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 따라 인력감축 추진 계획
보건의료노동자들 "가뜩이나 인력 부족한데" 반발

[라포르시안]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 혁신’이라는 명분으로 제시한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에 따라 국립대병원들이 간호인력을 감축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료현장에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지난 7월 말 공공기관 효율화와 대국민서비스 질 제고를 명분으로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가이드라인은 ▲민간경합·비핵심 기능 축소 등으로 핵심기능 중심 재편 ▲비대한 조직·인력 슬림화 및‘23년도 정원 감축 ▲인건비·경상경비 절감 및 직무·성과중심 보수체계 개편 ▲불요불급한 자산 매각 및 부실 출자회사 지분 정비 ▲국민 눈높이에 비해 과도한 복리후생 점검·정비 등의 중점 추진 방향을 담고 있다. 

최근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국립대병원의 공공기관 혁신 이행계획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15개 국립대병원에서 모두 423명의 인력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감축하는 인력은 대부분 코로나19 유행에 대응에 투입됐던 간호인력이었다. 

병원별로 감축 계획을 보면 전북대병원이 가장 많은 111명의 인력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코로나 대응 시 정부가 한시적으로 증원해준 인력을 감축하겠다는 것으로, 111명 중 간호인력이 87명, 원무직 24명이었다. 

경북대병원도 코로나 대응인력으로 배정되었던 정원 106명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이외에도 충북대병원 43명, 서울대병원 35명, 분당서울대병원 35명의 인력감축 계획을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에는 별도의 정원감축 계획을 제출하지 않았지만, 향후 인력조정과 재배치 계획 제출한 병원도 있었다. 강원대병원은 감축 인원 5명을 재배치해서 실제 정원감축 계획은 없었지만, 2023년부터 향후 5년간 정원감축, 외래기능활성화, 응급센터기능향상, 업무범위 효율화 등을 통해 ‘매년 1% 19명의 인력을 조정·재배치해서 총 95명의 증원 요소를 억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국립대병원은 지금도 간호인력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데 인력감축을 단행할 경우 인력난이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서동용 의원실이 국립대병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 국립대병원 간호직은 정원을 채운 적이 없었다. 2020년에는 정원대비 현원이 278명이 부족했고, 2021년에는 158명이 부족했었다. 올해는 정원대비 현원 부족 현상이 더욱 극심해 9월 기준 678명이 부족했다.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 이행을 위한 인력감축이 현실화할 경우 공공의료 질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서동용 의원은 “국립대병원은 지역 공공의료의 핵심기관이지만, 만성적 간호인력 부족현상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립대병원 간호정원 확대를 해주지는 못할망정 코로나가 완화되었다고 간호인력부터 줄이는 것은 국가가 공공의료를 책임지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국립대병원에 대한 혁신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국립대병원의 의료질을 높이는 정원확대와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료현장에서 국립대병원 인력감축에 대한 우려가 높다. 전국보건의료노조는 4일 성명을 내고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 폐기하고, 공공의료 인력 확충하라"고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른 계획이라고 하지만 (국립대병원들의) 이행계획 내용은 알아서 처신하겠다는 뜻이 다분했다"며 "현재 국립대병원의 노·사간 임단협이 진행되는 와중에 보건의료노조의 인력 확충 요구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계획이라 더욱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기재부는 공공의료 인프라를 확충하겠다면서 공공의료기관의 자율성을 위해서는 ‘감염병’에만 한정하겠다는 방침이고, 국립대병원 측은 ‘감염병’에 대해서는 총정원 예외의 여지가 있음에도 미리부터 감염병 대응 인력을 축소하겠다고 제출한 것"이라며 "공공의료를 확보하겠다는 기획재정부의 말뿐인 방침이나 국립대병원의 알아서 정원을 축소하겠다는 계획이나 한심하고 한가하다 할 만하다"고 비판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오늘(4일) 오전 11시부터 국회 앞에서 국립대병원 인력감축 추진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의료연대본부는 "국립대병원들의 인력부족 문제는 수년동안 계속돼 왔다. 올해는 정원대비 현원 부족 현상이 더욱 극심해 9월 기준 678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코로나19 시기에 영웅이라 불리며 희생과 헌신을 해왔던 간호인력들을 구조조정 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의료연대본부는 "인력감축 외에도 기능조정, 직무성과급제 도입 등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이 국립대병원에 적용될 시 많은 폐단을 낳을 것"이라며 "병원사업장의 직무성과급제 도입은 결국 돈벌이 의료로 이어지게 될 것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이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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