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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병원 파괴" 논란에 성남시의료원 민간위탁 추진 제동 걸렸지만...성남시의회, 조례 개정안 심의 보류…의견수렴 절차 후 재심의 가능성
전직원 비대위 "현 경영진, 자리보전 급급할 게 아니라 정상화 위한 책임 있는 결단해야"

[라포르시안]  성남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 주도로 추진된 성남시의료원 민간위탁 조례안 처리가 일단 중단됐다. 지역 시민사회와 보건의료 노동단체 등에서 '공공의료 파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성남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는 지난 11일 오후 열린 정례회 1차 회의에서 정용한 대표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14명이 발의한 '성남시의료원 설립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에 대해서 심사 보류를 결정했다. 

조례 개정안이 이번 회기 본회의에는 상정되지 않지만 시민 의견수렴 등 절차적 요건을 충족하면 재심의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를 남겨뒀다. 

앞서 지난달 13일 국민의힘 성남시의원 전원이 발의한 ''성남시의료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안이 입법 예고됐다. 

조례 개정안은 '운영의 전부 또는 일부를 대학병원 등에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한 임의조항을 ▲의료법에 따라 설립된 의료법인 ▲다른 법률에 따라 의학·약학 등에 관한 교육·연구와 진료를 위해 설립된 법인 ▲병원을 운영할 능력이 있는 비영리법인 중 해당하는 법인에 의무적으로 위탁하도록 했다. 

이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정용한 성남시의회 국민의힘 대표의원은 "성남시의료원은 그동안 코로나19 감염병 대응에 최선을 다해왔으나 개원 3년차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유능한 의료진을 충원하지 못하고 있고 진료체계가 정비되지 않아 시민들의 외면을 받아왔다"며 "성남시의료원을 대학병원 등에 위탁운영하게 함으로써 검증된 의료체계를 통해 진료의 신뢰도와 만족도를 높여 시민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의료원으로 위상을 재정립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이 발의된 이후 성남시의료원 안팎에서 '공공의료 포기', '코로나19 유행 이후 공공병원 토사구팽' 등의 비판이 제기됐다. 

2020년 7월 정식 개원한 성남시의료원은 전국에서 첫 주민조례발의로 설립됐다. 2003년, 성남시 원도심인 수정구 지역 종합병원 2곳이 문을 닫으면서 발생한 의료공백을 해결하고자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조례 제정 운동을 벌여 설립된 공공병원이다. 

개원 후 3년째를 맞았지만 코로나19 유행을 맞아 전담병원 역할을 위해서 급하게 문을 열면서 지역거점 공공병원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국 첫 주민조례발의로 설립된 공공병원이면서 개원 3년차를 맞는 기간 동안 성남시의료원이 지역민으로부터 외면받는 이유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충돌이 일었다. 

국민의힘 소속 성남시의원들은 "개원 3년차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유능한 의료진을 충원하지 못하고 있고 진료체계가 정비되지 않아 시민들의 외면을 받아왔다"며 "향후 매년 300억원 정도 시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며 위탁운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학병원이나 민간의료법인에 위탁해 운영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국민의힘 소속 성남시의원들 판단이다. 

반면 성남시의료원 소속 의료진과 보건의료노동자, 시민사회단체는 의견이 달랐다. 성남시의료원에서 의료진 이탈로 인한 진료공백이 발생하고 진료체계를 정비하지 못하는 이유가 현 경영진의 무능에서 비롯됐다는 판단이다.

성남시의료원은 개원식을 하기도 전에 코로나 전담병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며, 성남지역 환자뿐만 아니라 전국의 코로나 환자까지 수용했다. 그러다 보니 코로나 외의 일반진료에는 충실하기 어려웠고 응급실 등 일반진료를 이용하는 환자들의 많은 불편이 불가피했다. 

올해 들어 코로나 유행이 잦아들면서 일반진료 활성화에 나서야 할 시점에 '고압산소 사적 이용' 등  원장의 비위의혹과 독단적 경영으로 다수 의료진이 병원을 이탈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게 의료원 내부 직원들의 지적이다. 

한국노총 전국의료서비스노동조합 성남시의료원지부와 성남시의료원 의사노조에 따르면 2021년까지 성남시의료원에는 순환기내과 의료진 3명, 신경외과 3명, 응급의학과 10명 등이 근무하고 있었지만 현재는 응급의학과만 5명이 남아있다. 나머지 순환기내과, 신경외과 의료진은 모두 퇴사했다. 그나마 순환기내과는 5개월 공백 끝에 의료진 1명을 겨우 채용했다. 

