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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부족하고 불필요한 검사·치료 줄이자"...현명한 선택 확산될까의료계, 의료자원 낭비 막고 과잉진료 예방 위한 논의 시작
가정의학회, '현명한 선택' 위한 7가지 권고안 발표
의학한림원, '슬기로운 건강검진 위한 권고문 개발' 진행

[라포르시안] 국내 의료계에서도 불필요한 진단이나 검사, 치료를 줄여 의료자원 낭비를 줄이기 위한 '의료서비스의 현명한 선택'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등 의료선진국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불필요한 진단이나 검사, 치료 등을 배제하고 환자에게 적정진료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현명한 선택(‘Choosing Wisely)' 캠페인을 시작했다.  

앞서 2012년 4월 미국 내과의학회재단(ABIM)은 미국심장학회, 영상의학전문의학회, 가정의학회 등 9개 전문의학회와 함께 45개의 ‘현명한 선택’ 리스트를 발표한 바 있다. 이 리스트에는 ▲추적‧영상검사 남용 자제 ▲항생제 오용 지양 ▲검증되지 않은 진단 검사 자제 등이 주로 포함됐다. 

미국영상의학회가 채택한 '불필요한 검사 또는 치료' 리스트에는 ▲사소한 두통 환자의 CT, MRI 촬영 ▲피검사 같은 기초검사를 하지 않은 폐색전증이 의심되는 환자의 CT, MRI 촬영 ▲뚜렷한 병력이 없고 보행 가능한 환자에 흉부X-ray 남발 ▲맹장이 의심되는 어린이 대상의 CT 촬용 ▲여성 난소의 물혹 정도의 흔한 증상때문에 추적검사 용도로 CT, MRI 촬영 권고 등이 꼽혔다. 

미국가정의학회는 ▲저위험도 환자에게 EKG 또는 다른 심장 선별검사 오더 ▲21세 이하 여성 또는 암이 아닌 질환으로 자궁적출술을 받은 여성에게 'Pap smear'(자궁경부도말검사) 시행 등을 '불필요한 검사 또는 치료' 리스트로 제시했다.

미국에서 시작한 현명한 선택 캠페인은 이후 캐나다를 비롯해 영국, 이태리 등 여러 국가로 확산됐다. 현재 미국 내 70여개 의학분야 전문학회에서 권고안을 개발해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작한 '의료서비스의 현명한 선택' 홍보 동영상 중에서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도 2017년부터 한국보건의료연구원과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대한영상의학회,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대한비뇨의학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정형외과학회, 대한성형외과학회, 대한가정의학회 등이 참여해 ‘적정진료를 위한 현명한 선택 리스트 개발' 논의를 시작했다.

특히 대한가정의학회는 지난달 30일 열린 2022년 추계학술대회에서 '현명한 선택 캠페인' 권고안 7가지를 발표했다. 가정의학회는 근거중심의학위원회에서 2021년 5월부터 현명한 선택 권고안 개발과정에 착수해 대한가정의학회 회원 및 상임이사 설문조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7가지 권고안을 마련했다. 

가정의학회가 제정한 '현명한 선택 캠페인 권고안' 7가지는 다음과 같다.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성 감염에 항생제를 일상적으로 쓰지 않는다 
▲임상적 근거가 확실하지 않은 건강기능식품을 권하지 않는다 
▲무증상 환자에서 암 선별검사 목적으로 양전자방출단층촬영/전산화단층촬영(PET/CT)을 권하지 않는다 
▲무증상 성인에서 뇌동맥류, 뇌종양, 치매 등의 선별검사 목적으로 뇌 MRI 검사를 권하지 않는다 
▲무증상 성인에서 암 선별검사 목적으로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권하지 않는다 
▲적응증이 아닌 경우 포도당, 생리식염수, 아미노산 및 비타민 등을 함유한 수액제제를 주사하지 않는다 
▲외래에서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 등의 생활습관병을 처음 진단했을 때 (약물 처방이 즉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우선적으로 수주내지 수개월 동안 생활습관 개선을 시행한다  

학회는 권고안에서 "최근 수십년간 전 세계적으로 발표된 무작위 비교임상시험, 혹은 개별임상시험을 종합한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에 따르면 홍삼, 비타민,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 오메가 3 지방산, 칼슘제 등의 대표적으로 많이 소비되고 있는 대부분의 건강기능식품 효능과 안전성은 임상적으로 근거가 없거나 부족한 것으로 나타난다"며 "그렇기 때문에 건강의 유익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확실하지 않은 건강기능식품을 권하지 않는다"고 제안했다. 

또한 "뇌 MRI는 뇌동맥류, 뇌종양 등 신경계 질환이 의심될 때 시행할 수 있으나 증상이 없는 성인에서 선별검사 목적으로 시행했을 때는 임상적 의미가 불확실한 유소견에 대한 추가 검사나 추적 관찰 등 이득보다 위해가 클 수 있다"며 "뇌동맥류, 뇌종양, 치매 등의 MRI를 이용한 선별검사에 대한 국내 근거나 지침은 없으며 미국 심장 협회, 암 학회 등에서도 무증상 성인에서 뇌동맥류나 종양에 대한 선별검사는 권장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명한 선택 권고안 관련해 선우 성 가정의학회 이사장은 "이번에 제정한 권고안은 1차 진료에서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불필요한 진단이나 치료를 피할 목적으로 제정됐다"며 "환자는 의사와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불필요한 의료비용의 발생을 줄이고 적절한 진료를 받을 권리가 있으며, 가정의학회가 선도적으로 이 캠페인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가정의학회는 현명한 선택을 위한 리스트를 지속해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권고안 개발과정을 주도한 가정의학회 근거중심의학위원회 명승권 이사(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대학원장)는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일본 등 국회 가정의학회의 현명한 선택 권고안과 우리나라 상황에 필요한 권고안을 최신 문헌과 지침을 토대로 근거에 기반해 최종안을 마련했다"며 "7가지 외에도 중요한 내용들이 있어 이번 캠페인이 일회적으로 끝나지 않고, 업데이트해 지속적인 캠페인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2021년 12월 8일 '의료서비스의 현명한 선택'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과잉 건강검진에 대한 문제인식과 함께 '슬기로운 건강검진'을 위한 권고문도 곧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2022년도 정책개발위원회 사업으로 올 연말까지 '슬기로운 건강검진을 위한 권고문 개발' 사업을 진행한다. 그 일환으로 오는 11월 2일 심포지엄을 열고 개발 중인 건강검진 권고문에 대해서 여러 학회로부터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의학한림원이 개발하는 권고문에는 ▲저위험군에서의 폐암 검진 ▲갑상선암 검진 ▲췌장암 검진 ▲PET CT를 이용한 암 검진 ▲기대여명 10년 미만 고령에서의 암 검진 ▲비타민 D 결핍 선별검사 ▲무증상 성인의 치매와 뇌 건강검진 ▲무증상 성인의 심장혈관 건강검진 ▲매년 시행하는 일상적인 건강검진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는다. 

분야별 건강검진 권고문 마련과 함께 국내 건강검진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이재호 교수는 이번 심포지엄에서 '한국 건강검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란 발제를 통해 시장에서 개인의 건강위험도에 따라 의학적 근거에 기반한 선택이 아니라 시장에서 물건을 구매하듯 이뤄지는 건강검진이 과잉진단, 과잉치료, 의료 서비스 분절화로 이어지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보건의료 정책을 제안할 예정이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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