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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부족 허덕이는 국공립병원...'고강도 업무 → 퇴사 → 노동력 쥐어짜기'지방의료원 74% 전문의 정원 미달...국립대병원 전공의 부족 심각
국립대병원, 2년내 퇴시한 의사 비율 50% 넘어
시민사회단체 "공공의대법 제정·의대정원 확대해야"

[라포르시안] 지역의 공공의료 인프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이 의사인력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필수의료 진료과목 등에서 의사 정원을 채우지 못한 채 운영되거나 소수의 인원이 많은 환자를 담당하면서 '노동력을 갈아넣는' 식으로 소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공립병원에서 의사인력 구인을 내도 지원자를 찾기 힘들고, 추가로 인력확충을 하고 싶어도 예산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번번이 불승인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국공립병원 의사인력 부족 문제가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영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 35개 의료원 중 전문의 현원이 정원보다 부족한 곳은 26개로 전체 의료원의 74.3%를 차지했다. 

지방의료원 별로 의사인력 상황을 보면 성남시의료원은 정원이 99명이지만 현원이 71명으로 정원 대비 28명이나 부족했다. 서울의료원도 정원 177명에 현원은 160명으로 17명이 부족했고, 천안의료원과 군산의료원은 각각 정원 대비 의사인력이 10명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의 1인당 환자 수는 전남 강진의료원이 2만1,600여 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전남의 순천의료원,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이 뒤를 이었다. 

서영석 의원은 “지방의료원은 지역의료를 책임지는 의료기관이기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더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지역 간 격차 해소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해 지방의료원의 인프라 확충을 지원하고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의대정원 확대, 지역의사제 등 중단된 공공의료 강화 정책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립대병원도 사정은 비슷했다. 특히 수련병원 역할을 하는 국립대병원에서 전공의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곳이 적지 않았다. 

국회 교육위원회의 지난 13일 대구교육청 국감에서 서병수 의원(국민의힘)이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경북대병원의 전체 23개 학과 중 8개만이 전공의 정원을 채웠다. 특히 전공의 모집에서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과가 4개나 됐다. 방사선종양학과와 진단검사의학과는 전공의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권은희 의원(국민의힘)이 공개한 국감 자료를 보면 제주대병원은 소아청소년과(소아과), 내과, 외과, 산부인과 등 4개 필수 의료과 전공의 인원은 13명으로, 전체 정원 29명의 44.8%에 불과했다. 

심지어 소아청소년과(정원 4명)와 외과(정원 6명)는 전공의를 단 한 명도 뽑지 못했다. 산부인과는 정원 5명 중 3명(60%), 내과는 14명 중 10명(71.4%)만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대병원과 4개 필수 의료과 전공의 충원율은 67.8%, 전남대병원은 77.8%로 파악됐다. 

권은희 의원은 “국립대병원은 공통적으로 필수 의료 인력 정원이 모두 미달이고, 필수과 의사 1인당 진료하는 환자 수가 비필수과에 비해 1.3배 ~1.5배 높다”며 "필수과 의료진들의 업무 부담이 높다보니 환자 입장에서도 의료 서비스 질이 저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공립병원의 만성적인 의사인력 부족으로 업무강도가 높아지고 근무환경이 열악해지면서 병원을 떠나는 의사도 많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동용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립대병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국립대병원 의사와 간호사의 30% 이상이 1년 이내 퇴사하고, 50% 이상이 2년 이내 퇴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이내 퇴사한 의사 비율은 2020년 36.8%, 2021년 35.3%, 2022년 9월까지는 32.6%에 달한다.  전남대병원은 020년 57.1%, 2021년 54.8%, 2022년 9월까지 63.6%로 최근 3년 간 1년 이내 퇴사한 의사 비율이 50%를 넘었다.

2년 이내 퇴사한 의사 비율을 보면 상황이 더 심각하다. 국립대병원에서 2년 이내 퇴사한 의사 비율은 2020년 평균 64.4%, 2021년 평균 62.6%, 2022년 9월까지 평균 58.0%에 달했다. 강원대병원, 전남대병원은 최근 3년간 2년 이내 퇴사한 의사 비율이 평균 80%를 넘었다.

서동용 의원은 “국립대병원 의사와 간호사의 2년 내 퇴사비율이 3년 내내 50%를 훌쩍 넘었다. 심각한 공공의료의 공백이 걱정된다”며 “의료인력의 높은 퇴사율은 남아있는 의사와 간호사에게 업무 부담이 커지고, 기존 의료진까지 퇴사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국립대병원이 공공병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의 인력증원과 처우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민사회단체는 의사인력 확충을 위해서는 '공공의대설립법' 제정과 의과대학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보건의료노조는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한국노총 등과 함께 지난 12일 오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공의대설립법' 제정과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고액연봉을 제시해도 의사를 구하지 못해 환자를 멀리 있는 다른 병원으로 보내는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런 진료환경에서 정상적이고 안정적인 진료를 기대할 수 없다"며 "현행 의사양성체계와 정원 규모로는 20년간 적체된 진료과목간·지역간 의사 부족과 불균형 문제를 결코 해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의료체계의 구조적인 문제로 만성화한 의사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공공의대설립법 및 지역의사법 제정, 의대정원 확대 등 적극적인 제도개선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2022년 정기국회 내에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공의대 설립법을 제정하고, 국립의과대학이 없는 광역시도 최소 1개소에 공공의과대학을 신설해 공공의료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며 "지역에서 배출된 필수의료인력이 지역에 남아 복무할 수 있도록 선발과 지원, 교육과 훈련, 배치 등 별도 양성체계를 규정하는 지역의사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정부와 국회는 절대적 의사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과대학 정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며 "국립의과대학이 없는 전남, 충남, 경북 등 광역시도에 최소 100명 규모 의과대학을 우선 신설하고, 의대 입학 정원이 50명 미만인 소규모 국·사립 의대 정원을 최소 100명 이상 수준으로 증원해야 한다"고 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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