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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병원 쥐어짜고, 영리병원 허용 추진...건강관리 민영화까지만성질환자 등 대상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12개 시범 인증
"건강관리를 의료행위와 별개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 위험한 발상"
"정부가 공적영역서 해야할 일을 민간기업 돈벌이로 만들어"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지난 6월 28일 오후 서울 소노펠리체 컨벤션에서 '건강관리서비스 인증제 시범사업' 설명회를 개최했다.

[라포르시안] 윤석열 정부 들어서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을 앞서운 국립대병원 인력 감축과 기능 축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역거점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을 위탁운영하려는 지방자치단체가 늘면서 공공의료 확충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내년에 출범하는 강원특별자치도에 외국영리병원 설립을 허영하는 법안이 여당 의원 주도로 발의돼 논란이 되고 있다.  <관련 기사: 제주 이어 강원도에 영리병원 허용 추진..."윤정부, 의료민영화 정책",  주민발의 조례로 설립돼 '공공의료 새 역사' 주목받던 성남시의료원인데...>    

이런 가운데 건강관리서비스를 민간기업에 맡겨 활성화하는 정책이 속도를 내고 있어 의료민영화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혈압, 심박수, 체중, 당화혈색소, 운동, 복용 중인 약물, 섭취한 음식 데이터 등을 기록하고, 일별‧ 주간‧월별 데이터를 취합하여 개인별 맞춤형 보고서를 제공.

#. 삼성생명의 당뇨 보험에 가입한 고객 대상으로 당뇨 질환 관리를 위해 혈당·복약·혈압·체중 데이터 등을 전송·관리·분석. 걷기 등 건강활동 관리, 복약 알림 등 질환 관리 지원.

지난 6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시범 인증을 획득한 서비스 중에서 '만성질환관리형'에 속하는 내용이다. 

건강관리서비스 인증제는 민간보험사 등 비의료기관이 제공 가능한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를 서비스 대상, 제공목적, 기능 등에 따라 3개 군으로 분류해 복지부에서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유형별 건강관리서비스 3개 군은 ▲1군(만성질환관리형) ▲2군(생활습관개선형) ▲3군(건강정보제공형) 등이다.  

복지부는 이번에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인증 시범사업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12개 서비스를 최종 시범 인증했다.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만성질환형'에 5개 서비스를, 고위험군과 건강군을 대상으로 한 '생활습관개선형'에 5개 서비스를, 건강군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정보제공형'에 2개 서비스를 각각 시범 인증했다. 

특히 만성질환관리형은 고혈압과 당뇨병 등을 앓고 있는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복지부는 만성질환관리형으로 인증된 5개 서비스를 의원급 의료기관이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사업’ 환자 관리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연계 방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는 민간기업이 건강관리서비스기관을 설립·운영하며 건강 유지‧증진과 질병예방‧악화 방지를 위한 상담‧교육‧훈련‧실천프로그램 작성 및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질병 치료 및 예방을 위한 의료서비스와 건강증진을 위한 건강관리서비스를 별개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건강증진을 위한 비의료적인 건강관리서비스와 질병 치료를 위한 의료행위 간 서로 긴밀하게 연계돼 있기 때문에 경계를 짓는 게 가능하다는 판단조차 어이없다.   

건강증진을 위한 건강정보 제공이나 건강상담 서비스 역시 의료기관에서 의료인에 의해 제공돼야 하는 영역임에 분명하다. 다만 질병 치료 영역에 건강보험 적용이 집중되면서 의료기관이 건강증진과 예방을 위한 건강관리서비스를 환자에게 제공하는 데 제한이 따를 뿐이다.  

실제로 현행 보건의료기본법과 국민건강증진법은 국민의 건강증진과 질병 예방이 공적보험의 영역이며, 국가의 책임이란 점을 분명하게 명시해 놓았다.

보건의료기본법은 제31조(평생국민건강관리사업)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생애주기별 건강상 특성과 주요 건강위험요인을 고려한 평생국민건강관리를 위한 사업을 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해 놓았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공공보건의료기관이 평생국민건강관리사업에서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도록 명시했다.

국민건강증진법에서는 '국민의 건강관리'를 위한 국가와 지자체의 역할과 의무를 규정해 놓고 있다. 특히 제19조(건강증진사업등)에 따르면 국가 및 지자체는 국민건강증진사업에 필요한 요원 및 시설을 확보하고, 그 시설의 이용에 필요한 시책을 강구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법에서도 국민의 건강증진과 질병 예방이 공적보험의 영역이며, 국가의 책임이란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는 국가의 책무인 국민 건강증진을 위한 건강관리서비스 제공을 민간기업의 돈벌이로 허용하겠다는 셈이다.

게다가 복지부는 지난 9월 1일 발표한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및 사례집' 개정안을 통해 만성질환자 치료를 위한 건강관리서비스에 그동안 '원칙적 불가-예외적 허용' 구조를 벗어나 '의료인의 진단과 처방, 의뢰 범위 내에서는 포괄적으로 가능'하도록 변경했다. 

하지만 ‘건강관리 및 건강증진’는 건강보험제도 아래에서 일차보건의료체계 및 지역사회 건강증진사업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를 놓고 의료계와 시민사회의 우려가 높다. 특히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가 상업화를 통한 경제적 측면만을 강조해 의료체계를 왜곡시키고 국민의료비를 오히려 증가시킬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의료계는 "건강관리서비스를 의료행위와 별개의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건강관리서비스 제공 가능 인력에 있어 검증 및 질 관리 체계가 없어 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국민부담이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사회에서는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가 의료민영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은 지난 6월 말 성명에서 "정부가 (질병 예방관 건강증진을 위한) 책임은 다하지 않고 망가진 일차보건의료체계 때문에 발생한 공백을 기업 돈벌이로 채우려는 시도는 매우 부적절하다"며 "민영화로 왜곡되면 공적 건강증진과 일차보건의료 체계 구축은 더 어렵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만성질환자 관리 목적의 ‘건강관리서비스’ 기업참여가 의료민영화와 다를 바 없다고 봤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인증분류의 1군(만성질환괸리형)은 만성질환 관리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데, 만성질환은 관리가 곧 치료"라며 "엄격히 구분하기가 불가능한 ‘관리’와 ‘치료’를 마치 구분이 가능한 양 나누어 전자를 기업에 넘겨주겠다는 것은 비영리의료기관에서 의료인이 해야 할 일들을 기업 상품으로 재편하겠다는 시도"라고 했다. 

이는 영리병원을 허용하지 않는 국내에서 제도를 우회해 기업이 질환자를 대상으로 사실상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인증분류 2군과 3군인 ‘생활습관개선형’과 ‘건강정보제공형’은 건강관리를 기업에 내맡기는 것이 아니라 보건복지부가 사회체육, 돌봄서비스와 연계해 지역사회에서 공적 건강증진 프로그램으로 제시해야 할 사안"이라며 "보건복지부가 공적 영역에서 해야 할 일을 사기업이 수행해 기업의 돈벌이수단을 만들어 주려는 것은 산업부처나 할법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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