 없고, 시민 만족도까지 낮다"며 "혈세를 부담하더라도 시민에게 만족할 만한 의료 서비스가 행해지느냐가 관건인데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 대학병원에 위탁해 의료시스템이 공급되면 대학 교수와 전공의까지 모든 과에 공급되는 그런 진료 체계를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성남시의료원 민간위탁 추진을 고수하는 신상진 성남시장의 모습은 2013년 진주의료원 폐업을 강행한 홍준표 당시 경남도지사(현 대구시장)를 떠올리게 한다. 

2013년 당시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재정적자를 이유로 "진주의료원을 운영하는 것은 혈세 낭비”라고 주장하며 진주의료원 해산 규정을 담은 '경남도 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 개정안을 밀어붙였다.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는 올해 치러진 6.1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에 당선된 이후 기존에 이미 계획된 '제2 대구의료원 설립' 계획 추진을 일방적으로 중단토록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성남시의회가 조례 개정으로 시의료원의 위탁운영을 강제하는 것은 상위법인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법률' 위반이라는 지적도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2011년 4월 지방의료원 위탁 의무화 조례에 대한 유권해석을 통해 '지방의료원법 26조(권한 및 운영의 위임ㆍ위탁) 3항을 근거로 조례로써 지방의료원을 위탁 운영해야 한다고 규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성남시의료원 위탁운영을 강제하는 조례 개정안은 상위법을 위반하는 셈이다. 이처럼 상위법을 어겨가면서 조례 개정만으로 공공병원 민간위탁 운영을 강제하는 방식은 과거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의료법 등을 위반하면서까지 진주의료원 폐업을 강행한 것과 상황이 겹쳐진다. <관련 기사: "대법원도 위법성 인정...진주의료원 강제폐업 진상규명 필요">

무엇보다 신상진 시장이나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지방의료원 민간위탁 추진이나 폐업 등을 강행하면서 제시한 논리를 보면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지방정부 책임에 대한 인식이 부재한 것으로 보인다. 

지방의료원은 지역의 핵심 거점공공병원으로, 필수의료 국가책임제를 실현하는 데 중심 역할을 한다. 때문에 지방의료원이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서 역량을 갖추도록 시설, 장비, 인력 등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중요하다. 

지방의료원 육성을 위한 지방정부 책임이 중요한 시점에서 대학병원 위탁 논의는 지방정부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전국보건의료노조는 "위탁을 말하는 지자체들은 지방의료원 위탁 운영으로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의사인력 수급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며 "그러나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서는 지방정부가 지역 내 미충족 필수의료 현황에 기초해 정책목표를 설정하고, 지방의료원의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지속 가능한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성남시의료원이 의사인력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것도 지자체의 책임과 무관하지 않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영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성남시의료원은 의사 정원이 99명이지만 현원이 71명으로 정원 대비 28명이나 부족했다

한국노총 전국의료서비스노동조합 성남시의료원지부와 성남시의료원 의사노조에 따르면 2021년까지 성남시의료원에는 순환기내과 의료진 3명, 신경외과 3명, 응급의학과 10명 등이 근무하고 있었지만 현재는 응급의학과만 5명이 남아있다. 나머지 순환기내과, 신경외과 의료진은 모두 퇴사했다. 그나마 순환기내과는 5개월 공백 끝에 의료진 1명을 겨우 채용했다. 

성남시의료원 의사노조는 "지금 성남시의료원은 지역주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전적으로 경영진의 책임이 매우 크다"며 "성남시의료원의 위탁운영은 실효성이 없을 뿐 아니라 성남시와 성남시의회가 져야 할 공공의료 책임을 민간에 떠넘기려 한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의사노조는 "성남시의료원은 수천억의 시민 세금을 투입해 설립한 시민의 병원으로, 시민의 재산이다"며 "위탁을 의무화하고 민간병원에 경영권을 맡긴다는 것은 시민의 재산을 영구적으로 민간병원에 넘기는 것과 다름없다. 더욱이 민간병원 위탁이 제대로된 공공병원으로서 역할을 할 거라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우려했다. 

신상진 시장이 주장하는 것처럼 성남시의료원의 의사 확보 방안으로 민간위탁이 유일한 것은 아니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18일 성명을 내고 "의사 확보를 위해서라면 강제 위탁 운영이 아니라 의료진 교류가 가능한‘대학병원과의 협진 체계’를 강화하는 방안도 있고 성남시의료원이 수련병원으로 지정을 받으면 전공의나 수련의를 뽑을 수도 있으므로 위탁 경영만이 유일한 길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는 "18년간에 걸친 시민들의 노력으로 설립된 공공병원인 성남시의료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성남시는 의료원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의료원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며 "성남시는 성남시의료원에 대해서 2023년 모든 예산 결정, 꼭 필요한 인력 충원 조차 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성남시는 당장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