성남시의료원 의사노조는 "지금 성남시의료원은 지역주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전적으로 경영진의 책임이 매우 크다"며 "경영진의 신뢰가 없는 조건에서 성남시의료원에 우수한 의료진이 지원하기란 어렵다. 성남시의료원 정상화를 위한 조건으로 무능하고 잘못된 경영을 하고 있는 경영진 퇴진을 요구했던 것"이라고 했다. 

의사노조는 "성남시의료원은 수천억의 시민 세금을 투입해 설립한 시민의 병원으로, 시민의 재산이다"며 "위탁을 의무화하고 민간병원에 경영권을 맡긴다는 것은 시민의 재산을 영구적으로 민간병원에 넘기는 것과 다름없다. 더욱이 민간병원 위탁이 제대로된 공공병원으로서 역할을 할 거라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우려했다. 

성남시의료원 적자 발생과 의료진 수급난을 이유로 한 민간위탁 주장은 정당성이 없다는 지적도 높다. 

전국보건의료노조와 '성남시의료원 위탁운영 반대·운영정상화 시민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4일 오전 성남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남시의료원 개원 초기 불가피한 적자운영과 코로나19 전담병원이 감당할 수밖에 없었던 적자운영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앞으로 예상되는 적자운영을 핑계로 영구적인 민간위탁을 추진하는 것은 상식적이지도 않고, 국민적 동의도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양 단체는 "코로나19 종식을 앞두고 정상운영으로 전환하는 시점에 지난 3년간 전담병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온 성남시의료원을 강제로 민간위탁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토사구팽"이라며 "메르스사태 사례에 비춰 코로나19 전담병원 회복기간이 최소 4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전담병원에 예상되는 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올바른 해답은 강제적인 민간위탁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보상과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민간위탁만이 성남시의료원의 의료진 충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민간위탁 방식이 아니라 공공의료기관과 의료진 연계·협력체계 구축, 공공임상교수 파견·지원,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지역의사제 도입 등 우수한 공공의사를 안정적으로 육성·배치하기 위한 정책을 통해 풀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양 단체는 "민간위탁은 진료비 부담을 높이고 공공병원을 돈벌이병원으로 만들 뿐"이라며 "양질의 공공의료서비스 제공에 대한 지역주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민의 세금을 투입해 만든 성남시의료원을 수익성을 좇는 민간기관에 떠넘겨 진료비 증가를 초래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전가될 뿐"이라고 우려했다. 

성남시의료원 민간위탁 추진이 윤석열 정부 들어서 추진하는 의료 민영화와 다를 바 없으며, 다른 지자체에서 시도되는 지방의료원 위탁운영의 선도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높다.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준)는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은 공공병원을 위탁하겠다고 후보시절부터 공언해왔다. 따라서 이는 정부 기조에 따른 것"이라며 "성남뿐 아니라 지자체장이 국민의힘 소속인 대구와 경북, 충남에서도 지방의료원 위탁이 추진되고 있다. 즉 성남시의료원 민영화는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시도하는 공공의료에 대한 전국적 공격의 첫 표적"이라고 지적했다.

성남시의료원 고압산소치료실 모습. 이중의 성남시의료원장이 처방도 받지 않고 비용 부담도 하지 않은 채 사적으로 고압산소치료를 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성남시의료원이 지역거점 공공병원으로서 제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경영진 교체와 조직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결성된 성남시의료원 '원장 퇴진과 위탁운영 저지를 위한 전 직원 비상대책위원회'는 12일 성명을 내고 "민간위탁 추진을 보류한 성남시의회의 결정을 크게 환영한다"며 "지금의 진료공백을 막으려면 새롭게 의료진을 채용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현 경영진 교체와 새로운 리더십을 통한 조직쇄신 및 성남시의료원 자체 정상화에 대한 명확한 비전이 제시돼야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성남시장은 문화복지위의 심사보류 취지를 살려 민간위탁 추진을 전면 중단하고, 성남시의료원 경영 정상화, 진료정상화를 위한 방안 마련과 지원을 아끼지 말기를 요구한다"며 "성남시의료원 현 경영진은 자리를 보전하는 데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의료원 정상화를 위한 책임 있는 결단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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