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욱(연세대의대 영상의학과 교수,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 회장)

[라포르시안] “임상의사가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개발은 물론 의학적 근거 창출을 위한 검증과 실증을 넘어 실용화까지 참여할 때 의료 AI기업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수익 창출도 가능한 일이다.”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장인 최병욱 연세대 의과대학 영상의학과 교수는 최근 라포르시안과 가진 인터뷰에서 일부 제품이 건강보험 비급여 진입 등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수익 악화에 허덕이고 있는 의료 AI기업들에게 의사와의 긴밀한 협업을 강조하며 이 같이 주문했다.

최 교수는 “의료 AI 기술은 데이터만 있으면 마치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마술 지팡이’처럼 여겨지고 AI기업 또한 기술적인 요소만 크게 부각시킨 측면이 있다”며 “의료는 의학적 근거에 기반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충분히 입증해야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만큼 결코 시장진입이 녹록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AI기업들이 사전에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임상에서 의사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과 적용 가능한 진료 과를 면밀히 파악했어야 한다”며 “제품을 개발·출시한 후 뒤늦게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려고 하니 규제에 막히고 수익 창출 또한 쉽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임상의는 사용자 입장에서 AI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의 임상적 유효성을 검증·실증하는 역할뿐 아니라 진료현장에서 최적화된 사용성이 어떻게 수익 모델로 연결될 수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AI기업들이 의사들과 협업해 AI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의 임상적 유효성·안전성을 입증하고 진료 편의성·효율성을 높이는 가치를 인정받는다면 추후 건강보험 진입 등 규제 또한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고 밝혔다.

의료 AI 기술이 의료영상 기반의 진단보조를 넘어 환자 안전관리와 병원 워크플로우 개선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 적용되면서 의료 AI산업 발전과 임상적용을 견인하는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이하 학회)의 역할도 더욱 커지고 있다.

의학·공학 융합학회로 2018년 10월 창립한 학회는 현재 약 300명의 정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정회원은 영상의학과를 주축으로 안과, 피부과, 내과, 응급의학과, 병리과 등 다양한 진료 과 전문의와 약 70곳에 달하는 의료 AI기업을 포함한 연구자·공학자들이 5대 5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최병욱 교수는 “학회는 학술대회나 세미나를 통해 의료 AI에 대한 학술적인 내용뿐 아니라 윤리적 법률적 이슈와 데이터 문제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며 "이러한 행사에는 전문의·AI기업 CEO는 물론 보건복지부·건강보험심사평가원·한국보건의료연구원 등 정부기관 관계자들도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상당수 학회 정회원들이 의료 AI 관련 정부기관 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학회는 이를 통해 의료계와 AI 업계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해 의견을 조율하고 균형점을 찾는 가교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대부분 스타트업인 의료 AI기업들이 병원에서 제품의 임상적 유효성을 검증·실증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병원 또한 관료조직으로서 의사결정이 이뤄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학회는 진료과별 전문의들이 있어 병원과 AI기업을 연계해주는 역할을 해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는 12월 학회 회장 임기를 마치는 최병욱 교수는 이달 13일부터 14일까지 양일간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 하모니볼룸에서 개최되는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 추계 학술대회(KoSAIM 2022)가 코로나19로 정체됐던 학회 활동과 운영이 정상화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교수는 “임기를 시작할 때부터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 학술대회·세미나·이사회 등을 온라인으로 진행 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거의 후원을 받지 않은 채 학회 운영을 하다 보니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었다”며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오히려 디지털 전환과 비대면 진료가 부상하고 의료 AI에 대한 관심 또한 커지면서 앞으로의 학회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추계학술대회는 의학·공학이 융합된 의료 AI 역할을 살펴보고 실제 병원에서 사용되는 AI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활용사례를 공유하는 자리인 동시에 학회가 코로나 이전의 정상적인 학술 활동과 운영으로 돌아가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